"로또청약땐 시세차익 회수" 이랬던 변창흠, 김현미 후임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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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0.12.04. 오후 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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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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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6개월 만에 주택 정책의 수장인 국토교통부 장관이 바뀐다. 청와대가 4일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을 진두지휘했던 김현미 장관의 후임으로 변창흠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을 내정하면서다.

부동산 정책의 키를 쥔 선장이 바뀌며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지만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기조는 달라지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오히려 기존 정책에 가속이 붙을 수 있다는 분석까지 나온다.

변 내정자는 이론과 실무를 겸비한 ‘부동산 전문가’로 꼽힌다.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에서 도시계획학 석사, 행정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세종대에서 행정학과 교수로 재직했고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 사장(2014년 11월~2017년 11월)을 거쳐 2019년 4월부터 LH 사장으로 일했다. 임대주택을 비롯한 현 정부가 방점을 찍는 공공주택 정책을 시행할 최적임자를 선택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의 바탕을 놓은 김수현 전 청와대 정책실장과도 가까운 사이로 알려져 있다.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의 두번째 임기 당시 SH공사 사장으로 일하며 서울연구원장이었던 김수현 전 청와대 정책실장과 서울형 도시재생 사업을 주도했다. 이 사업은 문 대통령의 공약인 도시재생 뉴딜의 초석이 됐다. LH 사장 재임 기간는 도시 재생 뉴딜에 이어 주거복지로드맵, 3기 신도시 건설 등을 추진했다.

24번에 이르는 대책에도 꼬여만 가는 부동산 문제를 해결할 구원투수로 등판한 변 내정자가 시장 안정화라는 미션을 수행할 수 있을 지는 의문이다. 그의 발언을 살펴보면 규제의 고삐를 더 조일 것으로 예상된다.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내정자. LH

“서울 주택 공급은 부족하지 않다. 심리적 우려다.”

변 내정자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이었던 지난 9월 23일 서울 동자동 LH 지역균형발전지원센터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서울 지역을 중심으로 한 집값 급등과 ‘패닉 바잉’의 근본 원인으로 꼽히는 ‘공급 부족’에 대한 질문에 대한 답변이다.

시장은 공급 부족에 대한 우려를 제기했지만 정부는 시종일관 ‘주택 공급이 부족하지 않다’는 태도를 유지했다. 이와 궤를 같이하듯 그는 “176개의 정비구역 해제와 각종 규제 등으로 서울에 새 아파트 공급이 없다는 인식이 생겼다. 심리적인 우려”라고 단언했다.

이런 발언에 비춰볼 때 앞으로도 정부가 밀어붙이고 있는 임대주택 공급 외에 민간주택 공급이 이뤄지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재개발‧재건축 규제 풀기엔 집값 상승 부담 크다”

변 내정자도 재개발‧재건축이 서울 아파트 주요 공급 수단이라는 것을 인정했다. 하지만 “풀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인터뷰에서 그는 “공급 확대를 위해 (재개발‧재건축) 규제를 풀기에는 집값 상승에 대한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용적률을 조금만 올려도 일반공급 물량이 증가해 당장 공급이 늘어나는 효과가 있지만 부작용도 염두에 둬야 한다는 것이다. 늘어난 공급이 해당 재개발‧재건축 조합의 수익이 되고 수익만큼 아파트값이 오르면 주변 아파트까지 덩달아 몸값이 오르기 때문에 풀 수 없다는 설명이다.

그는 “재개발‧재건축이 부동산 투자개발 사업이라는 인식은 잘못됐다. 공공이 주도하는 것이 맞다”고 지적했다. 재개발‧재건축으로 수익을 남기려고 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로, 주택 정책 수장이 바뀌어도 규제 완화가 이뤄지기는 어렵다는 것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세입자와 집주인이 부딪히면 세입자 우선해야 한다.”

전세난의 원인으로 지목된 ‘임대차2법’(전‧월세상한제, 계약갱신청구권)과 관련해 세입자를 우선에 둬야 한다는 것이 변 내정자의 생각이다. 그는 임대차2법이 집주인 재산권을 침해하는 부분이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그의 말이다.

“예전에 이층집에 전세 산 적이 있다. 나는 1층, 집주인은 2층에 살았는데 집주인 아들‧딸이 올 때면 주차할 곳이 없어서 멀리 공원에 대거나 유료주차장을 이용했다. 사실 주차 공간 두 곳 중 한 곳은 내 공간인데도 집주인에게 차 빼달라는 말을 못했다. 임대차2법 논란은 크게 세입자의 주거권과 집주인의 재산권이 부딪히는 형국이다. 주거권은 곧 생존권이다. 생존권이 재산권에 우선해야 하지 않겠나. 다만 주택 공급을 절대적으로 제약하지 않는 한에서 주거권을 점차 향상해야 한다. 지금은 갈등기에 있다. 곧 안정될 것이다.”

이런 생각을 뒷받침하듯 지난 10월 국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임대차법 때문에 전세난이 심해진 것 아니냐는 질의에 "(임대차3법은) 주거복지 측면에서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답했다.

“시세차익 공공이 회수하는 ‘이익공유형 주택’ 필요하다.”

변 내정자는 평소 ‘이익공유형 주택’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주변 시세보다 분양가가 싼 아파트를 분양받은 청약 당첨자가 시세차익을 갖는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주변 시세가 10억원인데 분양가가 5억원인 아파트에 당첨됐다고 가정하면 현재는 청약 당첨자가 시세차익인 5억원을 모두 갖지만, 이익공유형 주택은 시세차익의 일부를 공공이 회수한다.

그는 “‘이익(시세차익)이 없어도 이사 걱정 없이 내 집 살면서 대출 이자 만큼만 오르면 좋겠다’는 수요를 위한 주택이라고 이해하면 된다”며 “크게 분양주택과 임대주택으로 나뉘는 국내 주택 공급 유형이 다양해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토지 소유권 보장을 전제로 한 보유세 강화를 추진해야 한다.”

변 내정자가 세종대 행정학과 교수 재임 시절 ‘불로소득의 환수와 토지 공개념’이란 논문을 통해 밝힌 내용이다.

변 내정자는 이 논문에서 “토지의 공익적 기능을 강화할 수 있도록 사유재산권 개념을 보완해 이용 중심의 토지이용이 이뤄지도록 전환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단기적으로는 소유권 보장을 전제로 한 보유세 강화를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토지에서 발생하는 불로소득을 주택공급 단계에서 공공이 환수하는 방안으로 ^주택 공급 시 분양원가 공개와 분양가 상한제 적용, ^토지임대부 주택 건설 및 공급, ^환매조건부 주택 건설 및 공급, ^사회적 기업이나 주택협동조합의 소유주택 등을 꼽았다.

논문 내용대로면 변 내정자는 토지나 주택으로 얻는 시세차익을 공공이 회수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이는 부동산 관련 세금 인상이나 다양한 규제로 드러날 수 있다.

최현주 기자 chj8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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