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손녕의 요구는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1) 요(遼)와 왕고의 역학관계에 걸맞게 왕고는 요를 섬겨라.
(2) 왕고는 요와 경쟁관계에 있는 송(趙宋)을 섬기지 말라.
(3) 고려의 옛 땅은 요의 것이니 왕고가 차지한 고려의 옛 땅을 돌려 달라.
이에 대해 서희는 왕고가 고려를 계승하였으므로 고려의 옛 땅을 돌려줄 수 없으며, 오히려 지금 그 땅을 차지하고 있는 여진을 쫓아내고 그 땅을 왕고가 차지하게 해 준다면 여진에 막혀 하지 못했던 요에 대한 조빙을 할 수 있다는 대답을 한다. 이것은 (3)을 양보하면 (1)의 요구를 들어주겠다는 것이다.
이 협상은 타결되어 요는 군대를 물리고 왕고는 압록강 동쪽의 땅을 차지한 뒤 요를 섬기게 된다.
(2)는 이듬해에 자연스럽게 실현되었다.
왕고가 송에 사신을 보내어 요에 보복해 줄 것을 요청했고 송이 이를 거절하자 국교를 끊은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