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몽골, 신석기부터 이미 다른 인종

  • 입력 2006년 12월 19일 02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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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과 유전학적으로 가장 가까운 인종은 누군가. 아마 상당수가 ‘몽골인’이라고 답할 것이다. 낮은 코, 광대뼈, 몽고반점….

하지만 한국인과 몽골인은 청동기시대 이전에 이미 유전학적으로 분리됐음이 드러났다. 이는 ‘한민족이 몽골인과 관계가 깊다’는 막연한 관념과 학계에서 주요 학설로 통용되던 ‘북방 단일 기원설’을 뒤집는 것이다.

국립문화재연구소는 최근 ‘한민족 기원 규명 조사’라는 이름으로 한반도 거주 고대 인류의 기원을 찾기 위해 고대부터 근대까지 한반도에서 출토된 고인골(古人骨) 유전자(DNA)를 분석한 결과 이 같은 결론을 내렸다. 이는 한민족 기원 규명을 위한 첫걸음이다.

이번 연구는 2006년 몽골을 시작으로 2007∼2008년 중앙아시아, 2009년 러시아, 2010년 일본, 2011년 중국, 2012년 서남아시아 지역의 고인골을 한국 고인골과 비교해 고대 한민족의 기원 및 이동 경로를 규명하는 대규모 프로젝트다. 국가 차원에서 한반도와 동아시아 지역 고대인 뼈에서 DNA를 검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올해 1차 연구에 참여한 국립문화재연구소 중앙대 동아대 등 국내 연구기관, 몽골국립대 몽골과학대는 한반도와 몽골 지역 고인골 DNA를 비교했다.

신석기부터 근세까지 한국 출토 고인골 427점, 몽골 출토 고인골 585점 중 일부의 DNA를 추출한 결과 한반도와 몽골의 하플로그룹(같은 DNA 유전자형을 가진 그룹)이 서로 다르게 나왔다.



또한 형질인류학적 조사 결과 몽골 신석기시대 남성 고인골의 경우 머리뼈, 골반 등 한국인에 속하는 특징들이 나타났으나 그 이후에는 유사점이 사라져 신석기시대부터 한국인과 몽골인의 형질적 분리가 이뤄졌음을 알 수 있었다.

책임연구자인 중앙대 이광호 교수는 “연구가 아시아 전체로 확대되면 한민족 기원과 이동경로가 규명될 것이며 앞으로 사이언스지에도 결과를 제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에는 국내외 연구진 80여 명이 참석했다.

그동안 한민족 기원에 대한 연구는 △‘북방기원설’ △구석기시대부터 한반도에 거주하던 고인류가 독립적인 집단을 형성했다는 ‘자체형성설’ △신석기시대 중국 남부에 거주하던 집단이 유입됐다는 ‘남방유입설’ △일부는 북방, 일부는 남방에서 왔다는 ‘이중기원설’ 등이 각축을 벌여 왔다.

연구에 참여한 동아대 김재현 교수는 “한국인의 형질과 기원이 과학적으로 구체화되면 막연한 몽골계 한국인 등의 표현을 넘어 황인종 안에 한국계라는 개념도 새로 생길 수 있다”며 “또 고구려인 인골 DNA 분석이 나오면 최근 동아시아 민족 간의 과거사 논쟁도 종지부를 찍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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