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이승만·김대중 전 대통령도 '미 점령군'이라 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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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1.07.06. 오전 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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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권 유력주자 이재명·윤석열 '역사 논쟁'
미군 포고령에 '점령' 표현…두 대통령 '미군 점령' 다른 맥락서 언급


(서울=연합뉴스) 김수진 기자 = 여야의 대권 유력 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와 윤석열 전 검찰총장 사이에서 '역사 논쟁'이 가열됐다.

시작은 지난 1일 이 지사의 발언이었다.

이 지사는 이날 고향인 경북 안동을 찾아 "대한민국이 다른 나라 정부 수립단계와는 좀 달라 친일 청산을 못 하고 친일 세력들이 미 점령군과 합작해 사실 그 지배체제 그대로 유지하지 않았느냐"고 말했다.

이에 야권 대권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4일 페이스북에서 "6·25 전쟁 당시 희생된 수만 명의 미군과 유엔군은 점령지를 지키기 위해 불의한 전쟁에 동원된 사람들이냐"면서 "셀프 역사 왜곡"이라고 이 지사를 맹비난했다.

그러자 이 지사 역시 페이스북을 통해 "역사적 사실에 근거한 제 발언을 왜곡 조작한 구태 색깔 공세"라고 맞받아쳤다.

그러면서 "미군 포고령에도 점령군임이 명시돼 있고, 윤 전 총장님께서 숭상하실 이승만 대통령, 제가 존경하는 김대중 대통령께서도 점령군이라는 표현을 공식적으로 하셨을 뿐 아니라, 일본의 점령군임은 부인할 수 없는 역사적 사실"이라고 반박했다.

미군 포고령에 명시된 '점령(occupation)' 표현
노란색 표시 참고 [출처: 국가기록원]


미군 포고령에 "조선 영토 점령", "점령 목적·조건" 등 명시 국가기록원에서 찾은 1945년 9월7일 미군정청의 '미국 태평양방면 육군총사령부 포고 제1호' 영어 원문을 살펴보면, 미군은 자신을 '점령군'으로 일컬었다.

당시 미 태평양방면 육군 총사령관이었던 더글러스 맥아더 장군 명의의 포고령엔 총 4차례에 걸쳐 미군과 관련해 '점령하다'(occupy), '점령'(occupation) 또는 '점령군'(occupying forces)이라는 용어가 등장한다.

'조선 인민에게 고함'이라는 제목의 이 포고령 제1호는 "본관의 지휘하에 있는 승리에 빛나는 군대는 금일 북위 38도 이남의 조선 영토를 점령한다"고 규정했다.

이어 "점령에 관한 조건"을 열거하면서, 제3조에서 "점령군에 대한 모든 반항 행위 또는 공공 안녕을 교란하는 행위를 감행하는 자에 대해서는 용서 없이 엄하게 벌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포고령에는 조선 인민이 해방의 주체이며, 조선의 독립이 점령의 목적이라고 설명한 대목도 있다.

포고령은 "점령의 목적은 (일본이 조인한) 항복문서를 이행하고 (조선 인민의) 그 인간적 종교적 권리를 확보함에 있다"면서, "조선 인민의 오랫동안의 노예 상태와 적당한 시기에 조선을 해방 독립시키라는 연합국의 결심을 명심한다"고 밝혔다.

1948년 당시 이승만 대통령의 건국 기념사
'미국 군인 점령' '미 점령군'(빨간 표시 참고) 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출처: 이승만 기념관]


이승만·김대중 전 대통령 '미 점령' 표현 이승만, 김대중 전 대통령이 공식적으로 해방 이후 우리나라를 언급하면서 '미 점령군' 혹은 '미군의 점령'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은 사실이다.

대통령기록관과 이승만 기념관이 보관한 이 전 대통령의 1948년 8월 15일 대한민국 정부 건국 기념사를 보면 '미 점령군'이 두 차례 등장하는데, 모두 해방 뒤 주둔한 미군정에 감사를 표하는 내용이다.

이 전 대통령은 건국 기념사에서 "우리가 우리 자유를 회복하는 것은 첫째로 미국이 일본의 강권을 타도하기 위하여 우리나라에 있던 적군을 밀어내었고 지금은 자발적으로 우리의 독립을 회복하기 위해 돕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 군인이 점령한 동안에 군정이나 민정에 사역한 미국 친우들이 우리에게 동정하며 인내하여 많은 양해로 노력해 준 것은 우리가 또 깊이 감사하는바"라고 강조했다.

이어 "미 점령군 사령장관이요 인도자인 하지 중장의 모든 성공을 치하하는 동시에 우리는 그분을 용감한 군인일 뿐 아니라 우리 한인들의 참된 친우임을 다시금 인정하는바"라고 덧붙였다.

이처럼 이 전 대통령의 '미군 점령' 표현에는 '우리 영토를 차지한 외국 군대'라는 현대의 사전적 의미와는 다소 다르다.

김 전 대통령은 2000년 6월 25일 6·25 제50주년 기념사에서 '미군 점령'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김 전 대통령은 "분단의 원인은 일제 지배에 있었다"며 "일제가 패망하자 우리가 일제의 영토였다는 이유로 미군과 소련군이 각각 한반도의 남과 북을 점령했기 때문이었다"고 연설했다.

김 전 대통령은 일본의 식민지배가 분단의 원인이었다면서도 해방 이후 소련과 미국 모두의 한반도 '점령'이 직접적인 이유였다고 평가한 것이다

그러면서 "6·25의 비극도 그 뿌리는 앞서 말한 19세기 우리 조상들의 잘못된 자세에 있었다"고 말해, 국민적 단합과 근대화라는 역사의 흐름을 외면해 일제의 지배를 받게 됐고 분단으로 이어졌다는 역사적 시각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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