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4·3 당시 미군정 수뇌부 '무차별 사살' 발언 신문 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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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1.04.06. 오후 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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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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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호준 저서 '4·3 미국에 묻다'에서 대한일보 기사 2건 공개

(제주=연합뉴스) 고성식 기자 = 제주4·3이 발생한 1948년 무장대와 경비대의 평화회담 이후 미군정 책임자가 '무차별 사살을 명령했다고 발언했다'거나 '무차별 사살을 수용했다'는 당시 신문 기사가 발견됐다.

4·3, 미국에 묻다
[제주4·3평화재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허호준 한겨레신문 기자는 '4·3, 미국에 묻다'(도서출판 선인) 저서에서 "1948년 5월 5일 미군정장관 딘 소장 등이 참석한 제주도 현지 회의와 관련해 당시 11연대장 작전참모가 군정장관 딘 소장과 조병옥 경무부장이 '무차별 사살 명령'을 내렸다는 내용이 담긴 신문 기사를 2개 발견했다"고 밝혔다.

허 기자에 따르면 대한일보는 1948년 8월 15일 자 '국방경비대 시찰기'에서 제11연대 부연대장 임부택 대위의 발언을 기사화했다.

대한일보는 '임 대위는 "그들(딘 장관, 조병옥 경무부장)은 백주에 감행하는 폭도의 살인, 방화, 파괴 등을 목격하고 지상의 술책으로 경비대는 폭동을 진압하고 경찰은 본래의 사명인 치안을 확보하라고 명령하였다. 이러하여 특별부대로 파견되었던 것이 바로 11연대의 전쟁병이다"고 말했다'고 썼다.

해당 기사에서는 "특히 임부택은 '딘 장관과 조 부장은 단시일 내에 사건 수습을 하라하며 불응자를 무차별 사살하라고 명하였다'고 발언했다"고 전했다.

대한일보 1948년 8월 15일 자 '국방경비대 시찰기' 중
[허호준 기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대한일보의 1948년 6월 8일 자 또 다른 기사에서도 '회의 석상에서 경무부장은 역시 무차별 사살을 주장하고, 경비대 제9연대장은 선무공작으로 화평진압책을 주장하였으나 딘 장관의 명령으로 5월 8일 제9연대장 경질과 동시에 무력 행동을 개시하였던 것'이라고 돼 있다.

허 기자는 이와 관련 "조 경무부장은 무차별 사살을 주장했고 딘 장관이 이를 수용했다"고 분석했다.

이는 김익렬 제9연대장의 회고록에서 1948년 4월 당시 김익렬이 무장대 총책 김달삼과 평화회담을 해 합의에 이르렀지만 1948년 5월 딘 장관의 참여한 수뇌부 회동 이후 상황이 바뀌었다는 증언을 뒷받침한다.

허 기자는 또 이 책에서 "1949년 1월 이승만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제주도 사태는 미 해군이 기항하여 호결과를 냈다'고 한 발언 이면에는 한국 정부 관계자들의 간절한 요청이 있었으며, 이러한 요청을 받아들인 미 해군 함정이 3시간 남짓 기항한 사실을 밝혀냈다"고 말했다.

허 기자는 해방 직후 패망한 일본군의 제주도 자치기구 결성 운동을 경고하는 문서와 제주도에서 미군과 일본군 사이에 체결된 영문 및 일문 항복문서 등을 발굴해 이 책에서 공개했다.

이 책에는 이밖에 유엔에서의 미국의 제주도 군사기지설에 대한 미·소 대표의 논란과 제주도 5·10선거에 대한 소련 대표의 발언이 담긴 자료, 미국 대통령 트루먼과 미 의회 지도자들이 많은 제주도민의 희생을 인지했지만 무관심했음을 보여주는 새로운 자료들도 담겼다.

허 기자는 "미국은 1949년 8월 15일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전에는 미군정의 형태로 직접 개입을, 그 이후에는 군사고문단이나 미 사절단 등의 이름으로 직·간접 개입을 통해 토벌을 조장했다. 미국의 개입을 연구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이유다"라고 설명했다.

'4·3, 미국에 묻다'는 제주4·3평화재단의 '2020년 학술연구지원사업'에 선정된 연구다.

허 기자는 지난 30여 년간 신문사 기자로 제주4·3의 실체에 대해 취재해 왔고 석사와 박사 논문 및 각종 사료 분석을 바탕으로 4·3과 미국의 관계를 분석해 왔다.

kos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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