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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민족의 뿌리가 북방?…5천년 전 한반도서 자생적으로 형성"

송고시간2017-02-06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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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하 명예교수 '한국민족의 기원과 형성 연구' 출간

신용하 서울대 명예교수. [연합뉴스 자료사진]

신용하 서울대 명예교수.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올해 팔순을 맞은 사회학자인 신용하 서울대 명예교수의 전공 분야는 독립운동사와 독도다. 그가 작년까지 내놓은 저서 56권의 면면을 살펴보면 '독립', '근대', '독도'라는 단어가 들어간 책이 대부분이다.

그런데 신 명예교수는 간혹 '한국민족의 형성과 민족사회학', '고조선 국가형성의 사회사'처럼 우리 민족의 뿌리를 탐구한 저작을 내놓기도 했다.

서울대학교 출판문화원이 최근 출간한 '한국민족의 기원과 형성 연구'는 그의 학문적 성과를 집대성한 책이라고 할 만하다. 그는 '민족'의 관점으로 '한국민족의 기원은 무엇인가'와 '한국민족이 어떻게 발전해 왔는가'라는 두 가지 주제를 규명한 이 책에서도 고조선과 그 이전, 구한말에 초점을 맞춘다.

그간 한국민족의 기원에 대해서는 여러 학설이 존재했다. 이들 주장의 공통점은 한국민족이 북방에서 왔다는 것. 저자는 이에 대해 '자생적 형성론'을 내세우며 반박한다.

그가 주목하는 사건은 약 5만년 전에 찾아온 빙하기다. 지구가 꽁꽁 얼어붙으면서 북위 40도 이북은 인류가 살 수 없는 동토가 됐고, 많은 구석기시대 인류가 추위를 피해 동굴이 많은 한반도로 내려왔다는 것이다.

한반도에 인구가 밀집하면서 불거진 문제는 식량 부족이었다. 식량난에 시달리던 한반도의 인류는 1만2천년 전 빙하기가 끝나면서 이주를 시작한다. 저자는 그중 중국 랴오허(遼河) 서쪽 지방에 정착한 민족을 '맥족', 랴오허 동쪽부터 연해주에 터를 잡은 민족을 '예족'으로 나누고, 한반도에 남은 사람들은 '한족'이 됐다고 주장한다.

그러다 약 5천년 전 한족, 맥족, 예족이 결합해 고조선이 건국하면서 비로소 한국민족이 탄생한다. 세 부족은 혼인을 통해 사회생활과 경제생활을 공유하는 공동체가 된다.

그는 민족의 사회학적 정의가 '언어, 지역, 문화를 매개로 결합한 인간공동체'라고 소개하면서 "한국민족의 자생적 형성에는 고(古)한반도에서 생활한 초기 신석기인이라는 뿌리 깊은 배경이 있었다"고 말한다.

한국민족의 기원을 조명한 저자는 한국민족의 발전 과정을 '원민족', '전근대민족', '근대민족'이라는 세 단계로 분석한다. 역사를 고대, 중세, 근대로 나누는 것과 같은 논리다.

고조선의 탄생으로 원민족이 형성됐다고 본 저자는 신라의 삼국통일로 전근대민족이 일단 완성되고, 고려의 건국으로 완결됐다고 설명한다.

근대민족으로의 전화(轉化)는 19세기에 일어난다. 신분제 폐지를 요구한 동학(東學)이 일례다. 또 한문을 포기하고 한글 쓰기를 도입한 독립신문 창간, 신식학교 설립도 한국민족이 근대민족으로서 이뤄낸 산물이다.

하지만 저자는 민족의 발전에 비해 국가의 변동은 뒤처졌다고 진단한다. 황제와 수구파 고위 관료들이 기득권을 잃지 않으려고 국가의 체제 개혁을 회피했다는 것이다.

이번 저작에서 신 명예교수는 우리 역사를 민족의 관점으로 새롭게 풀어내려고 시도했다. 참신하다는 평가를 받을 수도 있지만, 한국민족의 우수성을 지나치게 강조해 민족주의 사관에 갇혀 있다는 비판이 제기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464쪽. 3만5천원.

"한국민족의 뿌리가 북방?…5천년 전 한반도서 자생적으로 형성" - 2

psh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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