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 토끼와 거북 이야기
by Silla on 2020-12-13
춘추가 청포(靑布) 3백 보를 왕이 총애하는 신하 선도해(先道解)에게 몰래 주었다. 도해가 음식을 차려와 함께 술을 마시다가 무르익자 농담하듯 말하였다.
“그대는 또한 일찍이 거북이와 토끼의 이야기를 들어보았소? 옛날 동해 용왕의 딸이 심장에 병이 났는데 의원이 ‘토끼의 간을 얻어 약을 지으면 치료할 수 있습니다.’라고 말하였소. 하지만 바다 속에는 토끼가 없으니 어찌하지 못하였소. 거북이 1마리가 있어 용왕에게 ‘제가 능히 그것을 얻을 수 있사옵니다.’라고 아뢰었소. 이윽고 육지에 올라 토끼를 보고는 ‘바다 속에 섬이 하나 있는데 샘은 맑으며 돌은 하얗고 수풀은 무성하고 과일은 맛이 좋으며 추위와 더위는 이르지 못하고 매와 송골매도 침입하지 못한다. 네가 만일 가기만 한다면 편안하게 살 수 있어서 걱정이 없을 것이다.’라고 말하였소. 이로 인해 토끼를 등에 업고 2~3리 정도 헤엄쳐 가다가 거북이가 돌아보며 토끼에게 ‘지금 용왕의 딸이 병이 들었는데, 모름지기 토끼의 간이 약이 되는 까닭에 수고를 꺼리지 않고 너를 업고 왔을 따름이다.’라고 하였소. 토끼가 말하였소.
‘아! 나는 신명(神明)의 후예라 능히 오장(五藏)을 꺼내 씻어 넣을 수 있다. 일전에 잠시 마음이 어지러워 마침내 간과 심장을 꺼내 씻어 잠깐 바위 아래에 두었는데 너의 달콤한 이야기를 듣고 곧바로 오느라 간은 여전히 거기에 있으니 어찌 간을 가지러 되돌아가지 않겠는가. 그렇게 하면 너는 구하는 것을 얻게 되고 나는 비록 간이 없어도 또한 살 수 있으니 어찌 양자가 서로 좋지 않겠는가.’
거북이는 그 말을 믿고 돌아가 겨우 해안에 이르렀는데 토끼가 도망치며 풀 속으로 들어가 거북이에게 ‘어리석구나, 그대여. 어찌 간 없이 살 수 있는 자가 있겠는가?’라고 하였소. 거북이는 근심하며 아무 말도 못하고 물러갔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