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1월호]

‘민주화운동’ 과 ‘ 내란’ 사이

5.18 재평가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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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주천(원광대 사학과 교수)

5.18 광주비극을 계기로 한국사회가 급속도로 좌경화되고 5.18을 거론하면 유관단체로부터 공격받을 가능성이 높아 모두가 기피하게 된다. 그렇지만 5.18 진실규명은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중대한 과제이기에 공정하게 재평가 돼야 한다.

보상금과 각종 특혜로 성역화

5.18사태는 1980년 김대중에게 내란음모죄로 사형판결 했다가 1995년과 96년 대법원이 민주화운동으로 해석하여 성역화(聖域化) 되고 말았다.
8.18의 성역화로 5,000여명에게 보상금을 지급하고 공무원 시험 가산점 10% 등 각종 특혜가 주어지고 있다. 또 5.18에 관해 이의를 제기하면 유관단체들로부터 고소를 받게 되고 신체적 위험상황에 몰리게 된다.
2013년 7월 10일에는 3년간 호남 남자와 사귄 부산여인이 DJ와 5.18을 비판했다는 이유로 9군데나 난자당한 피해를 입었다. 범인은 경찰조사에서 아무런 죄의식 없이 당당하게 범행과정을 설명했다.
5.18의 성역화가 마치 1인 독재보다 더 무서운 ‘대중독재’(Mass Dictatorship) 시대를 개막시킨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5.18의 재조명은 ①사망자가 많은 대형사건 ②90년대의 판결이 80년대 판결과 너무나 달라 위헌성 시비가 남아 있는 점 ③한국사회의 친북 좌경화 물꼬를 튼 점 ④탈북자들이 북한에서 가져온 소식으로 의혹이 증폭되고 있는 점 ⑤국정원 등 국가기관이 진실규명을 방해하고 있는 점 ⑥5.18에 관한 상반된 시각이 지역감정을 악화 시킬 수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불가피하다는 주장이다.

무장시위 키워드는 민족민주와 반미

재미 사학자 김대령 박사가 ‘역사로서의 5.18’ 전 4권을 통해 ①5.18 배후 조종세력의 정체 ②시민군이 광주교도소를 5~6차례나 습격한 이유 ③순식간에 30군데 교도소를 습격할 수 있었던 정보망 등을 깊이 지적했다.2013-10-27_150112.jpg
김 박사는 5.18 주동자의 조직, 이념, 배후세력 등은 광주 운동권의 계보와 뿌리와 닿는다고 지적했다. 또 YS정부시절 대법원 판결은 위헌성이 가득한 엉터리 판결이라며 구체적인 항목을 들어 비판했다.
김대령은 시위군중이 공공건물에 방화한 것은 폭동이고 무장 시민군이 시청과 도청을 접수한 것은 반란행위인데 ‘5.18이 국헌문란인가’, ‘헌정질서 수호인가’를 물었다.
광주사태의 성격상 무장시위 주동자들의 핵심 키워드는 ‘민족민주’와 반미로서 ‘파리코뮌’(1871)을 모델로 광주를 해방구로 만들기 위한 무장봉기로 볼 수 있다. 광주사태의 배후세력은 빨치산(박현채, 장두석)과 남민전 잔존세력, 민청학련, DJ사조직인 민청협과 국민연합 등이며 5.18선전과 홍보를 담당한 행동조직은 황석영의 극단 ‘광대’였다.
또 시위 주동자들을 3분류하면 광주운동권, 코뮌주의 혁명가 그룹(윤한봉과 윤상원), 가톨릭농민회(서경원) 등이다.
그동안 광주사태의 비극은 DJ를 포함한 재야인사와 학생들을 체포, 연행하고 계엄령을 확대한 것이 기폭제가 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김대령 박사는 사전에 준비된 무장폭동 성격으로 시민 저항권 차원의 봉기가 아니라고 해석했다.

옛 빨치산과 광주운동권 연계

계엄령 전국 확대 당시 왕년의 빨치산들과 운동권 조직이 민란을 준비하여 4.19 때처럼 최규하 대통령이 하야할 것으로 예측하고 YS가 손을 쓰기 전에 DJ가 먼저 내각을 임명하면 그들의 세상이 올 것으로 확신하고 있었다. DJ는 이미 예비내각을 짜놓고 있었다.
김대령 박사는 5.18 주동자들이 내세운 이념이 ‘자유민주’가 아니라 헌법과 배치되는 ‘민족민주’ 임을 여러 문건에 적시됐다고 지적했다. 또 전남대 총학생회가 발표한 ‘민족민주화성회’에서도 민족민주 세력이 역사적 주체이라고 강조했다.
김 박사는 민족민주 진영이 대법원 판결처럼 헌법수호 기관이었다면 김일성이 공작금을 지원해주었겠느냐고 반문했다. 김일성이 후원한 김대중, 김일성 친서를 보낸 문익환, 불법 방북한 가톨릭농민회 서경원, 여간첩 이선실과 연루된 광주사태의 배후조직책 장기표, 민중당의 김낙중 등이 민족민주 진영이었다고 지적했다.
또 80년대 대학총학생회를 장악한 주사파들의 등장도 결코 우연히 아니라 5.18 사태가 뿌린 씨앗이라는 주장이다.
김대중의 ‘대중경제론’을 대필해 준 박현채가 박정희의 산업화에 대항이론을 만들어 주었고 조정래의 태백산맥 주인공 모델이 바로 박현채였다고 김대령은 주장했다. 또 윤한봉은 무장봉기를 배후에서 기획한 혁명 연출가로 5.18기념재단 이사장으로 있으면서 3차례에 걸쳐 구술한 녹취록에서 전남 일대 무기고를 사전 답사한 내용을 밝혔다.
윤상원은 전남대 총학생회장 박관현을 여수로 도피시킨 후 무장봉기를 지휘한 실천가이다. 그는 파리코뮌을 철저하게 연구한 코뮌주의자로 시민투쟁위 대변인, DJ 외곽단체인 국민연합 사무국장으로 진압군에 의한 사망이 아니라 수류탄 자상으로 죽었다.
파리코뮌식 혁명은 내란을 유도하는 방식임이 윤한봉의 구술에도 나온다. 시민과 대학생들을 거리로 나오게 만들어 유언비어를 무기로 분노를 자아내면 진압군과 충돌하여 피를 흘리는 장면이 연출될 수 있다. 광주사태는 주동자들이 각본대로 성공한 것은 아니지만 비극의 피를 뿌리는 데는 성공한 것이다.

탈북자들이 가져온 북한개입설

광주사태는 12.12 사건 이후 신군부와 이에 맞선 재야 및 DJ 사조직 간의 대결인 셈이다.
전두환 신군부에 대한 문책은 ‘전두환 내란설’이고 광주사태와 DJ 사조직에 대한 문책은 ‘김대중 내란설’이다. DJ가 1980년 재판에서 내란음모 판결을 받았지만 공소시효가 끝난 96년 재판에서는 전두환 내란으로 판결됐다.
과연 전두환과 김대중 어느 쪽에 정치적 책임을 물어야 할까. 앞으로 분명히 재조명이 있어야만 한다.2013-10-27_150216.jpg
2006년을 고비로 탈북자들이 늘어나면서 북한개입설이 꾸준히 제기됐다. 김일성, 김정일이 남한 유혈사태에 팔짱끼고 지켜보지 않는다는 사실을 모르는 이가 없다.
탈취한 장갑차를 몰고 질주한 자의 정체, 무장한 복면 난동자의 정체, 장발에 군복차림으로 학생들을 땅바닥에 꿇게 한 정체불명의 군인, 평양과 원산 지역에서 실시간 상황방송과 시민피살 사진의 동영상을 실시간 방영한 사실 등을 생각해 보라. 또한 제10묘역에 있는 시신 없는 66구의 행방불명자와 민주화 보상을 받고 유가족들이 시신을 찾아 달라고 요구하지 않는 경우는 무엇 때문일까.
북한은 5.18 추모행사를 갖고 각종 행사와 기계 등에도 5.18 명칭을 붙이고 있다. 또 5.18 당시 경찰관 10여명을 인질로 잡은 공로로 보상금 2억원을 받은 윤기권이 91년 북으로 도주한 사건은 무엇인가. 탈북자들은 모두가 북한이 전략적으로 김일성이 김대중의 봉기에 개입했다고 증언했다. 앞으로 5.18 연구는 북한이 어떤 식으로 개입했으며 남민전, 김대중, 북한과의 3각 커넥션을 밝히는데 주력해야 할 것이다.

김대중 지지기반은 민청학련과 남민전

1980년 봄의 김대중 지지기반은 김일성이 지원한 ‘민청학련’과 남조선민족해방전선(남민전) 사건 관련자들이다. 김일성에게 충성맹세한 남민전 전사들이 김대중을 적극 지지하여 민주투사로 행세했다. 이들과 광주 운동권과는 긴밀한 관계로 광주교도소 습격은 공안사범들을 구출하기 위한 작전이었다.
저자 김대령 박사는 무장시위의 총사령부가 된 무등산의 증심사 승려로 위장한 간첩 손성모의 활약에 관해 자세히 설명했다. 손은 1981년 문경에서 체포되어 재판을 받으면서 자신은 “김일성을 몹시 존경하는 김일성 주의자일 뿐 간첩이 아니라 통일운동가”라고 강변했다. 그런 간첩 손이 김대중 집권 시 인도적 차원이란 미명 아래 비전향 장기수와 함께 북송됐다.
김대령 박사는 또한 탈북자들의 증언을 통해 북한 특수군의 개입 가능성을 지적했다. 탈북자들의 증언록 ‘화려한 사기극의 실체’에 ‘평양사자’로 나오는 장중한은 문익환 목사에게 보내는 김일성 친서 전달자라고 설명했다.
김대령 박사의 ‘역사로서의 5.18’은 지만원 박사의 ‘수사기록으로 본 12.12와 5.18’과 함께 성역화 된 5.18 역사연구의 새로운 이정표가 될 것으로 믿는다. 5.18 역사를 공정하게 재조명하는 것은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바로세우는 애국운동으로 인식해야 할 것이다. (2013. 8. 26 부산강연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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