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두족 vs 말겁자
by Silla on 2022-10-07
중국의 사서에는 만주에 황두족이 살고 있었다고 한다.
黃頭, 즉 노랑머리라는 말에서 이미 외모가 황인종이 아닐 거라는 짐작을 할 수 있다. 수염과 머리털이 노랗고 눈동자는 녹색, 황색 그리고 흰색이 많다는 설명까지 들으면 그러한 짐작은 더욱 굳어진다.
그러면 왜 이곳에 백인종이 살게 되었을까?
두 가지 가능성이 있는데, 하나는 타림 분지에서 발견되는 백인종의 미라와 연결한 것으로, 원래 이곳에는 백인종이 살고 있었는데 다른 지역이 황인종으로 교체될 때 황두족만 산림에 고립되어 그때까지 존속했다는 설명이 있을 수 있다. 기록에도 황두족은 산에 사는데 금나라가 황두족을 토벌하기 위해 군대를 보냈으나 산 아래에서 막혀 그들의 소굴에 오를 수 없었다고 되어있다.
또 하나는, 초원길과 연결한 것으로, 초원길을 따라 유럽에서 이곳까지 백인종이 흘러왔다는 설명도 가능하다. 로마의 황금보검이나 유리잔이 신라로 흘러왔다고 추정되는 그 길이다. 길이 있으면 사람도 흘러가기 마련이다. 그래서 초원에 살던 흉노니 몽고니 여진이니 하는 북방 민족은 단일 혈통이 아니었다.
한편, 황두족은 우직하고 용감해서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래서 금나라가 전쟁을 벌일 때마다 그들을 선봉에 세우고 경군(硬軍, 강한 군대)이라 불렀다고 한다.
여진은 읍루, 물길, 말갈 등으로 불리던 종족으로 거란의 요나라를 격파하고 북중국까지 정복했던 종족이다. 그런 여진이 선봉에 세웠다고 하니 황두족의 용맹함을 짐작할 수 있겠다.
황두족 옆에는 더 무시무시한 종족이 살고 있었다.
거란이 요나라를 세웠을 때 황두족은 황두실위라 불렸는데, 실위 및 수실위와 함께 말겁자를 에워싸고 있었다. 말겁자는 길에서 사람을 만나면 문득 죽여 그 고기를 날로 먹으므로 거란 등의 나라가 모두 두려워했다고 한다. 거란 기병 5기라도 한 명의 말겁자를 만나면 모두 흩어져 달아났다고 한다.
말겁자의 서남쪽에는 우체 돌궐이 있었다.
그들은 사람의 몸을 하고 있으나 발은 소 발굽이었다.
또 말겁자의 북쪽에는 구국이 있었다.
그들은 사람의 몸을 하고 있으나 머리는 개였다. 털이 길고 옷을 입지 않으며 맨손으로 맹수를 잡았다. 개 짖는 소리로 말을 하나 아내는 모두 사람이라 중국말을 할 줄 알았다. 남자가 태어나면 개가 되고 여자가 태어나면 사람이 되는데, 서로 혼인하여 동굴에 살며 남자는 음식을 날로 먹고 여자는 사람처럼 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