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제권’ 전북지역서 가야 유물 발견

박용근 기자

전북 장수서 200여기 옛 무덤 “봉분 구조 가야형”

“이렇게 큰 무덤이 무더기로 발견된 것은 백제권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가야시대 본방에서도 이렇게 많은 고총들이 발견된 곳은 없습니다. 가야 소국 왕의 무덤일 가능성도 있지요.”(군산대 곽장근 교수)

백제문화권인 전북 동부산악지대에서 가야시대 문화유산이 무더기로 발견됐다. 전북 장수를 지나는 대전~통영 간 고속도로와 익산~장수 간 고속도로 공사가 진행되면서 이뤄진 문화유적 발굴조사가 시발점이 되었다. 학술조사 결과 고령, 김해 등 경남지방을 중심으로 알려진 가야의 영역이 5~6세기까지 전북 동부산악지대에까지 이른 것으로 추정된다.

남원과 진안 등 동부산악권의 가야문화는 특히 장수군에 집중적으로 분포되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금까지 장수군에서 발굴된 가야 문화유적은 방대하다. 고총의 경우 장수읍 동촌리 83기를 비롯해 장계면 삼봉리 41기, 월강리 23기, 장계리 20기, 호덕리 41기 등 총 208기가 확인됐다. 당시 세력을 지키기 위한 5곳의 산성과 14곳의 봉수도 속속 밝혀지고 있다.

백제문화권으로 알려진 전북 장수군 일대에서 가야시대 문화유적이 대거 발굴돼 학계의 관심을 끌고 있다. 오른쪽 사진은 발굴된 청동기 유물. | 장수군 제공

백제문화권으로 알려진 전북 장수군 일대에서 가야시대 문화유적이 대거 발굴돼 학계의 관심을 끌고 있다. 오른쪽 사진은 발굴된 청동기 유물. | 장수군 제공

장수군 가야문화 발굴작업은 오래전부터 시작됐다. 1996년 천천면 삼고리 고분군을 시작으로 발굴조사를 시작했다. 군산대학교 박물관이 나서 장수군 전 지역을 대상으로 실시한 문화재 지표조사에서는 장수읍 동촌리 일원에 고분군이 자리하고 있음을 발견했다. 이 고총이 가야의 것임은 봉분구조에서 드러났다. 봉분의 크기가 20~30m에 이르는 대형고분이 200여기나 발견된 것이다. 백제에서 이런 고분은 왕릉 빼고는 없다. 가야에도 대형고분이 군집을 이루기는 했으나 200여기가 발견된 것은 이례적이다.

군산대 곽장근 교수(51·사학과)는 “장수권에서 유일하게 밀집된 수백여기의 고총은 호남의 상징적 관문인 육십령 고개를 장악했던 가야계 소국이 자리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려준다”면서 “가야본국에서도 발견되지 않았던 대형봉분이 무더기로 나온 것은 상상을 초월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지금까지 학술조사 결과를 종합하면 장수지역에 5~6세기 초엽까지 국가형태를 유지하면서 발전한 가야세력이 있었다는 것이다. 이는 그간 호남지방이 백제 영토였다는 일반적인 인식을 뒤집는 것이기도 하다.

장수군은 지난 10월 ‘백제와 가야 그리고 신라의 각축장 금강상류지역’이란 주제의 한국 상고사학회 학술발표대회와 제8차 가야문화권 14개 시장·군수협의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는 가야문화권 종합개발계획 수립 등 6개 안건이 처리되는 결실을 맺었다.

장재영 장수군수는 “가야고분 발굴을 위해 내년에 토지매입과 기초조사 용역에 나서는 등 그간 무관심했던 역사 재정비 작업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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