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감정 책임론' 공방 확산…"1차적 책임 金대통령에 있다"

  • 입력 2000년 3월 3일 19시 17분


자민련 김종필(金鍾泌)명예총재가 2일 지역감정과 관련한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책임론을 거론한 데 이어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도 이에 본격 가세하고 나섬으로써 ‘지역감정 책임’을 둘러싼 정치적 공방이 확산, 가열되고 있다.

한나라당 이회창총재는 3일 대구 ‘필승결의대회’에서 “지역감정을 일으킨 1차적 책임은 김대통령에게 있다”면서 “김대통령이 87년 대선 때 ‘4자필승론’을 들고 나와 영남을 분열시키고 충청권은 JP, 자신은 호남권으로 나누는 바람에 지역주의가 심화됐다”며 김대통령을 정면 공격했다. 이총재는 또 “김대통령은 대통령 당선 이후 지역편중 인사를 해 지역간 갈등 의식을 증폭시킨 데 대해서도 통렬한 반성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자민련과 한나라당이 지도부 유세 등을 통해 김대통령의 책임론을 집중 제기한 데 대해 민주당은 강력히 반박, 비난하면서 지역감정 논란을 조기 차단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기로 했다.

민주당의 정동영(鄭東泳)대변인은 이날 선거대책위 간부회의가 끝난 뒤 “역사의 유물이 돼야 할 지역감정 논란이 새 천년 벽두부터 벌어지는 것은 대단히 유감스러운 일”이라며 “지역주의는 71년 대선 때 김대중후보가 출마했기 때문에 생긴 것이 아니라 유신 이후 지역차별이 노골화하면서 형성된 것으로, 김대통령은 지역주의의 최대 피해자”라고 주장했다.

정대변인은 또 김명예총재는 71년 대선 당시 공화당정권이 영남단결론으로 지역감정을 자극했다는 사실, 87년 당시 영호남을 막론하고 상대지역 후보에 대한 폭력사태가 있었다는 사실을 왜곡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정치권의 이같은 공방에 대해 시민단체들은 성명을 내고 “지역감정을 부추김으로써 선거에서 이익을 보려는 정치지도자들은 책임을 져야 한다”면서 “선관위 차원에서도 적절한 응징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한나라당 박근혜(朴槿惠)부총재는 “지역감정의 최대 수혜자는 바로 김대통령”이라며 “본인의 잘못을 알면서도 남에게 덮어씌우는 행동은 지도자로서의 기본 자격조차 의심케 하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자민련 변웅전(邊雄田)선대위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김명예총재의 발언은 김대통령이 3·1절 기념사에서 5·16 이후 박정희(朴正熙)전대통령에 의해 지역감정이 생겼다고 책임소재를 거론한 데 대한 진실규명 차원에서 나온 것”이라고 해명한 뒤 “지역감정의 최대 수혜자인 김대통령은 더 이상 지역감정을 거론해선 안된다”고 주장했다.

<윤승모박제균기자> ysm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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