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사태를 계기로 문재인 정부 비판의 선봉에 섰던『조국흑서(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저자들의 기류가 최근 묘하게 달라지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등 여권에 대한 비판 기조는 그대로지만, 국민의힘 대선 주자들을 놓곤 입장이 갈리는 모양새다.
윤석열 전 검창총장의 ‘전두환 발언’을 두고는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와 권경애 변호사가 비판을 쏟아냈다. 윤 전 총장은 19일 “전두환 전 대통령이 쿠데타와 5·18만 빼면 정치를 잘했다는 분들도 있다. 호남 분들도 그런 이야기를 하는 분이 꽤 있다”는 취지로 발언해 논란을 빚었다.
진 전 교수는 같은 날 라디오에서 “태극기 부대 등 극히 일부에만 호소하는 발언”이라며 “정치를 잘못 배우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 또 그런 걸 정치라고 생각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든다”고 지적했다. “내가 말만 하면 앞뒤를 다 떼고 비판한다”는 윤 전 총장의 반박을 두곤 “실언을 스스로 망언으로 만드는 중”이라고 꼬집었다.
권 변호사도 “윤 후보는 불필요한 언행으로 끊임없이 논란을 야기하고, 원인을 성찰하지 않고 왜곡이라 대응하면서 아집을 드러낸다”며 “적극적이고 공개적인 지지를 표명하기 참 부끄럽게 만든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윤 후보의 연이은 망언으로 홍준표 후보가 어부지리로 결선에 진출하는 최악의 상황이 벌어지는 건 아닐까”라며 “이재명은 대통령이 될 수 없을 것이란 안도감으로 편안했던 상태가 아찔해진다”고 덧붙였다.
18일 원희룡 전 제주지사의 유튜브 방송에 출연한 권 변호사는 원 전 지사에 대한 호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는 “(방송에) 다녀와서 좋은 감정, 돕고 싶은 마음이 한층 커졌다”고 했다.
다른 저자들에 비해 윤 전 총장을 적극 지지하는 입장인 서민 단국대 의대 교수는 14일 윤 전 총장이 추미애 전 법무부장관을 상대로 낸 ‘정직 2개월’ 징계처분 취소 청구 소송서 패소하자 실망감을 드러냈다. 그는 블로그에 “윤석열 정직은 정당했다”며 “윤 전 총장이 판결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이고 국민에게 사과 메시지를 내주길 바랐지만, 반응을 보며 그에게 처음으로 실망한다”고 적었다. 이어 “추미애씨, 이 건에 한정해서 욕한 거 사과드린다”며 ‘#대선에서 윤 후보가 이길 수 있을까 갑자기 걱정된다’는 해시태그를 달았다.
해당 글이 논란이 되자 서 교수는 다음 날 “윤 후보에 대한 지지 철회는 아니다”며 “전 한 사람에게만 충성한다. 쌍욕을 하거나 대장동 개발로 측근에게 돈을 몰아주는 일만 안 한다면 더 열심히 지지할 것”이라고 진화에 나섰다.
서 교수와 진 전 교수는 최근 견해차를 드러내며 충돌하기도 했다. 지난달 문재인 대통령의 아들 문준용씨의 특혜 의혹을 비판한 윤석열 캠프 측을 향해 진 전 교수가 “문화예술에 대한 이해가 천박하다”고 저격하자 서 교수가 “난 그냥 천박하련다”고 반박한 게 대표적이다. 같은 달 말 “정권 교체를 하면 최소 백 년은 좌파가 집권하지 못하게 하자”는 서 교수의 발언을 두곤, 진 전 교수는 “이분 요즘 왜 이러나”라며 “절대권력은 절대 부패하는 법”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또 다른 저자인 김경율 회계사는 야당 대선주자에 대한 평가를 자제하고 있다. 대신 김 회계사는 최근 ‘대장동 개발 의혹’을 연일 제기하며 이재명 후보 저격에 올인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