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방서 노예생활' 40대 女 처참한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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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09.11.04. 오전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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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뉴시스】맹대환 기자 = '노예생활'에서 막 벗어난 그녀의 몸은 만신창이였다. 그녀의 시선은 아래로 깔린 채 불안한 듯 주위를 자주 두리번거렸다.

4일 오전 10시께 전남경찰청 여경기동수사대 사무실. 전남 광양의 한 다방에서 3년 동안 노예생활을 견뎌온 A씨(47.여)가 몸을 잔뜩 웅크리고 있었다.

키 156㎝ 가량에 왜소한 체구인 그녀는 한 눈에 보기에도 '처참함' 그 자체였다.

머리는 수십군데가 흉터자국으로 듬성듬성 패여 있으며, 이마에도 최근에 딱지가 떨어진 것으로 보이는 자국들이 선명했다.

오른손 새끼 손가락은 찢낀 채 퉁퉁 부어있으며, 앞니 4개와 아랫니 1개도 빠져 있었다.

움푹 들어간 그녀의 눈빛은 오랜기간 폭력과 억압에 상처받아 경계심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져 있었으나, 시간이 지날수록 악몽에서 깨려는 의지도 조금씩 묻어났다.

그녀가 악몽의 나락에 발을 처음 내디딘 것은 18년 전 이혼 후 충남 대천 시댁에 맡긴 아들이 4살이던 해였다. 아들의 양육비를 벌기 위해 강원도 고성지역의 다방에서 주방일을 시작한 것이다.

그녀는 시댁에 양육비로 매달 50만~60만원씩 보내며 아들과 함께 살 날만을 손꼽아 기다렸다.

그러던 중 평소 안면이 있던 전남 광양의 다방 여주인이 함께 일하자며 제의해 왔고 그녀는 친정인 여수와 가깝다는 생각에 내려왔다.

하지만 이 것이 '노예생활'의 단초가 됐다. 처음에는 호의를 베풀던 여주인이 시간이 지나면서 폭력을 휘두르기 시작한 것이다.

함께 일하던 여종업원들이 여주인의 감시를 피해 달아났다가 다시 잡혀오기라도 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그녀에게로 돌아왔다. '아가씨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이후 폭력은 온갖 이유와 함께 수시로 벌어졌다. 얼마 전에는 '대답을 잘 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여주인이 흉기로 왼쪽 복부를 찔렀다. 왼쪽 복부에는 8㎝의 칼 자국이 아직도 선명하다.

돈 한푼 받지 못한 그녀의 삶에 어느덧 폭력은 일상이 됐다. 그리고 그녀는 피폐한 몸을 이끌고 성매매까지 나섰다. 다른 여종업원들의 '선행학습' 탓에 탈출은 꿈도 꾸지 못했다.

그녀가 노예생활을 한 것은 지난 2006년부터. 3년 동안 그녀의 몸과 정신은 인간이 견딜 수 있는 최악의 상황까지 치달았다.

그녀에게 희망의 빛이 보인 것은 SBS시사프로그램 '긴급출동 SOS' 제작진이 사실확인에 나서면서부터다.

제작진은 시민 제보를 받고 그녀의 처참한 삶을 한달여에 걸쳐 끈질기게 확인했다. 그리고 결정적인 순간을 포착해 경찰과 함께 그녀를 구출했다.

그녀는 이날 경찰 조사를 마치고 제작진이 예약한 병원으로 이동했다. 차량에 오르기 전 그녀는 "아들이 벌써 22살이 된 것 같다. 아들의 얼굴이 보고 싶지만 어떻게 해야할 지 모르겠다"며 말끝을 흐렸다.

한편 경찰은 50대 다방 여주인을 성매매 알선 및 상해 혐의로 붙잡아 조사중이다.

mdhnews@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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