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 자살 안 해"…숨진 '이재명 대납 의혹 제보자'는 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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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2.01.12. 오후 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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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윤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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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모텔에서 유서 없이 숨진 채 발견…잇따른 의혹 제기 속 조속한 사망 원인 규명 요구하는 목소리 커져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의 이른바 '변호사비 대납 의혹'을 최초로 제기한 제보자가 숨진 채 발견돼 경찰이 사망 원인을 조사하고 있습니다.

제보자 이 씨는 어제(11일) 밤 8시 40분쯤 서울 양천구의 한 모텔에서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모텔에서 최근 상당 기간 머물러온 걸로 알려진 이 씨는 연락이 며칠째 닿지 않는다는 가족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발견됐습니다.

현장에서 이 씨의 유서는 발견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이 씨의 사망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경찰 관계자는 "타살 혐의점은 발견되지 않았다. 사인을 추정하기 어려워서 부검을 맡길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친문 단체가 공론화한 '이재명 변호사비 대납 의혹'…'S사가 변호사비 대신 내줬다?'

20년 가까이 민주당 당원으로 활동한 것으로 알려진 이 씨는 '친문' 단체로 꼽히는 깨어있는시민연대당(약칭 깨시연)에 '변호사비 대납 의혹'을 제보한 인물입니다.

'변호사비 대납 의혹'의 시점은 이재명 후보가 과거 경기지사로 있던 시절 본인과 아내 김혜경 씨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재판을 받던 때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이 후보 부부의 변론을 맡았던 이태형 변호사가 변호사비 일부를 이 후보가 아닌 S사라는 한 기업으로부터 전환사채로 받았다는 의혹입니다.

숨진 이 씨는 당시 이 변호사가 S사로부터 추후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채권인 전환사채 약 20억 원어치를 받았다고 주장해왔습니다.

이 씨는 여러 언론과 인터뷰에서 "이태형 변호사와 가까운 사이인 사업가 최 모 씨로부터 '변호사비 대납 의혹' 이야기를 처음 들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깨시연은 이 씨에게서 녹취록 등을 건네받아 지난해 10월 '이재명 변호사비 대납 의혹'이라는 이름으로 의혹을 공론화했고 이 후보가 변호사 선임료 지급 내역을 허위로 공표했다며 검찰에 고발했습니다.

이 후보 측은 이에 대해 이 씨와 깨시연이 허위사실을 유포했다며 맞고발한 상태입니다.

숨진 이 씨, 페이스북에 "절대로 자살할 생각 없어"…야권 "오싹하고 섬뜩한 우연"

이 씨가 숨진 채 발견되면서 사망 원인에 대한 의혹이 증폭되고 있는 가운데 이 씨가 지난달 SNS에 남겼던 글들도 주목받고 있습니다.

이 씨는 깨시연을 통해 의혹을 공론화하기 전인 지난해 여름 자신의 페이스북에 '변호사비 대납 의혹'과 관련된 글을 올리는 등 SNS를 통한 소통을 적지 않게 해왔습니다.

야권에선 이를 바탕으로 이 씨의 죽음에 석연치 않은 부분이 있다는 의혹을 잇따라 제기하고 있습니다.

국민의힘에서 '이재명 비리 국민검증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진태 전 의원은 이 씨가 지난해 12월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생(이번 생(生))은 비록 망했지만 전 딸·아들 결혼하는 거 볼 때까지는 절대로 자살할 생각이 없습니다"라는 글을 올렸다고 밝혔습니다.

김 전 의원은 "이 씨는 나하고도 몇 번 통화했는데 이분은 제보자라 자살할 이유가 없다"며 "변호사비 대납 관련 녹취록 3개에 다 등장하는 유일한 인물"이라고 말했습니다.

국민의힘과 함께 정의당도 이 씨의 죽음에 대한 진상 규명을 촉구하고 나섰습니다.

정의당 장혜영 선대위 수석대변인은 브리핑문을 통해 "이재명 후보를 둘러싼 의혹 관련 인물들의 갑작스러운 죽음만 벌써 3번째"라며 "우연의 연속이라고 보기에는 참으로 오싹하고 섬뜩한 우연"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씨의 사망 사실이 알려진 직후 민주당은 선대위 공보단 명의로 낸 입장문에서 "고인은 지난해 허위 주장으로 고발조치됐고 이미 사법당국이 수사 중인 사안인데도 불구하고 '변호사비 대납 의혹 폭로자 사망' 소식으로 전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민주당 선대위 측은 그러면서 "실체적 진실이 가려지기 전까지 이 씨는 '대납 녹취 조작 의혹'의 당사자라는 점을 유의해달라"고 언론에 당부했습니다.
 

'대장동 의혹' 숨진 유한기 · 김문기에 이어 3번째 사망…높은 관심 속에 부검 결과 주목


'대장동 의혹'의 실체를 밝힐 핵심 인물로 꼽혀왔던 유한기, 김문기 씨가 앞서 사망한 데 이어 '변호사비 대납 의혹' 제보자인 이 씨가 숨진 채 발견되자 사망 원인을 조속히 규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고 유한기 씨는 대장동 사업 개발 과정 당시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본부장을 맡았던 인물로 당시 공사 내 최고 실세 인물로 꼽혔던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에 이어 2인자를 뜻하는 '유투(유2)'로 불렸던 인물입니다.

유 씨는 대장동 개발의 민간 사업자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화천대유가 포함된 성남의뜰 컨소시엄이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되는 데 관여한 인물로 지목돼 수사를 받았습니다.

유 씨는 특히 당시 황무성 전 초대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에게 사장직을 사퇴할 것을 종용한 녹취록에서 "시장님 명을 받아서 한 거 아닙니까"라는 말을 한 걸로 드러나 논란이 되기도 했습니다.

성남도시개발공사에서 유 씨의 바로 아래 직급으로 일했던 고 김문기 전 개발1처장은 유 씨가 극단적 선택으로 사망한 지 11일 뒤에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대장동 개발 이익금의 배당률 등을 정한 사업 협약의 실무를 담당했던 김 씨는 대장동 개발에 깊숙이 관여한 인물로 지목돼 수사기관의 조사를 여러 차례 받았습니다.

다만 유서를 남기거나 자필 편지를 남기고 숨진 두 사람과 달리 이 씨에게서는 유서가 발견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사망 원인에 대한 수사가 아직 진행 중인 시점에서 확인되지 않은 의혹들이 여러 갈래로 증폭되고 있기 때문에 수사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경찰은 우선 이 씨가 머물던 모텔에 드나든 사람이 있었는지 CCTV 등을 확인하는 동시에 주변인 조사를 진행할 걸로 보입니다.

또, 부검을 통해 이 씨의 정확한 사망 원인을 규명할 예정입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상담전화 ☎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 129, 생명의 전화 ☎ 1588-9191, 청소년 전화 ☎ 1388, 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 들어줄 개’ 어플, 카카오톡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기자 프로필

2011년 기자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시대와 역사에 부끄럽지 않은 기사를 쓰겠다는 신념을 갖고 있습니다.

이 기사는 언론사에서 사회 섹션으로 분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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