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대 아달라왕이 즉위한 지 4년째 되던 해에, 동해의 바닷가에 연오랑(延烏郞)과 세오녀(細烏女)라는 부부가 살고 있었다. 어느 날 연오가 바닷가에 나가 해초를 따고 있었는데, 갑자기 바위 하나가 (또는 물고기 한 마리가) 연오를 태우고 일본으로 가 버렸다. 일본국 사람들이 연오를 보고 “이는 범상한 인물이 아니다.” 하고 이에 옹립하여 왕으로 삼았다. 세오는 남편이 돌아오지 않음을 괴이 여겨 가서 찾다가 남편이 벗어놓은 신이 있음을 보고 역시 그 바위에 올라가니 바위는 다시 그 전처럼 세오를 태우고 갔다. 그 나라 사람들이 이를 보고 놀라면서 왕에게 나아가 아뢰니 부부가 다시 서로 만나고 세오는 귀비(貴妃)가 되었다. 이때 신라에서는 해와 달이 광채를 잃었다. 일관(日官)이 나아가 아뢰기를, “해와 달의 정기가 우리나라에 있었는데 지금 일본으로 가버렸기 때문에 이러한 괴변이 일어난 것입니다.” 하였다. 왕이 일본에 사신을 보내어 두 사람을 찾으니 연오가 말하기를 “내가 이 나라에 온 것은 하늘이 시킨 일입니다. 지금 어찌 돌아갈 수 있겠소. 그러므로 나의 비(妃)가 짠 고운 명주가 있으니 이것을 가지고 하늘에 제사를 지내면 될 것입니다.” 하면서 이에 그 비단을 주었다. 사신이 돌아와서 아뢰자, 그 말대로 제사를 지낸 이후에 해와 달이 그 전과 같이 되었다. 그 비단을 왕의 창고에 잘 간직하여 국보로 삼고 그 창고를 귀비고(貴妃庫)라 하였다. 또 하늘에 제사를 지낸 곳을 영일현(迎日縣) 또는 도기야(都祈野)라 하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