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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선거 영향줬다는 말 없게, 수사 1월로 끊어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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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검찰총장 [뉴시스]

윤석열 검찰총장 [뉴시스]

 윤석열 검찰총장이 대검찰청 참모진에게 "검찰이 선거에 영향을 줬다는 말이 나오지 않게 관련 수사를 1월 중으로 끊고, 총선 이후에 본격적으로 수사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31일 확인됐다.

이에 따라 청와대의 울산시장 하명수사 및 선거 개입 사건의 핵심 피의자인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에 대한 본격적인 수사는 총선 이후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임 전 실장이 30일 11시간 동안 첫 검찰 조사를 받고 나오면서 "대체로 언론에 보도된 내용을 반복적으로 확인하는 과정이었다"고 말한 것에 대해서 법조계는 "본격적인 수사 전이라 수사팀의 히든카드는 총선 이후 수사에서 등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본격 총선 대비 모드…윤 "검찰발 기사 안 나오도록 해라"

지난 30일 전남 화순 금호리조트에서 광주광역시선거관리위원회 및 5개 구 위원회 합동으로 제21대 총선 비례대표 국회의원선거 수작업 개표 상황을 대비한 모의개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30일 전남 화순 금호리조트에서 광주광역시선거관리위원회 및 5개 구 위원회 합동으로 제21대 총선 비례대표 국회의원선거 수작업 개표 상황을 대비한 모의개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검찰청은 오는 4·15 총선을 앞두고 선거사범 단속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다음 달 10일 전국 18개 청 지검장 및 59개 청 공공수사 담당 부장검사 회의를 연다. 윤석열 총장 취임 후 첫 전국 검사장급 회의다.

검찰은 이날 회의에서 균형 있고 엄정한 수사원칙을 공유하고, 선거범죄 유형별 대처방안 및 선거 분위기에 편승한 불법행위 대처방안 등을 논의할 전망이다.

검찰은 보통 대형 선거를 앞두고 6개월 이상 준비한다. 미리 인사발령을 받은 담당 검사들이 관할 구역 내 선거 구도와 인물들을 사전에 파악할 수 있는 시간을 준다. 그래야 사건이 터졌을 때 상황 파악이 되고 신속하게 수사할 수 있어서다.

또 보통 선거 60~90일 전에는 전국 단위의 회의를 열어 선거 관련 통일된 수사 원칙을 공유한다. 일선 검사들이 지역별, 정당별로 수사의 강도나 기소 여부를 제각각 다르게 판단하면 공정성 시비가 붙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이런 계획이 틀어진 상태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이달 초 취임하면서 지난해 7월 이후 6개월 만에 다시 대규모 인사를 실시해서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선거가 임박해 인사를 내니까 검사들이 관할 구역 내 선거 구도를 파악하는 데 애로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윤 총장도 이번 선거 국면에서 실수가 없도록 연일 엄정 수사를 강조하고 있다. 특히 어느 정당이나 어느 지역에서 검찰 수사가 선거에 영향을 줬다는 이야기가 나오지 않도록 관련 수사도 사실상 중단하라고 지시했다. 수사하더라도 압수수색이나 소환 조사처럼 드러나게 하지 말고 총선 전까지는 최대한 조용히 수사하라는 게 윤 총장의 지시다.

윤 총장은 울산 사건에 대해서도 "피의자를 추가 기소해서 검찰발 기사가 나오지 않도록 주의하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울산 사건을 수사 중인 중앙지검 공공수사2부는 지난 29일 송철호 울산시장과 황운하 전 울산지방경찰청장,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 등 13명을 불구속기소했다. 핵심 피의자인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이광철 현 청와대 민정비서관은 기소 명단에서 빠졌다.

"보도 내용만 물었다"는 임종석…법조계 "히든카드는 마지막에"

2018년 지방선거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30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해 취재진 질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2018년 지방선거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30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해 취재진 질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임종석 전 비서실장은 30일 검찰 소환에 처음으로 응해 이날 오전 10시부터 약 11시간 동안 조사를 받았다. 임 전 실장은 조사를 마치고 나오면서 기자들에게 “모든 질문에 성실하게 설명했다”며 “대체로 언론에 보도된 내용을 반복적으로 확인하는 과정이었다”고 밝혔다. 선거개입 관련 증거를 검찰이 새롭게 제시했냐는 질문에는 “특별히 새로운 것은 보지 못했다”고 답했다. 임 전 실장은 검찰 조사에서 대부분 혐의를 부인하는 취지로 답변했다고 한다.

임 전 실장의 발언을 두고 일각에서는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한 인사가 검찰을 조롱하듯 말했다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법조계에서는 검찰이 울산 사건에 대한 수사는 두 달여간 집중적으로 해왔지만, 임 전 실장에 대한 수사는 이제 시작 단계에 불과하기 때문에 총선 이후 본격적인 수사가 진행될 것으로 내다봤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윤석열 총장이 총선 이후 본격 조사를 지시했기 때문에 수사팀이 가지고 있는 히든카드 역시 총선 이후에 나오게 될 것"이라며 "수사 전략상 보통 중요한 질문은 피의자의 신병처리 직전에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강광우 기자 kang.kwangw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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