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대법관 불러낸 '그분' 녹취록 의혹 뭐길래…이젠 사그라질까

입력
수정2022.02.23. 오후 5:27
기사원문
본문 요약봇
성별
말하기 속도

이동 통신망을 이용하여 음성을 재생하면 별도의 데이터 통화료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조재연 "김만배와 일면식도 없어…딸들 거주지 등 입증자료 제출 응하겠다"
대선토론 생중계서 실명 거론되자 적극 반박 나서 "선량한 국민 오도 염려"
대장동 개발 특혜·로비 관련 녹취록 속에서 '그분'으로 지칭된 조재연 대법관이 23일 오후 서초구 대법원에서 입장 표명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날 조 대법관은 '그분' 관련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2022.2.23/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서울=뉴스1) 장은지 기자,류석우 기자 = '그분'이 언급된 대장동 개발 특혜 로비 의혹 관련 녹취록이 현직 대법관을 카메라 앞에 서게 만들면서 '녹취록'에 대한 관심이 더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현직 대법관이 기자회견을 자청해 자신을 둘러싼 의혹을 직접 반박한 것은 헌정 사상 초유의 일이다. 이번 기자회견으로 그동안 계속돼 왔던 논란이 수면 아래로 가라앉을지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조재연 대법관(사법연수원 12기)은 23일 오후 2시 대법원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영학 녹취록' 등장하는 '그분'은 현직 대법관이었다'(한국일보 2월 18일 보도)라는 기사 출력본을 들고 제목을 읽어내리며 "전혀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했다.

◇ 작년 10월 첫 의혹 제기 후 잠잠…대선 국면 타고 다시 수면 위로

녹취록에 등장하는 '그분'의 실체는 대장동 수사 초기부터 논란이 돼 왔다.

검찰이 '천화동인 1호 실소유주'로 알려진 '그분' 정체에 대해 뚜렷한 결론을 내리지 않으면서 대선 정국에서 정치적 논란만 반복되고 있다.

녹취록에 근거해 '그분'이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라는 데 무게가 실렸지만, '천화동인 1호 배당금 절반은 그분 것'이라는 녹취록 발언이 알려지면서 야권에서는 '그분'을 이재명 후보라고 지목했다. 이정수 서울중앙지검장이 국회에서 "그분이 정치인 그분을 이야기하는 부분은 아니다"라고 했지만 그분의 정체를 밝히지는 않았다.

지난해 10월 한 언론은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가 외교관과 결혼한 조 대법관의 딸이 국내에 체류할 때 쓸 거처를 제공했다는 의혹을 보도했다. 이 보도 역시 정영학 녹취록을 근거로 했다. 화천대유 관계사인 '천화동인 1호' 명의로 2019년 매입한 60억 원대의 판교 타운하우스가 조 대법관의 딸을 위한 것이라는 의혹이었다.

비실명으로 보도됐지만 기자들의 취재가 이어지자 조 대법관은 "김만배씨와 일면식도 없고 외교관과 결혼한 딸도 없다"고 일축했다. 그의 반박대로 실제 외국에 거주하는 딸이 없어 의혹보도가 확대되지 않았다.

경찰과 검찰도 대장동 사건 수사 초기 이미 관련 의혹을 살펴봤지만 실체가 있다고 판단하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10월 경찰은 해당 타운하우스와 관리사무소를 압수수색했고, 검찰 역시 김씨와 조 대법관 연루설을 조사했지만 뚜렷한 혐의점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한다. 당사자들이 강력 부인하고 녹취록 외에는 구체적 정황이 없어 의혹 수준에서 정리되는 듯 했다.

그러다 최근 '그분'이 현직 대법관이라는 보도가 나오며 조 대법관이 거론됐다.

지난 18일 한국일보는 2021년 2월 4일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가 천화동인 5호 소유주 정영학 회계사에게 "저분은 재판에서 처장을 했었고, 처장이 재판부에 넣는 게 없거든, '그분'이 다 해서 내가 원래 50억을 만들어서 빌라를 사드리겠습니다"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정 회계사가 검찰에 제출한 녹취록에 이같은 대화가 담겼다는 내용이다.

또 이 기사에는 녹취록에 등장하는 '저분'과 '그분' 부분에 검찰이 직접 조 대법관 이름을 메모한 흔적이 있었다는 내용도 담겼다. 이 기사에도 실명은 언급되지 않았지만, 이후 정치인들이 SNS를 통해 조 대법관의 실명을 밝혔다. 그러자 조 대법관은 "전혀 사실무근"이라며 "외교관인 딸도 사위도 없다"고 반박했다. 앞서 김 씨 측도 변호인을 통해 "조 대법관과 친분도 없고, 전혀 안 맞는 말을 지어낸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지난 21일 전 국민이 지켜보는 대선 후보 TV토론회 생중계에서 조 대법관의 실명을 언급하면서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대선이 임박한 시점에 여야가 각자의 이해관계에 끼워맞춰 현직 대법관을 정쟁의 대상으로 삼자, 조 대법관이 더는 두고볼 수 없다고 판단, 기자회견을 자청한 것으로 보인다.

◇ 기자회견 통해 '의혹' 조목조목 반박했지만 '대선 정국' 변수

조 대법관이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제기된 의혹들을 조목조목 반박하면서 궁금증들이 상당부분 해소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대장동 의혹 자체가 이번 대선의 가장 큰 이슈 가운데 하나여서 잠잠해질 것인지는 아직 미지수다.

조 대법관은 "지난 21일 대선 후보자가 전국민이 보고 계시는 대선 토론 생중계에서 현직 대법관의 성명을 거론했는데 제 기억으로는 일찍이 유례가 없는 사상 초유의 일이었다"고 포문을 열었다.

조 대법관은 김만배씨 등 대장동 관련 인물들과 일면식도 없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자신과 딸들의 거주지에 대해서도 상세히 설명했다. 그는 "저는 30년 가까이 현재 거주지에서 계속 거주해왔고, 딸 하나는 함께 거주하다가 2016년 결혼해 서울에서 계속 거주 중이며 다른 딸은 작년에 결혼해 경기 죽전에 살고 있으며, 막내딸은 현재도 저와 함께 살고 있다"고 했다. 또한 "저나 저희 가족, 친인척 중 대장동 아파트를 분양받은 사람은 없다"고도 했다.

전날 한국일보는 2021년 2월4일자 정영학 녹취록에 김씨가 정 회계사에게 조 대법관을 거론하며 "수원 ○○(..) ○○○호, 여기는 ○○○대법관님 따님이 살아. 대법원 도와줄 수 있어"라며 대법관 딸을 자신의 아파트에 살게 해준 것처럼 말했다고 보도했다. 김씨가 언급한 '수원 ○○○호'는 김씨 가족이 2014년부터 소유한 173.48㎡(52평) 규모의 수원 장안구 소재 아파트로, 현재 김씨의 거주지로 등록된 곳이다.

이에 대해서도 "처음에는 판교에 있는 타운하우스에 딸을 거주하게 했다는 의혹이 보도되고 어제는 수원에 있는 아파트 보도가 나왔는데 수원에도 거주한 적이 없다"면서 "대장동 사건 관련 인물들이 왜 이런 얘기를 나눴는지 저로서는 아는 바가 없다"고 해명했다.

조 대법관은 딸의 실거주 지역 등 입증자료 제출 요구가 있다면 즉시 응하겠다고 밝혔다. 검찰을 향해선 "대장동 사건을 수사하는 검찰이 보기에 필요하다면 즉시 저를 불러달라"며 "지금까지 반년간 검찰로부터 단 한번의 연락이나 문의, 조사 요청도 받은 일이 없다"고 강조했다.

조 대법관은 김만배씨와 같은 성균관대 출신이라는 점에서 친분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받았다. 조 대법관은 "어느 학교 동문이라는 것이 합리적 의심의 사유가 될 수 있느냐"고 친분이 없음을 재차 강조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 2017년 7월 대법관으로 임명된 그는 2019년 2월 법원행정처장을 맡았다가 지난해 5월에 법원행정처장직에서 물러나 재판 업무에 복귀했다. 김씨가 녹취록에서 '처장'과 '대법관'을 언급하면서 조 대법관이 로비 대상자라는 의혹을 받은 이유다.
이 기사는 언론사에서 사회 섹션으로 분류했습니다.
기사 섹션 분류 안내

기사의 섹션 정보는 해당 언론사의 분류를 따르고 있습니다. 언론사는 개별 기사를 2개 이상 섹션으로 중복 분류할 수 있습니다.

닫기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