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고립된 그 섬엔, 여전히 '염전 노예'가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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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1.11.12. 오후 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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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승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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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엔 곰팡이·쥐덫…월급 20여만 원 만져보지도 못해
[앵커]

7년 전 JTBC는 신안군 '염전 노예 사건'을 보도했습니다. 고립된 섬에서 학대당한 장애인 염전 노동자들의 현실에 전 국민이 분노하셨죠. 과연 지금은 얼마나 나아졌을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현장은 여전히 참혹했습니다. 노동자들의 방 안엔 쥐덫이 놓여져 있고, 100만 원도 안 되는 월급마저 착취당하고 있었습니다.

오승렬 PD가 추적했습니다.

[기자]

천 네 개의 섬으로 이뤄져 있다고 일명 '천사의 섬'으로 불리는 전남 신안군입니다.

다리를 건너자 섬 곳곳에 양식장과 염전이 펼쳐져 있습니다.

마을에서 멀리 떨어진 한 염전을 찾았습니다.

염전 한쪽 낡은 가건물에서 만난 이모 씨.

이씨를 따라 들어가니 벽이 곰팡이로 얼룩져 있습니다.

바닥엔 쥐덫들이 놓여 있고 바로 옆엔 쌀 포대가 있습니다.

이씨는 이 염전에서 일하는 일용직 노동자.

[이OO/염전 노동자 : (이거 일하시면 돈은 얼마나 받으세요?) 우리는 일당 받고 있어요. 일당으로 10만원씩. 소금 낼(만들) 때만.]

이씨의 통장엔 지난 3년 2개월 동안 1,680만원이 입금됐습니다.

그중 절반에 가까운 810만원은 최근 들어왔습니다.

지난해까지 월평균 27만원을 받은 셈.

그마저도 수시로 수십만원씩 출금됐지만 이씨는 몰랐다고 합니다.

[이OO/염전 노동자 : (돈을 혹시 어떻게 쓰세요? 현금 뽑아서 쓰세요?) …(선생님 돈 근래에 쓰신 적이 없으세요?) 예.]

이씨 고용주가 아는 장비기사에게도 50만원이 송금됐습니다.

[이OO/염전 노동자 : (강oo(장비기사) 선생님은 누구예요?) 몰라요.]

고용주는 급여를 일당으로 계산해 문제가 없다는 입장입니다.

[염전 고용주 : 비가 오고 장마 오고 태풍 오고 그러면 매일 쉬잖아. 그러니까 일하는 날이 별로 없어. 밤낮 내가 먹여주고 재워주잖아. 겨울철에 한 5개월 6개월 자빠져 놀 때 밥값은 누가 계산하냐 이 말이야.]

JTBC 취재진은 신안군이 자체 조사한 장애인 인권 침해 실태 보고서를 입수했습니다.

신안군은 해당 염전에 대해 9월에만 두 차례 조사를 진행했습니다.

[신안군 관계자 : 다른 지역은 (이런 조사를) 안 해요. 저희는 (염전 등 취약) 사업장이 있다 보니까 자꾸 이제 이미지란 게 크잖아요. 저희는 장애인 업무만큼은 그 시스템이 잘돼 있어요.]

1차 조사에선 "급여 임금에 대한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 2차 조사에선 "생활환경이 열악하지만 수리 지원은 없다"는 내용이 추가됐지만 최종 결론은 '문제없음'이었습니다.

당시 신안군이 조사한 군내 양식장과 염전에서 장애인 인권침해가 의심된 사례는 모두 15건.

최종 결론은 모두 '문제없음'입니다.

섬에서 입출항 기록이 없던 60대 장애인 노동자의 신용카드가 목포에서 사용된 사실이 적발된 경우도 마찬가지.

카드가 사용된 곳은 목포의 패스트푸드점과 아웃렛 쇼핑몰이었습니다.

[담당 조사자 : 우리가 좀 이해 안 가는 부분들이 있더라. 그거 햄버거집 같은 데. 또 아웃렛에서 옷도 사고 그랬던데.]

취재진이 해당 양식장을 직접 찾았습니다.

고용주가 노동자 통장 내역을 보여주려고 하자, 부인이 말립니다.

[양식장 주인 : 미친 소리 하네, 미친 소리. 그 경찰서에 가서 (보여줬는데) 뭐 촬영하라고 그런 말 하냐고.]

고용주 측은 노동자 부탁으로 카드를 사용한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고용주 가족 : 삼촌이 저희랑 본인이 직접 가서 물건을 사고 어쩌다가 한 번씩 카드를 저한테 줬어요. 그래서 이것 좀 사달라고 그랬어요. 그게 잘못된 건가요?]

취재진이 쇼핑몰 등 카드가 결제된 곳을 말하자, 목소리가 높아집니다.

[고용주 가족 : 그 말을 어디서 좀 들었나, 한 번 말씀 좀 해주실래요? 선생님 그거는 저는 모르고요. 그러니까 저희는 아니에요. 그럼 아니라고 보도 좀 해주실래요?]

신안군은 이 양식장에 대해 '경제적 학대가 의심된다'면서도 '문제없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취재진 확인 결과, 신안군 조사와 별도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고 해당 노동자는 목포의 한 보호소에 머무르고 있습니다.

[최정규/변호사 : 조사를 했으니까 어이구, 이런 문제가 있네 하고 덮어 버린다고 하면 사실 조사를 할 이유가 없고, 조사했다라고 할 이유가 없죠.]

(VJ : 남동근 / 영상그래픽 : 최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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