ᐥ햇볕정책을 쓰나 안 쓰나 체제유지를 위해 노력하는 김씨조선의 태도에는 변화가 없다. 햇볕정책은 현실적으로 국가사이에 존재하는 냉정한 이해타산의 원리를 무시한 만화같은 얘기다. 약장수의 감언이설에 속아 산 만병통치약이 가짜라는 걸 깨달았을 때 이미 약장수는 멀리 떠나고 없다.ᐥ
"햇볕정책은 만화에나 있는 말"
이 말은 김영삼 전 대통령이 SBS와의 대담에서 한 말이다.
다소 거칠어 보이는 이 표현이 사실은 햇볕정책의 본질을 정확히 표현하고 있다.
햇볕정책은 포용정책이라고도 하는데 보통사람들이 이해하기 쉽도록 이솝우화에 나오는 해와 바람의 이야기를 비유해서 붙인 이름이다.
『해와 바람이 지나가는 사람의 옷을 벗기는 내기를 했다. 먼저 바람이 강한 바람을 일으켜 옷을 날려버리려 했지만 그 사람은 추워하며 오히려 옷을 더욱 강하게 감싸 안았다. 다음으로 해가 강한 볕을 내리쬐자 그 사람은 더위를 이기지 못하고 옷을 벗었다.』
햇볕정책은 김씨조선에 대해서도 관용과 원조를 베풀어 주면 체제수호의 빗장이 열리고 동유럽 사회주의 체제가 갔던 그 전철을 밟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얼핏 들으면 매우 솔깃한 이야기지만 국가관계는 그렇게 어설프지 않다.
개인관계에 있어서는 남에게 은혜를 베풀어주면 나중에 보은하는 사람도 있고 냉정하게 외면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국가관계는 오직 냉정한 이해타산만이 존재한다. 김씨조선도 하나의 국가이며 미국, 일본, 중국과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
햇볕정책은 남북관계를 일반적인 국가사이의 관계가 아닌 동족국가 사이의 관계라는 특수성을 강조하며 민족적 감성에 호소한다. 그러나 이것은 착각이다.
햇볕정책을 제창한 김대중정권과 이를 계승한 노무현정권 기간에 일어난 일들을 살펴보자.
1998-08-31 북, 동해상으로 미사일 발사
북한은 31일 정오(한국시간)께 동해상을 향해 탄도 미사일1기를 발사했다고 교도 통신이 방청 관계자를 인용, 보도했다. (후일 인공지구위성 광명성 1호로 밝혀짐.)
1999-06-15 북, 연평도 근해서 선제공격
북한 경비정의 영해침범 9일째인 15일 오전 연평도 인근 서해상에서 남북 함정간 교전사태가 발발했다. 이날 교전으로 북 어뢰정 1척이 침몰하고, 중형경비정 1척이 반침몰, 소-중형 경비정 5척이 손상을 입었으며 최소한17명의 북한군이 사망한 것으로 우리 군 당국은 추정했다.
2002-06-29 연평도부근서 남북교전
29일 오전 10시25분께 서해 북방한계선(NLL) 남쪽 3마일, 연평도 서쪽 14마일 부근에서 남북 해군사이에 교전이 발생, 우리 해군 4명이 전사하고 1명이 실종됐으며 20명이 부상하고 우리 고속정 1척이 침몰했다.
2006-10-09 북 "핵실험 성공적 실시" 발표
북한은 9일 오전 조선중앙통신사 보도를 통해 핵실험을 성공적으로 진행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Sako Shahinian
위에 열거한 예들을 보면 햇볕정책을 쓰나 안 쓰나 체제유지를 위해 노력하는 김씨조선의 태도에는 변화가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오히려 햇볕정책이 가져다주는 원조를 체제유지에 요긴하게 써 왔을 뿐이다.
1975년 배트남의 자본주의 정권이 패망했을 때 대한민국은 극도의 위기감을 느끼고 체제수호를 더욱 강화했던 역사가 있다. 1990년을 전후한 동구권 사회주의 체제의 붕괴를 지켜본 김씨조선도 동일한 위기감을 느꼈을 것이며 따라서 햇볕정책이 주장하는 그런 얄팍한 수에 절대 말려들 리 없다.
요컨대 햇볕정책은 현실적으로 국가사이에 존재하는 냉정한 이해타산의 원리를 무시한 만화같은 얘기라는 것이다.
햇볕정책을 비판하면 “그럼 동족끼리 대결하잔 말이냐?”는 반응을 많이 한다. 타국에 대한 정책이 햇볕정책과 적대정책 두 가지밖에 없다고 보는 단순한 생각이다. 우리나라가 미국이나 중국, 일본, 러시아에 대해서 햇볕정책과 적대정책 중에서 어떤 걸 쓰고 있을까? 햇볕정책도 아니고 적대정책도 아닌 실용정책이다. 실용정책은 누구든 상호간 이익이 되는 부분은 협력하고 상호간 이해충돌이 생기는 부분은 협상한다는 정책이다. 이것은 일반적인 국가사이의 관계이다.
상대방을 다룰 때 흔히 당근과 채찍이라는 말을 많이 사용한다. 적대정책, 햇볕정책 그리고 실용정책을 이 용어로 단순히 설명하자면 적대정책은 당근이 없고 채찍만 있으며 햇볕정책은 당근만 주고 채찍은 사용하지 않으며 실용정책은 당근과 채찍을 병행해서 사용한다고 말할 수 있다. 적대정책은 냉/열전중인 국가 사이에나 적용될 정책이며 햇볕정책은 제후국이 천자국에 대해서나 취할 정책이다. 실용정책은 그 밖의 모든 국가들 사이에 적용되는 일반적인 정책이다. 따라서 김씨조선에 대해서도 실용정책을 쓰는 것이 맞다.
Richard Heeks
이렇게 조금만 들여다보면 말도 안 되는 논리인데 왜 김대중 전 대통령은 햇볕정책을 내걸었던 것일까?
여러 가지를 생각해 볼 수 있다.
1. 남한의 주류세력과는 차별화된 정치적 입지확보
남북대결의 한반도 정치상황에서 대한민국의 주류세력과 차별되는 노선을 내놓지 않으면 주류세력에 흡수되어 자신의 정치적 입지가 소멸되어 사라져 버렸을 것이다.
2. 김씨조선의 지배세력을 우군으로 포섭
김대중 전 대통령은 정치적 기반이 약했다. 따라서 한국의 정치무대에서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김씨조선의 지배세력을 우군으로 끌어들일 필요가 있었다. 김씨조선으로 말할 것 같으면 자신들에게 도움이 된다고 생각되면 악덕자본가든 종교미신 교주든 가리지 않고 만나 도움을 받아왔다. 햇볕정책을 통하여 김씨조선에 대한 원조의 길을 터 준다면 그들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든든한 우군이 될 것이 분명했다.
3. 개인적인 욕심인 노벨평화상 수상을 위한 토대구축
햇볕정책이 남북정상회담을 거쳐 노벨평화상 수상을 가져온 토대라는 것은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을 것이다.
4. 김씨조선의 협박에 굴복
김대중 전 대통령의 집권초기에 김씨조선은 김대중 전 대통령에 대해 거친 비난을 계속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재야시절 김씨조선으로부터 여러 차례 정치자금을 받아왔다는 의혹이 있는데 이런 사실들까지 공개될 분위기에 이르자 마침내 김대중 전 대통령이 굴복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예수를 봤다는 주장을 여러 차례 해왔다.
햇볕정책도 동일한 맥락에서 이해된다.
약장수의 감언이설에 속아 산 만병통치약이 가짜라는 걸 깨달았을 때 이미 약장수는 멀리 떠나고 없다.
Giorgio Griffa
* 대북정책을 헤겔 변증법에 대입해 보는 것도 의미가 있다.
한국전쟁 이후 남북관계는 적대적 긴장관계가 수십년간 지속되었다.
한국전쟁에서 엄청난 희생이 발생하였고 남북의 체제경쟁이 공존을 부정하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적대정책에 대한 피로감이 누적되자 김대중 정권은 햇볕정책을 내놓았다.
그러나 햇볕정책 또한 비현실적인 외교정책이라 이내 모순을 노출하였고 이에 이명박 정권은 실용정책을 제시하였다.
이 과정을 헤겔 변증법에 대입하면 다음과 같다.
적대정책 -> 정(定 These)
햇볕정책 -> 반(反 Antithese)
실용정책 -> 합(合 Synthese)
물론 실제는 이처럼 단순하지 않다.
왜냐하면 햇볕정책 이전에도 7.4남북공동선언이나 남북기본합의서 그리고 남북정상회담시도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용정책이 현재까지 나온 대북정책 중에서 가장 진보한 것이라는 점은 부정할 수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