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포커스
- [안종화_의성 시가기행, 산들에 대한 이야기]태양마을 곤지산 방문기
- 안종화
한그루 우뚝한 솔 그늘에 앉아 한낮의 더위를 잊어버리다
안계면 양곡1리 태양[太陽]마을. 고려 공민왕(恭愍王) 때에 이성계의 세력들이 무서워 관직(官職)을 버리고 귀향(歸鄕)한 선비 김사민(金俟民)이 개척을 하여 양지라 칭하다가, 그 후 김활용(金活用)이 태양마을이라 개칭하였다. 강릉김씨 집성촌으로 족보에서도 이 마을 사람들을 “태양파”로 분류하고 있다고 한다. 이 마을과 인근 마을 사람들은 쉽게 줄여서 ‘탱동’이라 부른다.
태양마을 뒤편 곤지산 가는 길모퉁이 야트막한 언덕에는 크고 넓적한 바위에 크고 작은 구멍들이 파여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별똥이 떨어진 흔적이라 하기도 하고, 곤지봉 위에 자리한 소나무를 정북 방향으로 잡아 별자리를 새겨 놓은 것이라 추정하기도 한다. 바위 위에서 GPS를 켜니 이상스럽게도 수많은 위성들이 매우 잘 잡힌다. 신비하다.
다산을 기원하는 의미에서도 성혈[性穴]을 새겼다 하였으니, 태양[太陽]이 많이 비취는 마을의 양기[陽氣]를 중화시키기 위해서 조성한 것이 아닐까? 고추를 재배하고 있는 마을 내의 27농가 모두 태양초[太陽草]를 생산하고 있다. 태양 빛 이 좋으니 굳이 건조기를 들여놓을 필요가 없다.
▲ 성혈이 새겨진 태양마을의 바위 체험관 내부에 위치한 곤지영지와 국궁장
마을을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는 곤지산에서 바로 흘러내린 물들은 깨끗하다. 밀집한 40개 저수지를 비롯한 습지에 희귀종인 투구새우 등 100여 종의 곤충과 수생동물이 서식하고 있다. 다양한 꽃과 풀들도 자생하고 있는 등 생태보고를 간직한, 자연이 살아있는 지역으로 2008년 환경부 지정 자연생태 우수마을로서 선정되면서, 농림부 지정 녹색농촌체험마을, 경상북도 선정 슬로우빌리지, 자연회귀마을 체험센터로 지정되었다.
맑은 물을 공급하는 곤지산 자락에 기대어 살고자 체험관을 짓고 생활터전을 옮겨온 태양마을 촌장[村長] 김동윤 선배님과 더불어 곤지산과 체험관을 둘러볼 예정이다. 숲은 무성해지고, 가지들은 부러져 예전보담 못하지만 뾰족한 곤지봉 위 소나무를 바라보며 마을 안길을 돌아 산길로 향하는 가운데 길모퉁이 바위에 새겨진 성혈들을 살펴보고는 곧바로 농로 길로 접어들었다.
산길 입구에 고래 등 같은 기와집이 보이는데, 생태체험관이다. 기와집이 3채이고, 흙집과 원두막 2동이 별도로 있다. 기와집에서는 기본적으로 숙박을 할 수 있겠지만 노래방과 다도방도 갖춰져 있다. 야외에는 국궁장과 낚시터, 야생화 언덕이 있고 체험을 위한 텃밭이 있다. 자연과 멀리 떨어져 있는 도회지의 사찰과 교회, 명상센터 등의 힐링하우스(healing house)나 자녀들의 녹색생활 실천교실로서 적절한 곳이라 할 것이다.
피톤치드를 뿜어내는 소나무, 골기품은 참나무 그리고 신비함을 간직한 바위들이 많은 산길을 거닐며, EM(Effective Micro-organisms 유용한 미생물들이란 뜻이다) 살포로 키운 친환경 고추재배 과정을 직접 체험해 볼 수 있다.
‘거닐며, 들으며, 보며, 비우며’라는 주제로 농촌을 체험하는 ‘거들보비’와 ‘장작 패서 군불 때고 아랫목에서 도란도란’하게 생활해 보는 ‘장군아도’라는 겨울철 프로그램 등을 자체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전등불로 밤과 낮이 훤한 도회지의 사람들이 이곳에 들르면 개구리 울음소리 들리는 농촌의 밤을 체험할 수 있다. 더불어 연계 농가에 가서 잡아온 물고기 또는 놓아서 기르던 닭을 잡아 식사도 함께하면서 그들이 재배한 고추, 깨, 콩 등의 산물을 직거래로 살 수 있다.
태양마을 생태체험관 뒤편으로 산길은 열려 있다. 산에서 흘러내린 맑은 물이 모여 습지를 형성하고 있다. 이 길 오른쪽에 팔각정자로 향하는 길이 있다. 실제 체험관 앞으로 들어서면 맞이할 들머리이다. 오늘은 생태체험관에서 나서는 길. 평상시와는 달리 반대방향으로 산행을 해 보자.
입구의 웅덩이가 산에서 흘러내린 물들을 수원으로 하는 까닭에 유역면적이 넓지 않은데, 바위 위에서 흘러내린 물들은 작은 도랑을 이룬 채 아래로 흘러 내려가고 있다. 정자를 들머리로 향할 때에는 바위 사이에서 물이 솟아나오고 있음도 볼 수 있는데, 그런 곳이 산길에 5군데나 더 있다. 물이 솟구치나 싶다.
옛 문헌과 기록에 곤지산[坤地山] 표기지명으로 곤지[昆池] 또는 곤지[混池]라 썼다. 곤지[昆池]란 건지[乾池]라는 못이 있었다는 유래와 관련되겠고, 곤지[混池]는 곤[混]자의 본래[本來] 뜻이 땅 가운데서부터 물이 소용돌이치며 솟아나온다는 뜻이므로 입구의 바위 사이에서 솟아나는 물처럼 능선 위에 건지[乾池]가 있을 수 있었던 까닭을 설명해 주고 있다고 하겠다.
체험관에서 1.9km쯤 걸었을까. 선의현과 곤지봉 사이 능선 위로 오르게 된다. 안사방면으로는 첩첩의 산이고, 안계방면에는 경북지방에서 알아주는 1,000여ha너른 안계평야가 위치하고 있어서인지, 능선 위에서는 시원한 바람과 함께한다.
보현지맥에 해당할 마루금 따라 곤지봉으로 향하는 200여m쯤 되는 오름 길은 제법 가파른 경사를 보여주고 있다. 도착하고 보니 350년간 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는 소나무가 우뚝하다. 물이 흐르고 흐르면 바다에 도달하듯 나무가 오래 자라니 과연 산중에 우뚝하다.
▲ 곤지봉의 낙락장송 소나무와 곤지봉에서 바라본 안계평야, 내려서며 본 버섯바위
소나무보다 더 높은 지형지물이 주변에 없고, 가지 모두 왕성할 적에는 멀리 안계면 소재지와 구천지역에 까지도 홀로 우뚝한 이 나무를 바라볼 수 있었다. 능선 위에 홀로 우뚝함을 시샘한 것인지 까치들이 구멍을 파서 약해진 가지는 태풍 때 바람과 낙뢰로 피해를 입어 이제 몇 가지 남지 않았다. 깁스를 한 채.
▲ 처마바위와 나지막한 소나무, 오현에 까마귀들이 앉았던 성황당 나무
이후 내림이다. 버섯바위를 지나 편평한 능선 가운데 삼각점이 있다. 327.8m의 높이를 가진 곳이다. 이후 너른 마당바위에서 안계평야를 바라보거나, 바위 한 가운데가 줄을 친 것처럼 생긴 모습을 하고 있는 ‘줄바위’를 바라보며 처마모양 바위지대를 지나며 내려서는 가운데 예전 까마귀가 많았었다는 성황나무가 있는 곳에서 방향을 틀게 된다. 오현[烏峴:지명]이다.
팔각정자가 위치한 산길 3거리를 마주한다. 승용차량 몇 대 세울 공간이 확보된 이 곳 아래에는 실미도의 산 증인 김이태씨의 시비가 있다. 이곳을 지나면서 2개소의 소류지를 만날 수 있는데, 연꽃이 피어나는 등 깨끗한 자연환경을 간직하고 있다.
▲ 정자방향에서 내려다본 들머리 주차 가능한 공간, 김이태씨의 시비, 환경이 살아있는 작은 소류지들
곤지산 이정
곤지산 등산로
곤지산 고도
- 글쓴이 : 안종화
- 사)경상북도산악연맹 학술정보이사 조문국연구원 연구위원 의성군청 주민생활지원과 근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