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치동 은마 거래량 늘고 가격 뛴다…재건축 추진 24년 만에 조합설립 ‘눈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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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다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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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 추진 24년 만에 조합설립 ‘눈앞’


1999년부터 재건축을 추진해온 서울 강남구 은마아파트가 24년 만에 ‘추진위원회’ 꼬리표를 떼고 조합설립을 눈앞에 뒀다. 최근 조합설립 총회를 열고 조합장을 선출하면서 주민 숙원인 아파트 재건축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사업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조합원 지위를 확보하려는 수요가 몰리자 매매 거래량이 큰 폭으로 늘고 가격도 급등하는 모습이다.

정비업계에 따르면 은마아파트는 지난 8월 19일 서초구 양재동 aT센터에서 재건축 조합설립을 위한 총회를 열었다. 초대 조합장에는 은마아파트재건축추진위원장을 맡던 최정희 씨가 선출됐다. 조합장 선거에는 최 위원장과 이재성 은마아파트소유자협의회 대표가 후보로 나와 경쟁했는데, 전체 조합원 4278명 중 3654명이 투표에 참여했고 무효표를 제외하고 2702표(76.3%)를 최 위원장이 휩쓸어 이 대표(838표)를 제치고 당선됐다.

은마아파트 재건축추진위원회가 조합설립에 나선 건 2003년 추진위원회 승인 이후 20년 만이다. 재건축을 준비하기 시작한 1999년 이후 24년 만이다. 조합은 연내 조합설립인가까지 마치겠다는 목표다.

은마아파트는 1979년 준공해 44년 차를 맞았다. 앞서 2010년 안전진단 통과 이후 2017년 49층 정비계획안을 마련했지만 서울시의 ‘35층 룰’에 가로막혀 심의도 받지 못했다.

재건축 한번 해보지 못한 채 재건축 ‘만년 대장주’로 남는 듯했으나 정부 규제 완화로 지난해부터 분위기가 바뀌기 시작했다. 지난해 10월 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통과했고 이듬해 2월 서울시가 은마아파트 일대 4만3552㎡를 정비구역으로 지정하고 지구단위계획(구역) 지형도면 등을 확정 고시하면서 20년 넘게 답보 상태였던 재건축 사업이 본격적으로 물꼬를 텄다.

은마아파트는 2010년 안전진단 통과 후 12년 만인 지난해 10월 최고 35층 설계안으로 서울시 정비계획 심의를 통과했다. 정비계획안에 따르면 기존 14층, 28개동, 4424가구 아파트를 최고 35층, 33개동, 5778가구(공공주택 678가구)로 재건축한다. 일반분양 물량은 771가구다. 총 사업비는 5조2135억원이 들 것으로 추정된다. 공사비를 3.3㎡당 700만원으로 잡고 계산한 결과다.

건폐율은 50% 이하, 용적률은 299.9% 이하가 적용된다. 기본 용적률 210%에 우수 디자인 인센티브 15%를 받아 허용 용적률이 225%가 됐고, 여기에 공공시설 기부채납에 따른 용적률 완화를 적용받아 상한 용적률이 250%가 됐다. 추가로 임대 아파트 건설을 통해 법적 상한 용적률 299.9%를 적용받았다.

은마아파트 총회에서는 아파트와 상가 소유자 간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분리 후 개발 이익과 비용을 별도로 청산하는 ‘독립정산제(잠깐용어 참조)’ 안건 등도 함께 통과됐다. 상가와 아파트가 개발 이익과 비용을 분리해 정산하겠다는 취지다.

정비구역으로 지정된 이후 정비계획이 심의를 통과하고, 조합설립까지 눈앞에 두면서 은마아파트는 본격적으로 재건축 사업에 속도를 낼 수 있게 됐다.

최정희 은마아파트 조합장은 “단 하루라도 당기기 위해서 노력했고 조합설립까지 왔다. 같은 속도라면 앞으로 2년 내 이주할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년 중 ‘미리 보는 모델하우스(견본주택)’도 열겠노라 약속했다.

최 조합장은 선거 당시에도 ‘2년 내 이주 시작’을 공약으로 내건 바 있는데 이를 위해선 조합설립 이후 사업시행인가, 조합원 분양 신청, 관리처분계획인가를 모두 마쳐야 한다. 당초 2024년 5월까지는 사업시행인가를, 2025년 3월에는 관리처분인가를 받은 뒤 같은 해 여름께 이주 절차까지 속전속결로 마치겠다는 그림이었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재건축 대어’ 은마아파트가 재건축 조합장을 선출하고 조합설립을 눈앞에 뒀다. (매경DB)
‘조합원’ 막차 타려는 수요자 몰리자

은마 매매 가격 2021년 최고가에 근접

조합원 추가 분담금 문제와 ‘정비계획·구역 지정’ 변경 절차도 남아 있어 과제는 여전히 산적해 있지만 재건축 사업이 진척을 보이는 것만 두고도 현장은 한껏 들뜬 분위기다. 올 들어 차츰차츰 상승세를 보이던 은마아파트는 조합설립 총회 직후 조합원 지위를 확보하려는 수요가 몰리면서 매매 가격이 큰 폭으로 오르기 시작했다. 서울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와 용산구 등 투기과열지구에서는 조합설립인가 이전까지 신고된 거래만 조합원 지위 양도가 인정되기 때문이다. 이후에 매수하면 현금 청산 대상자가 된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은마아파트는 올 들어 8월 30일까지 총 87건의 실거래 신고가 이뤄졌다. 지난해 한 해 동안 매매 거래가 37건 이뤄진 것과 비교하면 거래량이 부쩍 늘었다.

수요가 몰리면서 은마아파트 전용 84㎡는 지난 8월 22일 27억2000만원에 계약서를 썼다. 연초(21억5000만원)보다 20%가량 오른 가격이다. 매매 호가는 28억원 안팎으로, 2021년 11월 최고가(28억2000만원)에 근접했다. 대치동 A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전용 76㎡의 경우 집주인들이 22억원에 매물을 내놨다가 대부분 거둬들였고, 현재는 24억원보다 높은 가격에만 거래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GTX C노선 변경·층수 상향 숙제

적은 일반분양 물량에 분담금 문제도

본격적으로 분위기를 탔지만 은마아파트 재건축 사업이 원활하게 진행되려면 풀어야 할 과제도 적잖게 남아 있다.

우선 논란이 되고 있는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 C노선 관련 문제를 매듭지어야 한다. 조합은 단지 아래로 GTX C노선이 통과하는 안을 반대 중이다. GTX 열차가 단지 지하를 관통하면 재건축 과정에 어려움이 생길 수 있다는 논리다. 여기에는 터널이 단지 지하를 관통한다면 용적률을 상향하기도 어렵고 기존 용적률을 유지하지 못할 거라는 우려도 깔려 있다. 하지만 국토교통부가 “국가사업이 변경되는 선례를 남길 수 없다”며 강경한 입장이어서 향후 GTX 노선이 은마 재건축 사업 진행에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남아 있다.

분담금 문제도 복병이다. 앞서 재건축 결정 고시에 따르면 은마아파트는 신청하는 새 아파트 평형에 따라 소유주 추가 분담금이 최대 7억7000만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공사비가 오른 탓이기도 하지만 은마아파트가 여느 강남권 저층 재건축 아파트 재건축 사업장과 달리 중층 단지라 늘어날 일반분양 물량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정비계획에 따르면 일반분양 가능한 가구는 676가구로 전체(5778가구)의 약 12%에 불과하다. 이외에 ‘디자인 특화 설계’ 등 요건을 갖출 경우 초고층 아파트로 탈바꿈할 수 있는 길이 열린 만큼 층수를 높이는 문제도 여러 논의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잠깐용어]

*독립정산제

상가에서 발생하는 개발 이익과 비용을 아파트와 분리해 정산하는 정비사업 방식. 상가와 관련한 재건축 계획 각종 절차, 이익과 비용 정산 계획 등을 상가가 독립적으로 결정하는 구조다. 그간 대부분의 민간 재건축 사업장에서 단지 내 상가를 포함한 모든 재건축 계획을 조합이 수립해 시행해온 것과 구분된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25호 (2023.09.06~2023.09.12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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