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 

안희정 충남지사 인터뷰읽음

구혜영·조미덥 기자

안희정 충남지사(51)는 13일 “나는 보조재가 아니다. 나대로 피어날 것”이라며 “(나를) ‘장미꽃(문재인 전 대표) 옆 튤립’이라고 하지 말고 ‘튤립(안희정)’으로 불러달라”고 말했다. 당내‘문재인 페이스메이커론’을 반박한 것이다.

안 지사는 이날 서울 만리동 충남도청 서울사무소에서 가진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안희정 브랜드’에 대해 “민주주의를 통해 정의·신뢰·평화의 가치를 높이고 기회의 공정성을 부여하기 위해 노력하는 지도자”라고 소개했다. 다음은 안 지사 인터뷰 전문.

안희정 충남도지사가 13일 충남도청 서울사무소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강윤중 기자

안희정 충남도지사가 13일 충남도청 서울사무소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강윤중 기자

<지진·북핵 현안>

-경북 경주에서 강진이 발생했다. 지방자치단체장이 생각하는 재해대책 해법이 있다면.

“세월호 침몰사태와 메르스 파동 때 중앙정부만 바라보다 실기했다. 예산과 전문가 부족 문제도 있지만 현장에서 대피부터 후속대책까지 한 사람 한 사람이 결정권을 갖는 게 중요하다. 지자체의 자치분권 강화를 통해 현장 대응력을 높이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2일 여야 대표들과의 청와대 회동에서 한반도 전쟁 위험을 강조했다.

“국민들은 대통령의 인식을 걱정할 것이다. 어떤 경우든 우린 평화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 피치 못하게 물리적 충돌이 있더라도 평화를 위한 부득이한 수단일 때만 용인된다. 대통령을 포함해 모든 지도자가 평화를 어떻게 만들 것이냐를 먼저 얘기하자고 제안한다. 상대에 대한 미움과 불신, 분노를 갖고 하는 대응은 너무 즉각적이다. 평화는 즉각적 분노와 미움을 극복하는 자세와 노력을 통해서만 얻을 수 있다. 지도자는 평화를 위한 노력, 평화를 위한 지향과 믿음을 잃지 말아야 한다.”

-북한의 5차 핵실험은 양상이나 규모, 의도 등에서 과거 핵실험과 다른 부분이 많다. 그만큼 대북정책 전환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

“북핵문제에 대해서 대한민국과 국제 사회가 지난 20여년동안 실패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1993년 핵확산방지조약(NPT) 탈퇴 이후 우린 북한이 핵무장하거나 핵보유국으로 가는 것을 막고, 동북아시아 지역의 군사적 긴장과 대결을 완화해서 평화체제를 만들자고 얘기했지만 결과적으로 북한이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를 거듭하면서 실질적으로 우리의 목표와 노력이 실패했다. 이걸 우리가 인정하면서 얘기했으면 좋겠다.

“민주정부 10년의 햇볕정책 때문에 이런 일이 벌어졌다고 탓하시는 분이 있는데 그건 너무 정파적 해석이다. 단순히 ‘참 나쁜 정권’이라고 비난하는 건 누구나 할 수 있다. 우리는 북한을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소프트랜딩(연착륙)시키는 데 실패한 이유를 봐야 한다. 20여년 동안 압박도 꾸준히 했고, 여러 협상안도 만들어 북한과 협상해왔다. 그런데 왜 실패했나. 이에 대한 실증적 분석 없이 다른 해법은 나오지 않을 것이다. 핵심은 유일하게 남은 폐쇄형 사회주의 국가체제인 북한을 국제사회의 위험요소가 아니라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어떻게 소프트랜딩 시킬지, 우리가 전략을 갖고 있느냐다.”

-여당 일각에서 ‘레짐체인지(북한 정권교체)’나 핵무장론, 전술핵백치 등 경제 재제를 뛰어넘는 제안이 나온다.

“그건 서로 화풀이식 문답법이 될 수 있지만 국민이 원하는 건 내 생명과 재산에 위협이 될 수 있는 위기를 평화로 풀어달라는 것이다. 지도자는 평화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야당은 북핵문제 해법에 소극적으로 대응해왔다. ‘종북의 덫’을 의식해 북한 규탄에 그치거나 현안이 터지면 실탄만 쏘는 경우가 많다. ‘안희정 안보플랫폼’은 무엇인가.

“가장 핵심은 대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답이 없다. 7·4 남북공동성명 그대로 하면 된다. 7·4 성명부터 제네바 기본합의서, 6·15 선언, 10·4 선언까지 골자는 ‘전쟁은 안된다’ ‘평화적으로 대화를 통해 문제를 풀자’ 아닌가. 거기에 더해 ‘우리 민족 주도적으로 노력하자’까지. 그런데 대화조차 안하고 있으면 어떡하자는 건가. 평화에 이르는 다양한 방법이 있다. 대한민국의 가장 큰 문제는 분단 체제를 평화로, 통일로 이끌기 위해 우리는 어떤 전략을 쓸 지 지도자들의 컨센서스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대북 전략과 국제외교 전략의 널뛰기가 심하다. 어떨 땐 너무 미국 중심으로 한 국제적 여론에 의존한다. 늘 대화를 유지하면서 국제적 지원을 받아야 하는데, 우리의 노력 없이 국제사회 여론만 갖고 북한을 압박하면 문제가 안 풀린다.”

안희정 충남도지사가 13일 충남도청 서울사무소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강윤중 기자

안희정 충남도지사가 13일 충남도청 서울사무소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강윤중 기자

<도지사>

-최근 5개월 동안 한 여론조사에서 전국 시도지사 도정 지지율 1위를 차지했다.

“저를 그렇게 높은 지지율로 돋보이게 해주신 우리 도민 여러분께 감사하다. 일을 잘하고 성과가 좋아서 그런 점도 있을 것이다. 지역총생산율과 외자유치 등 지표가 높으니까. 하지만 그보다 도민 여러분들에게 한 약속이 있다. 새로운 정치와 새로운 리더십을 갖고 합리주의와 민주주의 정신으로 도정을 하겠다고. 팔이 안으로 굽는 행정을 하지 않겠다고 했다. 저의 철학과 견해가 있더라도 반드시 견해를 달리 하는 이해당사자는 존재하게 마련이다. 그런데도 내가 도지사니까 내 생각대로 결정해버린다면 옳지 못하다. 전 민주주의의 합리적 지도력을 형성하기 위해 노력했고, 기존의 정파적 선입견을 갖고 상대를 제압하려 하는 리더십을 극복하려 노력했다. 그런 노력들이 쌓여 도민 여러분이 저에게 높은 지지를 보내주셨다고 생각한다. 2010년과 2014년 두 번의 도지사 선거에서 상대 후보를 한 번도 비난한 적이 없다. 내가 이런 도지사가 되고 싶고, 이런 이유로 하고 싶다고 했지, 제 상대가 나쁜 사람이니 제가 더 낫다고 하지 않았다. 난 민주정치는 그래야 한다고 생각한다. 민주주의의 원칙에 따라 지역사회와 국가의 통합력을 높이고 그 과정에서 이해관계를 달리하는 모든 사람들이 결과에 마음으로 승복하게 만드는 것이 지도자의 중요한 역할이다.”

-미세먼지 감축이나 특별행정기관 지방이양 등 이른바 ‘안희정법’의 입법화에 집중하고 있다. 대선용 아젠다로 해석해도 되나.

“전혀 아니다. 지역 현안을 대통령에게 건의하는 수준으로 자기 일을 다했다고 할 수 없어서 하는 일이다. 사회 문화가 ‘넌 시키는 일만 하라’고 권위적으로 찍어누르면, 시민들은 ‘나서봤자, 튀어봤자 당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니 자기 있는 데서 기본만 하고 말아. 그게 대한민국의 가장 큰 문제다. 현장에 있는 사람이 제안하고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 난 지방행정 책임자로서 석탄화력발전소 문제만 해도 우리 지역에 짓지 말라고 할 수 있지만, 국가적 관점에서 대안을 찾으려 노력해야 대한민국이 발전하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 ‘대안은 중앙정부가 책임지고, 난 이거 싫어’ 거기까지 얘기해도 훌륭한 도정 책임자일 수 있지만 상식적으로 좋은 사람의 태도는 그 이상이어야 한다. 선한 의지로 우리 모두를 위한 더 나은 제안을 하기 위해 더 노력해야 한다. 지방정부 현장의 문제도 대한민국 정책 변화를 통해서만 해결되기 때문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것이다.”

-안 지사를 비롯해 박원순 서울시장, 남경필 경기지사, 이재명 성남시장 등 지방자치단체장 스타들이 많다. 대부분 대선주자로 주목받고 있다. 지방분권 노력이 궤도에 오른 것인가.

“우리나라의 지방자치는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 제도적으로 보면 오히려 더 후퇴한 감이 있다. 일례를 들면 1995년 민선 자치 출발할 때, 지방재정자립도가 64~65%인데 지금은 48%로 대략 20%포인트 떨어졌다. 역대 대통령이 모두 지방자치를 잘하겠다고 했는데, 그 사이 자기 결정권이 20%포인트 떨어진 것이다. 공교롭게도 지자체장들 중에서 내년 대선 경선후보군이 많이 거론되는 건 재미난 현상 같다.”

-아마 여의도 정치에 대한 불신과 반작용도 있는 것 같다.

“우리 민주공화국이 큰 위기다. 청와대는 무조건 권위를 앞세워 끌고 간다는 통치력 딜레마에 빠져 있고, 의회는 끊임 없이 견제하고 감시해야 한다는 의식에 빠져있다. 그중에서도 야당은 더더욱 (정부여당을) 견제해야 한다는 의식에 빠져 있다. 그러다보니 공론장에서 합리적인 대화가 어렵다. 그런 정치문화가 국민들에게 굉장히 불신받고 있다. 그런 점에서 청와대와 대통령의 리더십이 민주적으로 바뀌어야 하고, 의회 정치지도자의 리더십도 대화와 토론, 타협 정신으로 돌아와야 한다. 기존 정치에 대한 국민의 불신과 비판에 대해 우리 모두가 심각한 위기의식을 가져야 한다.”

안희정 충남도지사가 13일 충남도청 서울사무소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강윤중 기자

안희정 충남도지사가 13일 충남도청 서울사무소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강윤중 기자

<대선>

-지난 1일 페이스북에 이념과 정파, 지역을 뛰어넘겠다고 했다. 대선 출사표로 받아들여도 되나.

“내년 경선 후보 등록하는 시점까지 가수로 치면 노래를 완성해야 한다. 제 소신과 간절한 기도를 완성해야 한다. 지방행정 책임자나 정당인, 민주화운동가로서 모든 경험을 모아서 국가 지도자로서 재정리하는 과정에 있다. 그래서 요즘 글이 다 그렇게 나온다.”

-내용적으론 출마를 선언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미 ‘정리’를 뛰어넘은 수준 같은데

“내 마음은 2010년이나 2014년이나 똑같다. 김대중·노무현이 미완성한 역사를 완성하고, 김종필 총재의 비애와 좌절인 지역주의 정치를 극복하고, 자치분권을 통해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한 단계 전진시키겠다는 것이 도지사 제1공약이다. 지방정부 경험으로 실력을 쌓고 난 뒤 대한민국을 이끌 지도자가 되겠다고 진작 공언해놨기 때문에 그때와 다른 얘기가 아니다. 내년에 당에서 경선후보 절차 시작되면, 그때 학생으로 비유하면 입학원서 낼지 안낼지 최종적으로 정리해야 한다. 이 정리하는 과정은 앞으로 연말까지 계속될 일이다.”

-여전히 불펜투수인가.

“지금 엔트리에 (이름을) 넣으려고 열심히 다니는 것 아니겠나. 당에 기라성 같은 많은 선배들이 있어서 여전히 제 자세만큼은 불펜투수의 마음으로 다니고 있다.”

-불펜투수라고 하니 과감한 도전자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과감한 도전자이든 아니든 도전자인 것은 똑같다. 소리내서 걸어오나 조용히 걸어오나 도전하는 자리로 가는 건 똑같다. 당에 대한민국의 많은 대지도자가 계시고, 이미 돌아가신 분이 남긴 역사의 기록이 있다. 이 역사 앞에서 우린 모두 겸손할 수 밖에 없다.”

-‘대선주자 안희정’은 친노 후보로 분류되고 있다. 동의하나.

“난 김대중·노무현의 역사를 잇는 민주당(더민주)의 젊은 정치인이다. 그렇기 때문에 정파적 구분을 갖고, 우리 당을 구분하는 분석에 대해선 동의하지 않는다.”

-대선주자 안희정의 브랜드는 무엇인가.

“그것이 참 어렵다. 어느 한 부분만 특화해서 표현하면 내가 표현하고자 하는 것이 다 안보인다. 난 정당 정치인이다. 직업정치인으로서 소명의식은 정의, 평화, 민주주의라는 가치다. 정의 수준을 높이고 사회의 신뢰 자산을 높여서 사람들이 덜 싸우는 평화적 질서를 만드는 것. 예를 들어 비정규직법을 만들어 2년이상 근무하면 정규직으로 옮기고, 비정규직 자리도 둬서 기업 경영과 투자를 활성화하자는 합의가 어떻게 됐나. 1년11개월이 되면 비정규직을 자르지 않나. 기업가든 임금생활자든 서로가 시민으로서 좀더 서로를 사랑해줘야 한다. 두번 다시 안볼 ‘낯선 타인의 도시’에서 어떤 법과 제도가 지켜지겠나. 이 체제로는 국가가 더 이상 성장 동력을 얻기 어렵다. 시민적 연대를 축적해 낯선 타인을 봐도 신뢰를 느껴야 법과 제도가 작동한다. 정의, 평화, 시민적 연대를 높이기 위해 민주주의라는 국가제도를 더 높은 수준으로 설계하고 운영해야 한다. 이걸 위해선 반드시 민주주의 지도자가 필요하다. 다들 민주공화국 대통령이라고 하면서 실제로 계몽군주, 개척군주 역할을 하려고 한다. 이건 기본적으로 민주주의 제도의 핵심적 생명력을 다 죽인다. 민주주의가 백전백승의 이순신 부대를 만든다. 내가 (군대에) 끌려가는 것이 아니라 시민의 의무와 권리라 느끼게 만들어야 한다. 그런데 왜 끌려간다는 표현이 통용되나. 그건 법 앞에 공정하지 않다고 생각해서다. 특권층 자녀가 꽃보직에 가는 것을 보면서 신뢰로 병영생활을 할 수 있겠나. 그래서 민주적 리더십이 중요하다. 그거 하라고 있는 게 직업정치인이다. 투자해서 높은 생산성 만들 사람은 기업인이 돼야지. 사회 각계 각층지도자들이 왜 다 정치권에 들어오나. 난 정말 안타깝다. 과학, 예술, 금융 등 지도자가 왜 정치권에 들어와야 하나. 정치가 각 분야의 지도력을 인정하지 않아서다. 내가 금융계 지도자로 성장해도 판단할 힘이 안 주어진다. 그게 억울하니 정치권으로 다 온다. 그렇게 오지만 이 정치권 내에서 각 분야의 지도력이 우리 사회의 지도력으로 전환이 안 된다. 여의도의 집단적 패싸움에 동원되는 숫자에 불과하다. 그러면서 사람들은 끊임없이 좌절한다. 결과적으로 이게 민주주의를 안 하기 때문이다. 민주주의와 정상적 국가에선 각계 수많은 지도자의 존경받는 권위가 사회를 이끈다.

-그런 차원에서 이념을 뛰어 넘고, 김대중·노무현 시대를 뛰어넘어 새 시대를 간다고 했다. 하지만 새 시대 상이 구체적으로 보이진 않는다.

“억울한 일을 당하지 않는 사회가 기본이다. ‘흙수저-금수저론’이 다 억울하다는 것이다. 경쟁이 불공정하다 생각하면 억울한 것이다. 이런 상태에선 창조경제도 안되고 혁신경제도 안된다. 전체 기업 거래의 70%가 내부거래로 진행되는 사회에서 어떤 사람이 ‘제2의 정주영’을 꿈 꿀 수 있나. 안된다. 기회가 불공정한 것은 민주주의 작동하지 않아서다. 정치는 억울한 사람이 없도록 제도를 설계해야 한다.”

-‘문재인 대세론’이 조기에 형성되면서 야권의 대선시계가 빨라지고 있다. ‘문재인 대세론’이 유지될까.

“난 문재인 전 대표도 좋은 정치지도자로서 지도력을 발휘할 기회가 있길 바란다. 끝.”

(재차 질문) “도지사 선거를 치르면서 느낀 것이 있다. 농담처럼 한 말인데, 선거 운동하러 경로당에 갈 때마다 어머니들이 고스톱을 치고 있어. 우리가 궁여지책으로 ‘어머니들 다 따세요’ 하면 까르르 웃어. 돌아서서 생각하면 그말이 맞는 것 같았다. 예전에 어느 한 재벌 총수가 말한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다’는 말도 떠오른다. 좁은 땅에서 영토 싸움을 할 필요 없다. 국민의 사랑과 지지는 늘 널려 있다. 최종 결정은 국민이 하는 것이다. 입후보한 사람들은 자기 소신과 비전을 열심히 노래 부르면 된다. 개인적 관계를 보고 경쟁 할 거냐 말 거냐라고 규정하는 건 경쟁이 상대방을 죽이는 거라고 생각해서다. 경쟁은 최종 결정권자인 국민 앞에 대한민국 미래 이끌겠다는 포부를 가진 지도자들이 자기의 소신과 비전을 밝히는 걸로 끝이다. 국민들이 결정해주실 것이다. 당원 동지들에게 자기 포부를 열심히 설명하면 된다.”

-그렇지만 피할 수 없는 정치 현실도 존재한다. 경쟁의 형식도 중요하지 않나.

“난 새로운 시도로 접근하고 도전하고 있다. 밤하늘에 별이 나타났는데 항성인지 행성인지 구분이 안되는 별이다. 난 새로운 운행법을 하고 있는 별이다. 기존 태양계 법칙이나 구조에서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5000만 국민이 매번 여론조사를 하지 못한다. 다만 여론과 공론 흐름이 있다. 이 속에서 굉장히 섬세하게 교감할 수 있는 지도자여야 한다. 여론이란 공간이 없으면 민주주의가 죽는다. 여론을 가장 풍부히 만드는 것이 언론인이다. 어떻게 여론이 형성되냐에 따라 그 나라의 소통과 민주주의 합의 수준이 높아진다. 그때 가서 국민들과 끊임없이 소통하는 과정에서 (후보가) 결정되는 것이다.”

-문 전 대표 질문을 계속 할 수밖에 없다. 안 지사는 다른 ‘비문 후보’들과 달리 1차전부터 문 전 대표와 경쟁해야 하는 후보이자 지지층도 문 전 대표와 많이 겹치는 후보이기 때문이다. 차별화 전략이 있나.

“(문 전 대표는) 지난 대선에 이미 출마했고 인품도 훌륭하니 국민들의 높은 지지와 사랑을 받은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나도 포부가 있다. 나의 도전도 예쁜 거다. 그럼 당원들이 보고 판단하실 것이다.”

안희정 충남도지사가 13일 충남도청 서울사무소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강윤중 기자

안희정 충남도지사가 13일 충남도청 서울사무소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강윤중 기자

-정치권에선 ‘대선주자 안희정은 문재인의 페이스메이커’이고 결국 문 전 대표와 단일화해서 (문 전 대표의)손을 들어줄 거라는 시선이 적지 않다.

“우리의 하루하루는 다 최선을 다해서 살아야 하는 일상이다. 그런데 우리가 자꾸 영화를 보면 주인공 중심으로 본다. 그러니까 누가 누구의 보조고 이런 생각을 하는데, 그렇지 않다. 자연의 모든 진화는 이렇게 많은 도전을 통해 일어나는 것이다. 그리고 그 도전을 기성 질서와 기존의 좀더 높은 사람을 공격하는 걸로 받아들이면 잘못된, 왜곡된 경쟁의식이다. 세상은 넓다. 자기 색으로 꽃을 피우면 그만이다. 역사의 주인은 민중이고 국민이다. 그분들이 결정하는 것이다. 내가 예전에 페이스북에 ‘우리가 모두 이 세상의 새로운 사람으로 양껏 꽃피우지 않는가 그대여’라고 시 쓴 것이 있어. 자기 꽃을 피우면 된다. 난 대한민국에 할 얘기가 있고 그것을 정리 중이다.”

-그럼 ‘페이스메이커’나 ‘보조재’, ‘불펜투수’ 테두리 내에 머무르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한 것으로 이해하면 되나.

“그걸로도 불만이다. 왜냐면 그 단어(페이스 메이커, 보조재)를 쓰는 순간 그건 내가 아니다. 난 나대로 꽃을 피는데, 날 ‘장미꽃 옆 튤립’이라고 하지 말고 ‘튤립’으로 불러달라. (장미꽃 옆 튤립은) ‘니가 먼저 지는 꽃’이라는 거잖나. 난 내 젊은 날의 혁명을 하고 있는 것이다. 누구와 경쟁 속에 얻어지는 ‘도토리 키재기’ 싸움이 아니다. 그걸 공학상으로 보면 지지율은 당연히 문 전 대표가 높을 수 밖에 없다. 하지만 내가 가진 포부가 더 많으면 더 좋은 세상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때가 되면 국민들이 알아서 시대적 역량에 맞게 선택해 줄 것이다.”

-대선 3자 구도가 불가피하다는 얘기가 있다. 3자 구도도 승산이 있다고 보나.

“난 기존 정당과 선거공학으로부터 벗어나 있다. 왜냐면 국민들이 그렇게 판단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념과 정당 구조가 어디가 불리하고, 어디가 유리하다, 어떻게 판을 갈아야 표를 얻는다고 하는 것은 국민을 대상화하는 것이다. 역사의 주인인 국민은 정당이 말하는 구분법으로 선거를 뛰지 않는다. 우린 그걸 뛰어넘어 새로운 비전을 보여줘야 한다. 난 그 새로운 지도력으로 국민들 앞에 서겠다는 것이다. 그래서 기존의 선거 구도는 전혀 내가 고려하고 있는 바가 아니다.”

-그러나 약한 조직, 부족한 시간, 낮은 인지도 등 안 지사가 처해 있는 환경은 기존 정치의 틀을 바꾸기엔 한계가 있는 것 같다.

“올림픽을 보면 무명의 선수라도 경기 몇 게임을 하고 나면 온 국민이 그 선수를 다 알게 된다. 선거도 그렇다. 선거 전 대다수 국민은 자기 생업과 삶 속에서 바쁘지만 진실한 기도가 있다면 선거 공간에서 국민들이 알아준다. 친소관계로 조직을 만들고 선거공학적으로 접근하면 정치가 너무 고비용이 되고, 직업정치인이 황폐화된다. 대부분 정치를 이해하는 경향은 기존의 정치가 너무 세다는 것이다. 사실은 친소관계와 선한 이웃들 간의 화목을 위한 게 정치가 아니다. 정치는 공적 삶의 영역이다. 그건 인간적으로 친해서 만나는 게 아니라 공적으로 만날 이유가 있어서 만나는 것이다. 그럼 공적 소신에 집중해야 한다. 내가 당신을 잊지 않고 얼마나 소중하게 생각하는지로 국가를 운영하는 건 얼마나 불행한 일인가. 그렇기 때문에 이 과정을 겪어야만 우리 사회의 활력이 생긴다. 청년정책만 해도 우리 사회가 친소관계, 특정학맥과 지역연고로 밀어주고 당겨주는 구조다. 이런 인맥과 친소관계 중심에 정치 지도자가 서면 정치는 매우 비생산적이고 미래의 역사를 열지 못한다. 그래서 소신이 있으면 얼마든지 공론의 광장에서 자기를 선언해라. 다만 그 선언이 타인에 대한 미움으로 서지 않으면 좋겠다. 그 누구도 안티 테제로 서지 마라. 타인의 모든 비판과 비난도 선의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하고 싶다. 나에게 하는 얘기이기도 하다. 그래서 선거공학 관련된 질문에는 내가 대답할 말이 없다.”

-그래도 현실적인 질문을 피하긴 힘들 것 같다. 당내 대선 경선시기 논란이 커지고 있다. 언제가 적절할까.

“그건 당 지도부가 당원의 뜻을 받들어 당헌당규에 따라 정하면 따를 것이다.”

-야권 대선주자에게 호남은 어떤 의미인가.

“난 지역 구분을 아예 하지 않는다. 광주에서든 충청에서든 똑같다. 지역주의를 극복해서 국민 지도자가 되고자 하는 사람이 어느 지역 대망론으로 표현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 호남과 영남 다 마찬가지다. 우리 정치와 비전, 포부를 얘기하는데 지역이란 단어를 염두에 두면 안 된다. 국민은 이미 하나다. 호남과 영남의 농부가 따로 있지 않다. 정치권에서만 그 분류가 있다. 국민 삶에선 다르지 않다.”

-당내와 여권에서 가장 버거운 경쟁 후보를 꼽아달라.

“51대 49라는 정치의 룰에서 49%를 원수로 만드는 지도자는 민주주의를 해칠 뿐이다. 가장 따뜻하고, 가장 연대 가능한 ‘우정어린 반대자’를 갖고 싶을 뿐이지 경쟁자를 염두에 두고 있지 않다. 나의 소신이 낡은 시대의 벽을 넘지 못하게 되는 것, 그것이 가장 두렵다.”

-차기 대선의 핵심과제는 무엇이라고 보는가.

“의도적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서, 뭐라고 한마디로 표현하는 것이 어렵다. 어느 하나로는 안된다. 양극화를 풀기 위해서 세제 손대고, 임금소득 늘리고, 재정 투입하고 임금편자 줄이고, 갑을관계 고치는 등 여려가지가 이뤄져야 한다. 문제를 푸는 것은 매우 종합적이어야 한다. 그래서 안희정 브랜드는 단답형, 사지선다형이 아닌 서술형이다.”

-대선에서 정치권의 세대교체가 필요하다고 보나. 필요하다면 이유는 무엇인가.

“적자생존, 약육강식의 20세기 낡은 태도와 결별해야 할 때다. 세대교체는 시대의 전환이라는 차원에서는 유의미하다. 우월감과 열등감, 분노와 미움에서 벗어나 민주주의를 통해 정의, 신뢰, 평화의 가치를 높여야 한다.”

-더민주 추미애 대표가 최근 전두환 전 대통령 예방을 추진했다가 취소했다.

“지도자가 국민의 화합을 이끌어야 한다는 것과 역사의 진실을 정리하는 문제는 다르다. 매우 예민한 주제다. 통합과 화합 측면에서 정치 지도자의 모든 노력은 칭찬받아야 한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아직 정리가 안 된 주제가 있다. 진실과 화해가 일어나지 않는 영역이 있다. 이 영역은 지도자들이 좀더 숙성하거나, 역사의 진실이 두엄 자리에 잘 곰삭도록 관리해야 한다. 그걸 먼저 결론내려 하면 안 된다. 전두환은 반란수괴, 시민학살로 모든 훈장이 박탈된 전직 대통령이다. 그런 측면에서 전 전 대통령에 대해선 선한 마음을 내어서 행보를 한다는 건 우리 사회에 아직 풀리지 않은 숙제를 건드리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청와대 우병우 민정수석 거취 문제로 여야의 대치가 장기화하고 있는데.

“박근혜 대통령이 국민의 목소리를 더 경청하고 더 소통하길 바란다. ‘여기서 밀리면 끝’이라는 생각도 권위주의다.”

-지역에서 ‘반기문 대망론’은 어떻게 평가되고 있나. 출마부터 당선가능성까지 구체적인 반응이 궁금하다.

“그분에 대한 기대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 외에는 달리 할말이 없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얘기를 해달라.

“나도 이렇게 얘기하면서도 굉장히 힘들다는 것을 이해해달라. 현실적으로 내 마음에도 꺼지지 않은 분노가 있다. 옛날, 정의감에 입각한 분노가 있고, 한 인간의 몸으로 태어나 원초적 경쟁심도 있다. 이런 것들을 계속 뛰어넘으려고 노력한다. 우리가 유일하게 바라봐야 하는 건 국민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연설은 항상 ‘존경하고 사랑하는 국민 여러분’으로 시작한다. 야당 정치인으로서 국민들에게 배신감을 느낄 때도 많았을 텐데 어떻게 진정 존경하고 사랑하는 마음을 갖게 됐을까 생각한다. 나는 아직 그 수준에는 이르지 못했지만 노력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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