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비상도신 전협은 궁중에서 시종하고 있었는데 큰 소리로 친구들에게 치원에 대하여 말하기를,
"천하의 미인들 중에서 내 아내만한 이가 없다. 빼어나게 아름다워 온갖 좋은 점을 갖추었고 환히 빛나고 온화하여 여러 가지 좋은 용모를 구비하였다. 화장도 필요 없으며 향수를 바를 것까지도 없다. 넓은 세상에서 견줄 만한 이가 드무니 이 시대에 홀로 빼어난 사람이다"
(웅략)천황이 귀를 기울여 멀리서 듣고 마음속으로 기뻐하였다(天皇 傾耳遙聽 而心悅焉).
곧 자기가 치원을 얻어 시중드는 여자로 삼고자 하여 전협을 임나국사로 삼았다.
얼마 지난 후 천황이 치원과 동침하였다.
전협신은 치원에게 장가들어 형군과 제군을 낳았었다.
전협은 이미 임지에 가 있었는데 천황이 그의 아내와 사통하였다는 말을 듣고 도움을 얻고자 신라에 들어갈 생각을 하였다.
이 때 신라는 중국(倭는 자신들을 중국이라 칭하기도 했다)을 섬기지 않고 있었다. 천황이 전협신의 아들 제군과 길비 해부직적미에게 명하여
"너희들은 마땅히 가서 신라를 징벌하라."
고 하였다.
이 때 서한 재기 환인지리가 옆에 있다가 나아가
"저희들보다 뛰어난 자가 한국(韓 또는 韓國은 좁은 의미로 백제를 가리키는 말이다)에 많이 있으니 불러서 부릴만합니다."
라고 아뢰었다.
천황이 여러 신하들에게
"그러면 마땅히 환인지리를 제군 등에게 딸려 보내 백제 길을 취하고 아울러 칙서를 내려 재주가 뛰어난 자를 바치게 하도록 하라."
고 명하였다.
이에 제군은 명을 받들어 무리를 이끌고 백제에 도착하였다.
그 나라(신라)에 들어가는데 나라의 신이 늙은 여자로 변하여 홀연히 길에서 맞이하였다. 제군이 나라의 멀고 가까움을 묻자 늙은 여자가
"다시 하루를 더 간 다음에야 다다를 수 있다."
라고 대답하였다.
제군이 스스로 생각하기를 길이 멀다고 여겨 정벌하지 않고 돌아왔다. 백제에서 바친 재주좋은 사람들을 큰 섬 안에 모아놓고 바람을 기다린다는 핑계로 몇 달 동안 머물러 있었다.
임나국사 전협신은 제군이 되돌아간 것을 기뻐하며 몰래 백제에 사람을 보내 제군에게 경계하여
"너의 목이 얼마나 단단하기에 다른 사람을 치는가(汝之領項 有何罕錮而伐人乎). 전하는 말을 듣건대 천황이 나의 아내와 사통하여 자식까지 있다고 한다. 이제 화가 나에게까지 미치기는 발을 들고 서서 기다리는 것만큼이나 순식간일 것이다. 내 아들인 너는 백제를 차지하고 앉아 일본에 통하지 않도록 하라. 나는 임나를 차지하고서 역시 일본에 통하지 않겠다."
라고 하였다.
제군의 아내 장원은 국가를 사랑하는 마음이 깊고 군신의 의를 중히 여기며 충성스러운 마음은 밝은 해보다 더하고 절의는 푸른 소나무보다 뛰어났다. 그래서 그 모반을 미워하여 몰래 남편을 죽여 집안에 숨겨 묻어두고 해부직적미와 함께 백제에서 바친 손재주 좋은 기술자를 거느리고 큰 섬에 있었다.
천황은 제군이 죽은 것을 알고 일응길사 토견고안전을 보내어 함께 복명하게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