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략천황이 즉위한 때부터 이 해에 이르기까지 신라국은 천황의 명을 듣지 않고 마음대로 하며 공물을 보내지 않았는데 지금 8년째가 된다. 그리고는 중국(倭)의 마음을 몹시 두려워하여 고려와 우호를 맺었다. 이로 말미암아 고려왕이 날랜 병사 100명을 보내어 신라를 지켜 주었다. 얼마 되지 않아 고려 군사 한 사람이 말미를 얻어 자기 나라에 돌아갈 때 신라 사람을 말몰이로 삼았는데 돌아보면서 "너희 나라는 우리나라에게 망할 날이 멀지 않았다."고 하였다. 말몰이가 그 말을 듣고 거짓으로 배가 아프다고 하여 뒤에 처져 있다가 마침내 도망하여 자기 나라에 돌아와 그가 말한 것을 설명하였다. 이에 신라왕은 고려가 거짓으로 지켜주는 것을 알고는 사자를 급히 보내어 나라 사람들에게 "사람들이여, 집안에서 기르는 수탉을 죽여라."라고 하였다. 나라 사람들이 그 뜻을 알고는 나라 안에 있는 고려인들을 모두 죽였다. 그런데 살아남은 고려인 1명이 틈을 타 빠져나가 도망하여 자기 나라에 들어가 모든 것을 이야기하였다. 고려왕이 곧 군사를 일으켜 축족류성에 모여 진을 치고서 드디어 노래하고 춤추며 음악을 연주하였다. 신라왕은 밤에 고려군이 사방에서 노래하고 춤추는 소리를 듣고 적군이 모두 신라 땅에 들어왔음을 알았다. 이에 사람을 시켜 임나왕에게 "고려왕이 우리나라를 정벌합니다. 지금의 시기는 깃대에 묶어놓은 술과 같고 나라의 위태로움은 계란을 쌓아놓은 것보다 더하여 나라 운명의 길고 짧음을 헤아릴 수 없습니다. 엎드려 바라건대 일본부 행군원수(日本府 行軍元帥)에게 구원을 청해 주십시오."라고 하였다. 이로 말미암아 임나왕이 선신반구, 길비신소리, 난파길사적목자에게 권하여 가서 신라를 구해주도록 했다. 선신 등이 아직 군영에 이르지 않고 머물러 있었다. 고려의 여러 장수들은 선신 등과 싸우기도 전에 모두 두려워하였다. 선신 등은 힘써 군사를 위로하고 군중에 령을 내려 속히 공격하기 위한 준비를 갖추게 하고 급히 나아가 공격하였다. 고려군과 서로 10여 일을 대치하다가 밤에 지세가 험한 곳을 파서 지도로 삼고는 군대의 짐을 모두 옮기고 기습할 군사를 그 곳에 배치하였다. 날이 밝을 무렵에 고려는 선신 등이 도망한 것으로 여기고 모든 군사로 뒤쫓아 왔다. 이에 기습군사를 풀어놓아 보병과 기병이 협공하여 그들을 크게 깨뜨렸다. 신라와 고려 두 나라의 원한은 이로부터 생겼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