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 

남경필 경기지사 인터뷰

김진우·허남설 기자

남경필 경기지사(51)는 12일 북핵 해법과 관련, “평화적 해결이 전제다. 제재 속에서도 협상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남 지사는 이날 경기 수원시 도청 집무실에서 가진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대북 제제의 흐름을 이어가야 한다”면서도 이 같이 밝혔다. 박근혜 대통령이 “북한에게 시간벌기만 된다”고 ‘대화무용론’을 고수하는 것과는 다른 견해를 보인 것이다. 남 지사는 박근혜 정부 국정운영에 대해 “토론이 부족하고 의사결정이 적시에 못 이뤄지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든다”면서 “의사결정 구조는 쇄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여권의 차기 대선주자로 꼽히는 남 지사는 최근 ‘대한민국 리빌딩(개축)’이라는 구호 아래 수도 이전, 모병제 등 논쟁적인 이슈를 잇달아 던지고 있다. 그는 이 같은 주장들이 ‘좌파 포퓰리즘’이란 지적에 대해 “그럼 이대로 가자는 거냐”라고 반문했다. 다음은 남 지사 인터뷰 전문.

남경필 경기지사가 13일 경기도청 집무실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강윤중 기자

남경필 경기지사가 13일 경기도청 집무실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강윤중 기자

-북한의 5차 핵실험으로 한반도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

“기본적으로 평화적으로 해결돼야 한다는 게 전제다. 북한이 이제 실질적인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라고 시위를 계속 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금 중국과 러시아도 동참하는 대북 제재의 흐름을 계속 이어가야 한다. 다만 제재 속에서도 협상이 필요하다. 우리 이해와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국면이 가지 않도록 주도적인 역할을 해야 된다.”

-핵무장론이나 전술핵 재배치 주장도 나오는데.

“당장 핵무장론은 현실적이지 못하다. 또 단기간에 지금 국면에서 전술핵 재배치도 현실적이지 않다. 그렇다면 우리가 현실적으로 가능하면서 실효적으로 국민들의 안전을 지킬 수 있는 이러한 핵과 관련한 조치는 무엇이 있을까 대해서 정부가 심각하게 고민을 하고, 이제 대안을 내놔야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생각하고 있는 대안은 있다.”

-야권 일각에서 주장한 핵 폐기 조건으로 제재를 해제하는 ‘이란식 해법’과 비슷한 것인가.

“그것과는 다르다. 오는 11월 미국 대선 전까지는 북한이 계속 긴장을 높여갈 것이다. 기본적으로 ‘핵보유국으로 지위를 인정해 달라. 다만 앞으로 핵을 더 보유하는 문제는 협상 가능하다’는 게 북한이 취할 수순일 것 같다. 아마 다음 수순은 미국 본토를 공격할 수 있는 능력을 보여줘 미국을 자극하려고 할 것이다. 미국도 대선 이후 북핵 문제를 테이블에 올릴 것인데, 그 때 우리 정부는 어떤 스탠스를 취할 것인지가 굉장히 중요하다. 북한과 협상 국면이 오면 이니셔티브를 쥐고 갈 것인지, 아니면 그냥 뒤따라 갈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

남경필 경기지사가 13일 경기도청 집무실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 강윤중 기자

남경필 경기지사가 13일 경기도청 집무실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 강윤중 기자

-수도 이전, 모병제 등은 내년 대선 출마를 위한 건가.

“이런 이슈를 내년 대선 어젠다로 만들 생각은 분명히 있다.”

-대선 출마 여부를 내년 초 결정한다고 했다. 준비가 안된 건가.

“도지사 역할이 굉장히 중요한 때에 있다. 또 하나는 어느 정도 국민의 신뢰·지지는 받아야한다. 그런 의미에서 내년 초 판단하는 게 좋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준비됐냐는 데는 내년 초에 판단하는 게 좋다고 생각하고 있다.”

-왜 지금 모병제인가.

“‘대한민국 리빌딩’이라는 큰 주제 아래 처음 꺼낸 아젠다가 연정과 협치였고, 두번째가 수도 이전, 세 번째가 모병제다. 이는 북핵·안보 위기를 준비하자는 차원에서 꺼낸 거다. 저출산 문제로 인해 이대로 가다가는 2025년 이후 인구절벽이 도래하면 군대 갈 사람이 없다. 모병제를 반대하는 측에선 징병율을 현재 85%에서 95%로 끌어올리면 된다고 한다. 지금도 ‘관심사병’으로 대표되는 군대 부적응자, 군대에 어울리지 않는 사람들도 대거 군대를 가서 군대 안에서의 인권 문제로 인한 전력약화가 심각하다. 관심사병이 5000명에서 1만명 정도 된다. 이에 더해 모병제를 하지 않고 지금 같은 군 규모로 현재 군의 전력을 유지하려면 징병율을 95%로 끌어올리고 복무기간도 대폭 늘려야 한다.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은 대안을 놓고 아무 것도 안 하면 어느 날 대한민국 전력이 확 떨어질 수 있다. 아무리 빨리 준비해도 5년은 걸린다. 2025년이 코 앞에 닥쳐있기 때문에 실질적 대책을 시행해야 한다.”

-새누리당 유승민 의원은 모병제가 ‘정의롭지 못하다’고 했다.

“정의를 논할 때는 굉장한 주의가 필요하다. 누군가를 정의롭지 못하다고 얘기하는 것은 굉장히 조심해야 한다. 요즘은 부모 자식간에도 ‘너의 생각은 틀렸어, 넌 정의롭지 못하다’는 말을 잘 안 한다. ‘너와 나는 생각이 달라’라는 것은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주장이지만 ‘넌 정의롭지 못해, 넌 틀렸어’라고 하는 것은 굉장히 조심해야 하는 것이다. 정의의 독점은 전체주의로 가는 시작일 수 있다. 특히 정의라는 단어는 인류보편적인 가치에 기인하는 것이고, 자유와 개인의 행복 추구는 인류보편적인 가치다. 그 측면에서 보면 모병제는 정의롭다. 흔히 말하는 흙수저만 군대에 간다는 게 정의롭지 못하다는 건데 생각해보자. 돈 있고 빽 있는 사람은 군대를 안가고 가더라도 꽃보직을 받고, 흙수저들은 다 군대에 끌려가서 가장 어려운 곳에서 복무한다. 이걸 해결하자고 모병제를 내놨는데 불공정하다고 하면 대안이 뭔가. 모병제를 하면 이런 것도 가능하다. 예를 들어 자원입대한 사람은 제대한 뒤 취업률이 거의 100%가 되게 하는 거다. 자유의지로 군에 가는 사람들에게 더 많은 취업 인센티브를 제공하면 사회적 합의가 가능해진다. 우스갯소리로 ‘입대 청탁이 생기는 거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의 사회를 만드는 게 목표다.”

-모병제가 결과적으로 ‘군 전력 강화’로 이어질 것으로 보나.

“지금은 군대에 끌려가는 것인데, 모병제로 바꾸면 어떤 결과가 오냐면 군의 전력이 강화된다. 끌려간 군인과 자발적으로 프라이드를 가지고 간 군의 전력 차이는 큰 것이다. 그 내부의 군 인권 문제도 거의 없어질 거다. 우리 사회의 대표적 불공정인 병역 비리도 없어질 것이다. 우스갯소리로 ‘입대 청탁생기는 거 아니냐’는 말을 할 정도의 사회를 만드는 게 목표다. 이것은 준비 안 하면 안 된다. 왜냐하면 이런 상황(인구절벽과 전력약화)으로 가는데 그렇다면 우리가 능동적으로 해서 모두가 군에 가고 싶게 만드는 게 중요하다. 고위공직이나 정치 하고 싶은 사람은 최소한 군에 가서 의무를 다 해야 한다는 사회 분위기를 얼마든지 만들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유 의원과 통화는 했나.

“통화 안했다.” (웃음)

-유 의원 주장을 ‘나치’에 비유하며 논쟁을 키우려고 한다는 지적도 있다.

“그게 아니라 한 번 꼭 짚고 싶었다. 정의롭지 못하다는 얘긴 정말 조심해야 한다는 거다. 저는 정치하면서 낙인찍기는 하지 말자(고 하고 있다). 사실 유 의원이 낙인이 찍히는 고통을 받았는데 똑같은 방식으로 남의 사상이나 정책을 낙인 찍어선 안된다. 그럼 토론이 불가능하다. (개인적) 감정이 아니라 이게 우리 사회에 만연하다. 어떤 사람에 대해 ‘너와 나는 다르다’는 정신을 가져야 하는데 ‘너는 틀렸다’고 하는 분위기가 강하다. 그 분위기가 가장 강한 게 정치권이다. 그것을 통해 자기가 이슈를 만든다. 민주주의의 기본은 내가 스스로 완전하지 못하기 때문에 늘 틀릴 수 있는 존재라는 걸 인정하는 거다. 마침 유승민이 ‘정의롭지 못하다’고 말해서 이건 감정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가 곱씹어보자는 차원에서 말한 것이다”

남경필 경기지사가 13일 경기도청 집무실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강윤중 기자

남경필 경기지사가 13일 경기도청 집무실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강윤중 기자

-여권에서 모병제 등 이슈를 두고 ‘좌파 포퓰리즘’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그렇게 낙인을 찍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색깔론이다. 옛날엔 반공 색깔론이었다면, 최근엔 자기와 생각이 다르면 틀렸다고 찍어버리는 것이다. 저는 ‘그럼 이대로 가자는 것이냐’고 질문 하고 싶다. 모병제는 이대로 가면 대한민국 안녕합니까 라는 질문에서 시작했다. 수도 이전 문제도 이대로 가면 대한민국 국토가 균형발전할 수 있느냐, 지방사람 행복할 수 있느냐 라는 질문에서 시작했다. ‘연정’이나 ‘협치’도 이대로 가면 대한민국 정치, 국민들 버림받지 않겠느냐 라는 질문에서 시작했다. 질문을 던져보자는 것이다. 이게 자기들 생각에 포퓰리즘이라 틀렸다고 생각하면 뭔가 다른 대안이 필요하다.”

-지방선거 후 이제 2년 좀 넘었는데 벌써 대권 행보하는 건 이르지 않나.

“분명한 건 도정에 소홀함이 없다. 도지사로서 제가 했던 약속들 최선을 다하고 있다. 일자리 넘치는 안전하고 따뜻한 공동체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아마 올해 안에 기본적인 준비가 다 끝나고 성과가 일부 나올 것이다. 정말 좋은 일자리를 만든 도지사로 기억되고 싶다.”

-‘원조 소장파’로 불렸는데 지금 새누리당에 남았으면 무엇을 했을까.

“요즘 사실 국회의원 만나서 그런 얘기도 많이 한다. 초기에 정치인의 행동 양식을 많이 이야기했다면 요즘엔 구조에 관심이 많다. 실제로 지금의 판을 그대로 두면 어떤 좋은 좋은 정치인이 들어가도 비슷한 과정을 겪으면서 비슷한 융화의 시스템에 예속되는 것 같다. 힘을 가진 쪽에서 공천을 쫙 정리하고, 다음 선거에선 또 그 때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 뜻 안 맞는 사람을 정리하는 식으로 계속 그렇게 왔다. 지금 해야 할 일은 다름을 인정하면서 서로 타협할 수 있는 그러한 시스템, 의원들이 당론이나 권력자의 눈치를 보지 않는 시스템을 마련해는 것이다. 20대 국회에선 예산과 안보 문제도 다뤄야 하겠지만 정치적으로 보자면 빨리 선거구제 개편을 하는 게 필요하다. 복합선거구제, 중대선거구제를 포함해서 현실에 맞는 선거구제를 다양하게 논의해야 한다. 아울러 여야가 합의해서 여야 동시에 치르는 오픈프라이머리를 법제화해야 한다. 그것도 최소한 선거 6개월 전에 후보들이 뽑히는, 예측가능하고 투명한 의사결정이 가능한 공천시스템으로 해야 한다. 선거가 한참 남았을 때 해야한다. 개혁 활동을 개인이 하는 단계는 지났고 시스템으로 정착시켜야 한다. 새누리당 김세연 의원 등이 참여하는 정치발전특위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청와대 우병우 민정수석 논란이 여전한데.

“이제 그거 뉴스도 아니지 않나. 하아, 맨날 하는 얘기 반복해야 하니까.” (남 지사는 우 수석 사퇴를 주장해왔다).

-박근혜 정부 4년차에 문제들이 잇따르고 대응도 잘 안된다.

“의사결정 구조를 쇄신할 필요는 있다고 생각한다. 의사결정은 다양한 토론을 통해서 신속하게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 다양한 토론이 조금 모자란 게 아닌가, 그런 과정에서 의사결정이 적시에 못 이뤄지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든다. 의사결정이 되면 정치리더십이 그것을 책임지고 해결하고 들어가야 한다. 그런데 토론이 부재하고 의사결정이 잘 안되면 책임 있는 리더십 발휘가 잘 안 되는 이런 것이 최근 몇 가지 이슈에서 비슷한 맥락으로 흘러가는 것 같다.”

남경필 경기지사가 13일 경기도청 집무실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 강윤중 기자

남경필 경기지사가 13일 경기도청 집무실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 강윤중 기자

-여권엔 반기문 대망론이, 야권엔 문재인 대세론이 있다.

“각자 하기 나름이다(웃음). 반기문 대망론의 원인 제공자는 흔히 얘기하는 새누리당 잠룡들이 제대로 못한 탓이다. 야권은 더 심각해 보인다. 일단 역동성이 없다. 지금 막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건 불안감의 표시일 수 있다. 또 하나는 아젠다가 안 보인다. 문재인이냐, 아니냐를 두고 얘기할 뿐이다. 앞으로 어떤 나라를 만들겠다는 게 잘 안 보인다.”

-가장 위협적인 야권 차기 주자는.

“더민주가 중도로 올 수 있는 유연성을 가진 인물. 4·13 총선에 나타난 국민들이 원한 협치가 가능하고, 비전을 내놓을 수 있는 인물. 안희정 지사·김부겸 의원 같은 분들이 실제로 대선 후보가 되면 굉장히 외연확대가 가능하다고 본다.”

-내년 대선의 시대정신은.

“개인의 행복을 어떻게 극대화 시킬 것이냐 하는 게 시대정신이라고 생각한다. 그 가치를 위해서 해야될 것은 크게 보면 일자리와 안보다. 일자리나 안보 문제나 국가가 전쟁의 도탄에 빠져서는 행복할 수는 없지 않나. 두 가지가 국민 한 분 한 분의 행복을 극대화 하기 위해 가장 중요하다고 본다.”

-지금도 ‘금수저’ 이미지가 강하다.

“난 금수저다. 당연히 인정한다. 그런데 우리 사회의 금수저가 문제가 된 건 그 수저를 갖고 자기만 퍼먹었기 때문이다. 부모와 사회로부터 받은 혜택을 남들과 나누려고 한다면 더 훌륭한 공헌을 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미국의 루즈벨트 대통령을 롤모델로 삼고 싶다. 경제학자 폴 크루그먼이 말했듯 미국 대공황 시기부터 30년 가량 중산층이 가장 확대됐던 압축성장 시절, 미국이 가장 건강한 경제와 사회를 이뤘던 그 시절의 시작이 바로 루즈벨트의 금수저 리더십이었다. 혼자 퍼먹지 않고 금수저를 중산층 확대와 어려운 사람을 배려하는 데 썼던 루즈벨트 대통령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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