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지다'는 뜻에 '강제로'라는 뜻을 더하면 '빼앗다'는 뜻이 됩니다.
따라서 빼앗을 奪은 '가지다'로 번역해도 없는 사실이 들어가지 않지만 가질 取는 '빼앗다'로 번역하면 없는 사실이 들어가게 됩니다.
예를 들면, 삼국사기에 나오는 '신라가 그 틈을 타 고구려의 5백리 땅을 빼앗았다'를 '신라가 그 틈을 타 고구려의 5백리 땅을 가졌다'고 번역하면 강제로 이루어진 사실이 빠졌을 뿐, 없는 사실이 들어간 것은 아니죠.
그런데 일본서기에는 '백제가 한성과 평양을 버리자 신라가 한성에 들어가 살았다'고 되어 있습니다.
삼국사기는 이를 '신라가 동북쪽 변경을 차지하고 신주를 설치하였다'고 썼죠.
이것을 '신라가 동북쪽 변경을 빼앗아 신주를 설치하였다'고 번역하면 차지하는 과정이 강제로 이루어졌다는, 없는 사실이 들어가게 됩니다.
땅이나 나라는 대부분 강제로 차지하므로 이런 경우가 극히 드물긴 합니다.
「漢典」 - 取
拿 (take, fetch, get)
取數鬥歸 수를 취하여 되에 채워 넣다.
三國魏· 邯鄲淳 笑林
對面取人物 눈앞의 사람에게서 물건을 취하다.
取一葫蘆 宋‧歐陽修 歸田錄
取器材 明·崔銑 洹詞·記王忠肅公翱三事
「漢典」 - 奪
強取 (seize, rob)
奪取也 탈취하다. 玉篇
人奪女妻而不怒 左傳·文公十八年
奪其印符 史記·淮陰侯列傳
奪攘矯虔 書·呂刑
秦王度之 終不可奪 史記·廉頗藺相如列傳
奪項王天下者 必 沛公也 史記·項羽本紀
「三國史記」
往者隋室相侵
지난날 수나라가 침입하였을 때
新羅乗釁 奪高勾麗五百里之地
신라가 그 틈을 타 고구려의 5백리 땅을 빼앗았다.
「日本書紀」
백제, 가라, 안라가 사신을 보내어
"高麗與新羅 通和幷勢 謀滅臣國與任那
고려와 신라가 함께 신의 나라와 임나를 멸하려고 합니다.
삼가 원병을 요청하여 먼저 불시에 공격하고자 합니다."
라고 아뢰었다.
「日本書紀」
百濟棄漢城與平壤 新羅因此入居漢城
백제가 한성과 평양을 버리자 신라가 한성에 들어가 살았다.
「三國史記」
新羅取東北鄙 置新州
신라가 동북쪽 변경을 차지하고 신주를 설치하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