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서기 웅략천황 7년.
이 해에 길비상도신 전협은 궁중에서 시중을 들고 있었는데, 친구들에게 자기 아내 치원에 대해 떠들며 자랑하기를, "세상에 내 아내만한 미인이 없다. 아름다우면서도 너그럽고, 빛나면서도 따뜻하여 여러 가지 좋은 점을 다 갖추었다. 화장을 할 필요도 없고 향수를 바를 필요도 없다. 세상에 비교할 만한 여자가 없으니, 이 시대의 유일한 미인이다."
웅략천황이 멀리서 귀를 기울여 듣고 속으로 기뻐하였다. 자기가 치원을 얻어 첩으로 삼으려고 전협을 임나국사로 보냈다. 그리고 마침내 치원과 동침하였다. 전협은 이미 임나에 가 있었는데, 천황이 자기 아내와 동침하였다는 말을 듣고 도움을 얻고자 신라에 들어갈 생각을 하였다.
이 때 신라는 왜를 섬기지 않고 있었다. 천황이 전협의 아들 제군과 길비해부직 적미에게 명하여, "너희들은 가서 신라를 징벌하라."고 하였다. 이에 제군은 명을 받들어 무리를 이끌고 백제에 도착하였다. 신라에 들어가는데 그 나라의 신이 늙은 여자로 변하여 홀연히 길에서 맞이하였다. 제군이, 나라의 멀고 가까움을 묻자, 늙은 여자가, "다시 하루를 더 가야 다다를 수 있다."고 하였다. 제군이 혼자 생각하기에 길이 멀다고 여겨, 정벌하지 않고 돌아왔다. 그리고는 백제가 바친 장인들을 큰 섬 안에 모아놓고, 바람을 기다린다는 핑계로 몇 달 동안 머물러 있었다.
임나국사 전협은 제군이 되돌아간 것을 기뻐하며, 몰래 백제에 사람을 보내 제군에게 이르기를, "너의 목이 얼마나 단단하기에 다른 사람을 치는가? 전하는 말에 의하면 천황이 내 아내와 사통하여 아이까지 있다고 한다. 이제 화가 내게까지 미치는 것은 발을 들고 서서 기다리는 것만큼이나 순식간일 것이다. 내 아들인 너는 백제를 차지하고 앉아 일본에 통하지 않도록 하라. 나는 임나를 차지하고서 역시 일본에 통하지 않겠다." 라고 하였다. 제군의 아내 장원은 국가를 사랑하는 마음이 깊고 군신의 의를 중히 여기며 충성스러운 마음은 밝은 해보다 더하고 절의는 푸른 소나무보다 뛰어났다. 그래서 그 모반을 미워하여, 몰래 남편을 죽여 집안에 묻어두고, 해부직 적미와 함께 백제에서 바친 장인들을 거느리고 큰 섬에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