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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illa on 2026-01-17
이 그림은 네덜란드 화가 브뤼헐이 그린 '교수대 위의 까치'라는 그림입니다. 교수대 위에 까치가 한 마리 앉아 있고 그 옆에 사람들이 춤을 추고 있는 풍자적인 그림입니다.
이 그림의 교수대를 놓고 진중권은 심한 비약을 했습니다.

'투시법을 교묘히 이용하여 현실적으로 있을 수 없는 형태로 그려 놓았다. 저자가 아는 한, 에셔보다 수 백년 앞서 미술사에 최초로 등장한 불가능한 형태다. 북구의 거장 브뤼헐이 투시법의 실수를 저질렀을 수는 없다. 따라서 화가가 온갖 부조리와 불합리로 가득찬 세상을 의도적으로 그렇게 표현한 것이다'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 교수대는 뒤틀린 형태지 불가능한 형태가 아닙니다.
땅에 박혀 있는 부분을 연결한 직선과 까치가 앉아있는 가로축이 같은 평면에 있지 않고 3차원 공간에서 서로 엇갈리고 있을 뿐입니다. 또 왼쪽 아래와 오른쪽 상단에 있는 보조 버팀목의 밝은 면이 애매하게 처리되어 있는 점도 어색함을 더하였죠.

불가능한 형태는 이런 것입니다.
왼쪽 펜로즈의 삼각형을 보면, 흰색 면이 하나의 평면 위에 있는데, 왼쪽 사각기둥을 보면 위쪽에서는 흰색 평면의 아래에 붙어있고 아래쪽에서는 흰색 평면의 위에 붙어있습니다. 이것은 현실적으로 존재할 수 없는 것이죠.
브뤼헐의 교수대는 이런 모순이 없습니다.

그리고 원래 브뤼헐의 그림에는 어색한 부분이 많습니다.
위의 그림은 브뤼헐이 그린 '농민들의 춤'이라는 그림인데 왼쪽 아래의 두 여자를 보면 키가 옆에 앉은 남자의 허리까지밖에 오지 않습니다. 또 가운데에 달려가는 남자의 다리도 몸의 좌우가 아닌 앞뒤로 달려있는 듯하죠.
아래 그림 역시 브뤼헐이 그린 '이카루스의 추락이 있는 풍경'이란 그림인데 이 그림의 중앙에서 쟁기질을 하는 농부의 그림자를 보면 태양과 농부를 연결하는 직선의 연장선 상에 있지 않습니다.
가운데에 있는 극사실주의 그림과 비교해 보면 브뤼헐은 그림을 그릴 때 정확도에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