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서기 553년 10월 20일. 백제왕자 여창이 나라 안의 군대를 모두 징발하여 고려로 향하였다. 그는 백합의 들판에 요새를 쌓고 군사들과 함께 먹고 잤다. 그런데 이 날 저녁 바라보니 넓은 들은 비옥하고 평원은 끝없이 넓은데, 사람의 자취는 거의 없고 개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이때 갑자기 북과 피리 소리가 들렸다. 여창이 크게 놀라 북을 쳐서 맞대응하면서 밤새 굳게 지켰다.
 
 새벽녘에 일어나 넓은 들판을 바라보니, 마치 푸른 산과 같이 군기가 가득 덮고 있었다. 날이 밝자 목에 찰갑을 두른 사람 1명, 작은 징을 꼽은 사람 2명, 표범 꼬리로 장식한 사람 2명 등 모두 5명이 말을 타고 고삐를 나란히 하고 와서, “어린 아이들이 우리 들판에 손님이 와 있다고 말하였다. 어찌 예의를 갖춰 맞이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지금 우리와 묻고 답할 만한 사람의 이름과 나이, 관위를 알고 싶다.” 라고 말하였다. 여창이, “성은 동성이고, 관위는 간솔이며, 나이는 29살이다.” 라고 대답하였다. 백제에서 물어보니 고려도 같은 방식으로 대답하였다.
 
 드디어 군기를 세우고 싸우기 시작하였다. 백제는 고려의 용사를 창으로 찔러서 말에서 떨어뜨린 뒤 머리를 베어 창끝에 꽂아 들고 돌아와서 군사들에게 보였다. 고려군 장수들은 격노하였다. 이때 백제의 환호하는 소리가 천지를 가르는 듯하였다. 또 부장이 북을 치며 속공하여 고려왕을 동성산 위로 쫓아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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