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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illa on 2025-10-31
어간성 천황 때 이마에 뿔이 있는 사람이 배를 타고 와서 월국의 사반포에 정박하였다. 그래서 그곳을 각록이라 불렀다. “어느 나라 사람인가?” 라고 묻자, 이와 같이 대답하였다.

“의부 가라국의 아들로, 이름은 도노아 아라사등이고, 다른 이름은 우사기 아리질지 간기라고 한다. 일본국에 성스러운 황제가 있다는 말을 듣고 귀화하였다. 혈문에 도착했을 때 그 나라의 이도도비고라는 사람이, ‘나는 곧 이 나라의 왕이다. 나를 제외하고 또 다른 왕은 없다. 그러므로 다른 곳으로 가지 말라.’  고 하였다. 그러나 내가 그 사람됨을 보니 틀림없이 왕이 아님을 알고, 즉시 돌아왔다. 길을 알지 못해서 섬과 포구에 머물다, 북해로 돌아 출운국을 거쳐 여기에 이르렀다.”

이때 천황은 이미 죽은 후였으나 도노아아라사등은 계속 머물러 활목 천황을 섬겼다. 3년이 지나 활목 천황이 도노아아라사등에게, “너의 나라에 돌아가고 싶은가?” 라고 물었다. 그러자, “그러고 싶다.” 라고 대답하였다. 활목 천황이 아라사등에게, “네가 길을 헤매지 않고 왔더라면 선황을 만나고 섬길 수 있었을 것이다. 아쉽다면 너의 본국 이름을 고쳐 어간성 천황의 이름을 따르도록 하라.” 라고 하였다. 그리고 붉은 비단을 아라사등에게 주어, 본토에 돌아가게 하였다. 그 나라가 미마나국이라 불리게 된 것은 여기에서 비롯된 것이다. 아라사등은 붉은 비단을 자기 나라의 관아에 보관하여 두었다. 신라인이 그 이야기를 듣고 군사를 일으켜 붉은 비단을 모두 빼앗았다. 이것이 두 나라가 서로 원망하게 된 시초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