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주 송제리 고분서 백제 관모장식 출토... ”무덤 주인은 지배층”

입력
2019.07.25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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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나주 송제리 고분에서 출토된 청동잔, 은피 관못, 은제 허리띠, 은제 관식. 문화재청 제공
전남 나주 송제리 고분에서 출토된 청동잔, 은피 관못, 은제 허리띠, 은제 관식. 문화재청 제공

전남 나주 송제리 고분에서 6세기 백제 성왕(523~554)대 은제 관식(관모에 부착하는 장식)이 발굴됐다.

문화재청 국립나주문화재연구소는 송제리 고분 발굴 조사에서 백제 성왕대 은제 관식과 허리띠 장식, 청동 잔 등을 확인했다고 25일 밝혔다. 연구소는 출토된 유물의 양상으로 볼 때 송제리 고분이 6세기 전반 백제 왕실 지배층 무덤이라고 분석했다.

송제리 고분은 1987년에 도굴된 상태로 세상에 처음 알려진 곳이다. 2000년에 돌방(석실ㆍ石室)에 대한 간단한 실측조사가 한차례 이루어지면서 돌방 천장이 활이나 무지개처럼 높고 길게 굽은 ‘궁륭형(穹隆形)’이며 벽면엔 석회가 칠해졌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이후 연구소는 송제리 고분의 구조와 축조방식을 연구하기 위해 지난해 11월부터 정밀발굴조사를 실시해왔다.

고분 규모는 지름 20m 내외, 높이 4.5m로 원형의 평면 형태다. 외곽의 원형 도랑에서 200여 점의 토기 조각이 출토됐다. 돌방은 길이 3m, 너비 2.7m, 높이 2.5m인 널방(관을 안치하는 곳)의 가운데에 길이 4.2m인 널길이 달린 구조를 하고 있다. 인접 지점에서는 기존에는 보고된 적 없는 새로운 고분 1기가 확인됐으나, 매장시설이 모두 훼손된 상태였다.

나주 송제리 고분 전경. 문화재청 제공
나주 송제리 고분 전경. 문화재청 제공

돌방 내부에서는 관모장식인 ‘은제 관식’이 나왔다. 기존에 발견되었던 ‘은화관식’과는 다소 다른 형태다. 은화관식은 꽃봉오리 모양이 주를 이뤘던 반면, 이번에 나온 관식은 풀잎 모양이다. 재질(은제품)과 제작기법(좌우 대칭, 은판을 오린 다음 접어 만들기)은 은화관식과 동일하지만, 함께 출토된 유물들을 볼 때 은화관식으로 정형화되기 이전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연구소 관계자는 “웅진기 말에서 사비기 초의 공백을 메워주는 첫 사례”라고 평가했다.

은제 허리띠 장식은 허리띠 끝장식, 잠금 장치인 교구, 칼이나 화살통 등을 거는 과판으로 구성돼 있다. 특히 교구는 버섯 모양으로 교침(鉸針)이 없는 형태인데, 백제 웅진~사비기의 과도기적인 모습이다. 과판은 심장 모양으로 연결고리가 일체형으로 만들어졌다. 이 밖에 청동 잔, 호박 옥, 장식칼 부속품은 공주 무령왕릉 출토품과 동일하고, 관못은 못 머리가 둥글고 은으로 감싼 원두정(圓頭釘)으로 백제 고위층의 무덤에서 확인된 것들과 유사하다.

나주 송제리 고분 출토된 은제 허리띠 장식의 앞뒤 모습. 문화재청 제공
나주 송제리 고분 출토된 은제 허리띠 장식의 앞뒤 모습. 문화재청 제공

연구소는 이들 유물을 고려할 때 무덤의 주인공이 매우 높은 위계의 인물이라고 분석했다. 이 인물이 주로 활동한 시점은 백제 성왕대로 특정했다. 연구소 관계자는 “무덤이 영산강유역의 중심지인 나주 복암리나 반남지역과 떨어져 위치하게 된 배경과 당시 이 지역의 정세에 대해서는 앞으로 풀어 나가야 할 과제”라고 설명했다. 연구소는 26일 오후2시 출토 유물을 공개하는 현장설명회를 연다.

신지후 기자 h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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