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81 삼국유사 - 경문왕
by Silla on 2020-02-09
왕이 임금의 자리에 오르자 왕의 귀는 갑자기 길어져서 당나귀의 귀처럼 되었다. 왕후와 궁인들이 모두 알지 못했으나 오직 복두장(幞頭匠) 한 사람만이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평생 동안 그 사실을 사람들에게 말하지 않다가 그 사람이 장차 죽으려 할 때 도림사(道林寺)의 대나무 숲 속에 사람들이 없는 곳으로 들어가 대나무를 향하여 외치기를, “우리 임금님 귀는 나귀의 귀처럼 생겼다”고 하였다. 그 후에 바람이 불기만 하면 대나무에서 소리가 나서 “우리 임금님 귀는 나귀의 귀처럼 생겼다”고 하였다. 왕이 이것을 싫어해서 이에 대나무를 베어버리고 산수유나무를 심었더니 바람이 불면 다만 그 소리는 “우리 임금님 귀는 기다랗다”고만 했다. 도림사는 예전에 도성으로 들어가는 숲 근처에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