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나루히토 일왕에게 친서
미국에선 일레인 차오 교통부 장관이 참석했다. 이와 비교해 이 총리가 참석한 것은 정부가 그만큼 일본에 성의를 보인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앞서 외교 경로를 통해 나루히토 일왕에게 즉위를 축하하는 취지의 친서를 보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에게 보내는 친서와 별개로 일왕에게도 친서를 보낸 것이다. 이 총리는 이날 저녁 궁중 연회에서 나루히토 일왕에게 “문 대통령께서 천황 즉위를 축하하는 축하 친서를 보내셨다”고 직접 소개했다. 이어 “레이와(令和)의 새로운 시대에 일본 국민이 더욱 행복해지기를 기원한다”고 말했다고 총리실 관계자가 전했다.
이 총리는 이날 오전 8시30분 공군 1호기를 타고 도쿄 하네다 공항에 도착했다. 거센 비바람 속에 이 총리가 1호기 계단을 내려오다가 들고 있던 우산이 뒤집어지기도 했다. 사토 히데오 일본 외무성 접견대사가 이 총리를 맞이했다. 일본 NHK 방송은 이 총리의 도착 소식을 전하며 “문 대통령의 메시지를 들고 온 것으로 보인다”고 비중 있게 보도했다. 이 총리는 이어 연미복(서양 예복) 차림으로 오후 1시 도쿄 왕궁(고쿄)에서 거행된 일왕 즉위식에 남관표 주일 대사와 함께 참석했다. 이 총리는 찰스 영국 왕세자, 왕치산 중국 부주석, 아웅산 수치 미얀마 국가고문 등 174개국에서 온 400여 명의 외국 축하 사절들과 즉위식을 지켜봤다. 아베 총리도 즉위식에 참석했지만, 내외빈 구역이 나뉘어 있어 이 총리가 아베 총리를 따로 만나지는 않았다고 남 대사가 전했다.
이 총리는 방일 이틀째인 23일 일본 정·재계 주요 인사들과 회동하고, 일본 시민들과 소통 행보를 이어간다. 외양은 경축사절 대표지만, 이번 방일이 한·일 관계 개선에 방점이 찍힌 만큼 짧게는 20분 단위로 움직이며 총 8개의 일정을 소화한다. 중량감 있는 일본 정계 인사와의 회동도 계속 조율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총리실 관계자는 “이번 방일에서 강제징용 문제 등 현안을 구체적으로 논의하기는 힘들다”며 “이 총리와 아베 총리 고위급에서 양국의 미래지향적 방향에 공감대를 형성하면 이에 따라 한·일관계가 움직이는 여지가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이 총리도 이날 출국 전 서울공항에서 나가미네 야스마사(長嶺安政) 주한 일본 대사와 환담하며 “이번 단 한 번 방문으로 모든 게 해결되리라 기대하지는 않지만, 한 발짝 나아가는 계기가 될 것이라 본다”고 밝혔다. 현재 양국 갈등이 한 번에 풀기 어려운 상황임을 시사하면서도, 한·일관계를 전환하는 계기가 되도록 노력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도쿄=백민정 기자 baek.minjeong@joon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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