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의 아버지 대각간 효양(大角干 孝讓)이 대대로 전해져 오는 만파식적(萬波息笛)을 왕에게 전했다. 왕은 이것을 얻었으므로 하늘의 은혜를 두텁게 입어 그 덕이 멀리까지 빛났다. 정원(貞元) 2년 병인(丙寅) 10월 11일에 일본왕 문경(文慶, 日本帝紀를 살펴보면, 제55대 왕 文德인 듯한데 이것이 옳다. 그 후에는 문경이 없다. 다른 본에서는 이 왕의 태자라고도 한다)이 군사를 일으켜 신라를 치려했으나 신라에 만파식적이 있다는 말을 듣고 군사를 돌렸다. 금 50냥을 사신에게 주어 보내 만파식적을 청했다. 왕이 사신에게 일러 말하기를 “내 듣건대 상대(上代)의 진평왕(眞平王) 때에 그것이 있었다고 들었지만 지금은 있는 곳을 알지 못한다.” 하였다. 이듬해 7월 7일(787년)에 다시 사신을 보내어 금 1천 냥으로 그것을 청하여 말하기를 “과인은 그 신물을 보기만 하고 다시 돌려보내겠다.” 하니 왕은 지난번과 같은 대답으로 이를 사양하고 은 3천 냥을 그 사신에게 주고, 가져온 금도 돌려주어 받지 않았다. 8월에 사신이 돌아가자 그 피리를 내황전(內黃殿)에 보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