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수(天授) 4년 즉 장수(長壽) 2년 계사(癸巳) 늦은 봄에 낭도들을 거느리고 금란(金蘭)으로 출유하여 북명(北溟) 지경에 이르러 적적(狄賊)들에게 붙잡혀 갔다. 문객들은 모두 어찌할 줄을 모르고 돌아왔으나 안상만이 홀로 그것을 추적하였는데 이는 3월 11일(693년)의 일이었다.
대왕이 이 소식을 듣고 놀라고 놀라면서 말하기를, “선왕께서 신적(神笛)을 얻어서 짐에게 몸소 전하여 지금 현금(玄琴)과 함께 내고(內庫)에 간직해 두었는데, 무슨 일로 국선이 갑자기 적의 포로가 되었는가? 이 일을 어찌하여야 좋단 말인가?”라고 하였다. 거문고와 피리에 관한 일은 별전(別傳)에 자세히 실려 있다.
때마침 상서로운 구름이 천존고(天尊庫)를 덮었다. 왕은 더욱 놀라고 두려워서 사람을 시켜 조사해보니 창고 안에 있던 거문고와 피리 두 보물이 없어졌다. 이에 말하기를 “내 어찌 복이 없어 어제는 국선을 잃고 또 거문고와 피리를 잃게 되었는가?”라고 하면서 창고를 지키던 관리 김정고(金貞高) 등 다섯 명을 가두었다. 4월(693년)에는 국내에 모집하여 말하기를, “거문고와 피리를 찾는 자는 1년의 조세를 상금으로 주겠다.”고 하였다.
5월 15일 부례랑의 두 분 부모님이 백율사의 대비상 앞에 나아가서 여러 날 저녁 천제에게 기도를 드렸더니, 갑자기 향탁(香卓) 위에 거문고와 피리 두 보물이 놓여져 있고 부례랑과 안상 두 사람도 불상 뒤에 도착해 있었다. 두 부모님은 너무나 기뻐서 돌아오게 된 이유에 대해서 물으니, 부례랑은 말하길 “저는 붙잡혀 간 뒤부터 그 나라 대도구라(大都仇羅)의 집에 목동이 되어서 대오라니(大烏羅尼)의 들판에서 방목을 하고 있었습니다. 다른 책에는 도구(都仇)의 집 종이 되어 대마(大磨)의 들판에서 방목했다고 하였다. 홀연히 모습과 용모와 뜻이 단정한 한 스님이 있었는데, 손에 거문고와 피리를 들고 와서 위로하면서 말하기를, ‘고향생각을 하느냐?’고 하기에, 저는 자신도 모르게 앞에서 무릎을 꿇고 말하기를, ‘임금과 부모님을 그리워함을 어찌 다 말할 수 있겠습니까?’라고 했습니다. 스님이 말하기를, ‘그렇다면 나를 따라오라’고 하고는 저를 데리고 해변가에 이르렀는데, 또한 안상도 만났습니다. 이에 피리를 두 쪽으로 나누어 두 사람에게 주면서 각기 한쪽씩 타게 하고 자신은 그 거문고를 타고 둥둥 떠서 돌아왔는데 잠깐 사이에 이곳까지 왔습니다.”라고 하였다.
이에 모든 일을 급히 알렸더니, 왕은 크게 놀라며 사람을 보내어 낭을 맞아들이고, 거문고와 피리도 대궐 안으로 옮기게 하였다. 무게 50량으로 된 금과 은으로 만든 다섯 개의 그릇 두 벌과 마납가사(摩衲袈裟) 다섯 필과, 대초(大綃) 3천 필, 밭 1만 경(頃)을 절에 시주하여 대비의 은덕에 보답하였다. 국내에 크게 사면을 내리고 사람들에게는 관작 3급을 올려 주고, 백성들에게는 3년간의 조세를 면제해주었다. 절의 주지를 봉성사[奉聖]에 옮겨 살게 하였다. 부례랑을 봉하여 대각간(大角干) 신라 재상의 관작명으로 삼고, 아버지 대현(大玄) 아찬(阿喰)을 태대각간(太大角干)으로 삼았다. 어머니 용보부인(龍寶夫人)은 사량부(沙梁部) 경정궁주(鏡井宮主)로 삼고 안상법사를 대통(大統)으로 삼았으며, 창고 관리 다섯 명은 모두 석방하여 관작을 각기 5급씩 올려주었다.
6월 12일에 혜성(彗星)이 동방에 나타나고, 17일에는 또 서방에 나타나므로, 일관(日官)이 아뢰기를, “거문고와 피리의 상서에 대하여 관작을 봉하지 않아서 나타나는 것입니다”라고 하였다. 이에 신적(神笛)을 책호(冊號)하여 만만파파식(萬萬波波息)이라고 하니 혜성이 이내 물러갔다. 그 후에도 신령하고 이로움이 많이 있지만 글이 번거로우므로 싣지 않는다. 세상에서는 안상을 일러 준영랑(俊永郞)의 낭도라고 하나 자세히 알 수 없다. 영랑(永郞)의 낭도에는 다만 진재(眞才), 번완(繁完) 등의 이름이 알려져 있으나, 이들 역시 알 수 없는 사람이다. 별전에 자세히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