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혈묘 연대 日보다 앞서거나 같아

  • 입력 2004년 4월 23일 18시 46분


코멘트
이번에 발견된 횡혈묘 중 유골이 발견된 현실(玄室). 현실 내부에서 관은 발견되지 않았지만 관을 만드는 데 쓰인 것으로 보인 못이 나와 목관을 사용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사진제공 문화재청
이번에 발견된 횡혈묘 중 유골이 발견된 현실(玄室). 현실 내부에서 관은 발견되지 않았지만 관을 만드는 데 쓰인 것으로 보인 못이 나와 목관을 사용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사진제공 문화재청
국내 최초로 횡혈묘(橫穴墓) 15기가 한꺼번에 발굴된 충남 공주시 우성면 면사무소 뒤 언덕의 발굴 현장. 발굴지는 흡사 대규모 공동묘지 같다. 조사가 끝난 무덤과 주거지가 비닐과 판자로 덮여 있고, 여기저기 구덩이가 파여 있다. 유적을 비닐로 덮어둔 것은 거센 황사바람에 유적 표면이 마모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백제 때에 조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단지리 토성이 자리 잡고 있는 성재산 자락의 가파른 경사면인 이 지역에는 화강암이 넓게 분포돼 있다. 화강암 지질은 다른 바위에 비해 파기 쉽고 흙과는 달리 잘 무너지지 않아 횡혈묘를 쓰기에 적당한 곳이다.

횡혈묘가 이번에 국내에서 처음 발견된 것은 아니다. 이미 2000년 공주시 탄천면 안영리에서 3기, 장선리에서 1기가 발굴된 바 있다. 그러나 당시에는 현실(玄室·무덤방)의 천장 부분이 함몰돼 있거나 부장품이 출토되지 않아서 연대추정이 불가능해 학계의 주목을 받지 못했다.

▼관련기사▼
- 고대 횡혈묘 공주서 대거 발굴

이번에 발굴된 횡혈묘에서는 고분이 조성된 시기를 짐작케 하는 유물이 함께 출토됐다. 5세기 말∼6세기 초에 제작된 것으로 보이는 뚜껑접시(개배·蓋杯)와 심발형(深鉢形) 토기가 현실 안에서 함께 나온 것. 또 동시대 일본의 대표적 토기인 스에키(須惠器)와 제작기법이 유사한 토기도 함께 출토됐다. 발굴지역 주변에서 석축고분 7기, 옹관묘 1기 등이 함께 발굴됐지만 주된 장묘형태는 역시 횡혈묘다.

이번 발굴에서 주목되는 것은 단연 일본 횡혈묘와의 연관성이다. 일본의 횡혈묘에는 현실의 입구가 넓고 깊이가 얕아 시신을 옆으로 넣는 횡장(橫長)식 무덤과 입구가 좁고 깊어 시신을 깊숙이 넣는 종장(縱長)식 무덤이 있다. 단지리 고분군 중 내부조사가 이뤄진 14기 중에는 종장식이 9기, 횡장식이 5기였다. 일본 횡혈묘가 초기에는 횡장식과 종장식이 섞여 있다가 후대로 가면서 종장식만 나타난다는 점에 비춰볼 때 이번에 발굴된 고분군은 일본 횡혈묘의 초기형태를 닮은 것으로 보여지고 있다.

하나의 무덤 안에 여러 구의 시신을 여러 차례에 걸쳐 추가로 매장했다는 점도 일본의 횡혈묘 양식과 흡사하다. 15기의 횡혈묘 중 4기에서 추가장(葬)이 확인됐다. 특히 가장 규모가 큰 3호 횡혈묘에서는 4, 5구의 인골이 한꺼번에 발견됐다.

충남 공주 우성면 단지리 고분 발굴현장에서 출토된 뚜껑있는 접시와 심발형 토기 등의 유물들. 5세기 말∼6세기 초 백제에서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된다(왼쪽). 관이 들어갈 현실을 만든 뒤 도굴하지 못하도록 막은 돌무더기들. -사진제공 문화재청

이번 발굴은 두 가지로 해석된다.

첫째, 이들 횡혈묘의 조성연대가 일본 횡혈묘 초기와 비슷하거나 더 빠르다는 점에서 백제 횡혈묘가 일본 횡혈묘의 기원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둘째, 이들 무덤이 백제로 들어온 일본인들의 무덤이라는 풀이다. 발굴팀은 이 무덤이 백제 동성왕(재위기간 479∼500년) 때부터 무령왕(501∼523년) 때에 조성된 것으로 추정한다. 720년에 완성된 ‘일본서기(日本書紀)’에는 무령왕(사마왕)이 일본에서 태어나 백제로 보내졌다는 기록이 있다. 따라서 이들 무덤이 무령왕을 호종한 일본인 집단의 묘지일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박순발 충청문화재연구원장은 “이곳에서 동쪽으로 승용차로 10분 거리에 백제 무령왕릉이 발굴된 송산리 고분군이 있어 어떻게 해석되든 이들 횡혈묘는 한일 고대문화의 비밀을 푸는 데 중요한 열쇠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공주=권재현기자 confetti@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