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루 (牟婁)

삼국시대 512년(백제 무령왕 12)에 백제가 가야( 임나)에서 빼앗은 '임나4현(任那四縣)' 가운데 하나로 전라남도 광양으로 비정된다.

'모루'는 순수 우리말 지명이 한자 지명으로 정착된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백제 때 유사한 음의 '마로(馬老)'라는 지명으로 변경된 것에서도 유추할 수 있다. 일본의 입장은 일제 강점기 관학자들부터 최근까지 '모루'가 포함된 '임나4현'의 위치를 영산강 유역에 비정하는 견해가 강하다. 이에 비하여, 우리나라의 학계에서는 섬진강 서안^주1의 여수, 순천, 광양 일대로 보는 견해가 일반적이다.

임나4현은 기문(己汶)과 대사(帶沙) 지역을 공략하기 위한 일종의 교두보^주2 역할을 하였으므로 기문, 대사와 가까운 지역이었다. 기문이 백제와 대가야 사이에 공방이 치열하던 남원 지역이고 대사가 하동 지역이라면, 임나4현도 기문, 대사와 인접한 곳이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섬진강 하구의 서안, 즉 전라남도 동남부 지역에 해당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는 고지명의 음상사^주3에 의해서도 뒷받침된다. 그래서 임나4현 가운데 상다리는 여수 반도, 하다리는 여수 돌산도, 사타는 순천, 모루는 광양으로 비정된다. 순천 지역에서는 사타 지배층의 무덤인 운평리 가야 고분군이 발굴 조사된 바 있고, 여수에서는 미평동과 죽림리 일대에서 가야계 고분군과 유물이, 광양에서는 도월리나 비평리 등지에서 가야계 고분군과 유물이 발굴되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순천 운평리 고분군에서 5세기 말~6세기 초의 대가야계 무덤 형태와 유물이 주류를 점하고, 광양 · 여수에서도 대가야계 문물이 다수 확인되고 있어 임나4현은 후기 가야의 맹주인 대가야 영역권에 있던 가야계 정치체^주4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6세기 초, 백제 무령왕이 섬진강 유역으로 진출하는 과정에서 '모루'를 포함하여 대가야 영향 아래에 있던 '임나4현'은 백제 영역으로 넘어간다. 『일본서기(日本書紀)』 계체기(繼體紀)에는 임나4현을 백제에 양도한 것으로 나오지만 이는 백제가 임나의 4개현을 빼앗은 것이니 원래는 그곳이 임나, 즉 가야의 영역에 해당하는 셈이다.

모루는 광양시 광양읍에 비정되는데 백제 때 광양 일대 지명이 '마로'라는 점에서도 뒷받침된다. 우륵 12곡(于勒12曲) 가운데 ' 물혜(勿慧)'도 이곳에 비정된다.

• 백제 고대사 지명/지명 삼국(三國)의 하나로서 한반도 중서부에 위치했으며 660년에 멸망한 고대국가.
• 영산강 자연지리 지명 전라남도 담양군 병풍산에서 발원하여 전라남도 중서부 지역을 지나 서해로 흘러드는 하천.
• 섬진강 자연지리 지명 전북특별자치도 진안군 백운면과 장수군 장수읍의 경계인 팔공산(八公山, 1,151m)에서 발원하여 전북특별자치도 · 전라남도의 동쪽 지리산 기슭을 지나 남해의 광양만(光陽灣)으로 흘러드는 강.
• 기문 고대사 지명 백제와 가야의 접경 지역에 있었던 지명.
• 대사 고대사 지명 백제와 가야의 접경지역에 있었던 지명.
• 대가야 고대사 지명 가야연맹체(加耶聯盟體)의 한 나라로서 후기 가야연맹체의 맹주국.
• 우륵 12곡 고대사 작품 삼국시대 우륵이 지은 가야금곡.
• 물혜 국악 작품 삼국시대 신라에서 연주된 가야금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