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중권 "강준만, 노무현에 대한 '원한'서 벗어나야"

등록 2005.07.19 17:53수정 2005.07.19 1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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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중권 중앙대 겸임교수(왼쪽)와 강준만 전북대 교수 ⓒ 오마이뉴스 남소연/인물과 사상


"노무현 정권은 선거의, 선거에 의한, 선거를 위한 정권'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강준만, 14일 <부산일보> 칼럼)

"나는 강준만씨가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에 대한 (별로 정당해 보이지 않는) '원한'에서 벗어나, 좀 더 생산적인 글쓰기를 했으면 한다." (진중권, 18일 <고뉴스> 칼럼)


진보진영의 두 논객 강준만 전북대 교수와 진중권 중앙대 겸임교수가 '노무현 정권'이라는 화두를 놓고 연일 공방을 벌이고 있다.

강 교수는 지난 14일 부산일보·강원일보 등에 동시 게재된 신디케이트 칼럼에서 '블루오션'과 '레드오션'이라는 경영학 이론을 빌어 "노무현 정권이 경쟁자와 피 튀기는 싸움을 하는 레드오션에 집착하고 있고, 언론과 국민들도 승리지상주의에 빠져 이를 부추기고 있다"고 비판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진 교수는 18일 인터넷신문 고뉴스에 쓴 칼럼에서 "<김대중 죽이기>, <노무현과 국민사기극>, <노무현 죽이기>, <노무현 살리기> 등 그만큼 선거 때마다 정치에 직접 개입하는 글쓰기를 해온 사람이 또 있었냐?"며 "강준만의 글쓰기를 관통하는 공식은 '민주당' 코드"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진 교수는 강 교수가 작년 총선 전에 집필한 책 <오버하는 사회>에서 '신당이 실패할 수밖에 없는 열 가지 이유'를 댔음에도 열린우리당은 대승을 거두었고, 그가 두둔하던 민주당은 참담하게 몰락했음을 주지시켰다.

진 교수는 "강준만의 비판 중에는 정당한 것도 있고, 부당한 것도 있다"면서도 "그의 비판은 그가 좋아하는 '배신'이라는 말에서 알아챌 수 있듯이 민주당을 버린 것에 대한 '한풀이'에 가깝다"며 오히려 배신의 '원죄'는 민주당에 있다고 주장했다.

"내 기억이 옳다면 언젠가 김대중씨가 정계은퇴 약속을 깨고 복귀했을 때, 대부분의 의원들이 김대중이라는 슈퍼스타를 따라 당을 깨고 밖으로 나갔다. 대다수가 밖에서 신당이라는 것을 열심히 만들고 있을 때, '배신' 당한 노무현은 꼬마 민주당에 남아 끝까지 원칙을 지켰다. 강준만은 이 '배신'의 원조에는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진 교수는 "강준만이 정부여당을 비판하겠다면 '승자의 재앙' 운운하는 저주의 말을 퍼붓기보다 이라크 파병, 분양원가 공약 파기, 누더기 과거사법 등 구체적인 정책을 놓고 근거를 가지고 했으면 좋겠다"고 주문했다. 또한 "강준만의 한계는 민주당의 한계"라며 "민주당이 호남 민심을 독점하고 있다는 환상은 일찍 벗어버리는 게 좋다, 정체성이 별로 다르지 않은 두 정당, 어차피 조만간 하나가 되지 않겠는가?"라고 묻기도 했다.

그러나 강 교수는 18일 발매된 <한겨레21> 칼럼에서는 정권을 넘어 진보·개혁진영 전체로 비판의 영역을 넓혔다.

강 교수는 지난 연말 열린우리당이 한나라당 의원들을 국회의사당에서 끌어내고 표결을 강행할 것인지를 놓고 고민하는 상황에서 <한겨레>로 대표되는 진보·개혁파가 국보법 폐지라는 '지당하신 원론'만 역설했다고 꼬집었다.

"열린우리당 지도부는 그 '정치적 치명상'을 두고 고민했을 것이다. 그런데 <한겨레>는 단 한번도 그 점을 정면으로 다루지 않았다. 국가보안법을 폐지해야 할 당위성만을 계속 노래부르면서 핏대 올리기에만 바빴다. '정치적 치명상'을 입더라도 강행해야 할 이유를 제시한다거나, 아니면 '정치적 치명상'을 입지 않을 것이라는 반론을 내놓을 생각을 단 한번도 하지 않았다는 게 신기하게 생각될 정도였다."

강 교수는 "노무현 정권은 원론과 상식에만 투철할 뿐 그 다음이 없거나 약하다"며 "(개혁·진보파가) 모든 '실질'은 넘겨주고 '명분'으로 마스터베이션만 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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