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중권에 대하여
by politician on 2020-02-09
진중권은 다음과 같은 특징이 있다.

(1) 진영에 얽매이지 않고 비판을 가한다.
대개 사람들은 자신이 속한 패거리의 부조리에는 눈을 감고 상대 패거리의 부조리에만 시비를 건다.
그러나 진중권은 이러한 진영 논리를 따르지 않는다.
그가 처음 등장할 때 들고나온 것은 박정희 비판이었다.
그러나 김대중 정권이 모순을 드러내자 김대중을 비판하는 바람에 같이 일하던 강준만 및 변희재와 갈라졌다.
이어 노무현 정권이 모순을 드러냈을 때는 노무현을 비판하였는데, 이라크 파병을 두고 노무현을 '부시의 푸들'이라 조롱한 것이 유명하다.
이명박 정부 때는 대통령 비판이 가장 심했다. 특히 광우병 촛불시위에 뛰어들어 발악한 것은 대중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진영에 얽매이지 않는 그의 이러한 비판은 진영 논리에 익숙한 사람들에게 배신감을 주기도 한다.
그러나 '사람을 좇지 않고 생각을 좇는다'는 점에서, 진중권은 한국의 논객 중 가장 바람직한 길을 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2) 비판에 성역을 두지 않는다.
사람들은 대개 다수의 격분을 불러일으키는 이야기는 하지 않는다. 그래서 보통 그런 이야기는 아무도 입에 담지 않아 성역으로 남는다.
그러나 진중권은 오히려 그런 이야기를 끄집어내는 것을 좋아한다.
예를 들면, 산업화 시기에 호남이 차별을 받았다는 주장은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아 성역에 가까운 주장으로 남았다. 그런데 진중권은 관련 자료를 뽑아본 뒤, 산업화 시기에 호남이 차별을 받은 적이 없으며 정치인들이 있지도 않은 차별을 퍼뜨려 사람들을 이용했다고 주장하였다.
특히, 김대중에 대해 거침없는 비판을 가할 때는 살해 위협까지 받았다고 한다.
이러한 이야기는 위험 부담이 큰 만큼 사람들의 주목도 많이 받게 된다.

(3) 비판에 조롱의 옷을 입힌다.
논리적인 비판보다 조롱은 대중들의 감성을 더 자극한다.
공감하는 사람은 더 큰 통쾌함을 느끼고 공감하지 않는 사람은 더 큰 분노를 느낀다.
대중들이 이해하기에도 무미건조한 비판보다 조롱이 더 쉽다.
예를 하나 들어보자.
차기 대권 주자로까지 거론되던 임종석은 조국사태가 한창일 때, 느닷없이 통일 운동에 전념하겠다며 정계를 떠났다. 이후 추미애가 법무부 장관이 되어, 윤석열 총장과 함께 일하던 검사들을 대거 좌천시키자, 임종석은 다시 정계에 얼굴을 빼꼼 내밀었다.
조국은 딸 문제로 검찰의 조사를 받았고 임종석도 딸에 관한 나쁜 소문이 퍼져 있어, 임종석이 정계 은퇴를 선언한 진짜 이유에 대해 어떤 추정을 할 수 있다.
이 무미건조한 이야기에 진중권은 탁월한 조롱의 옷을 입혀 이렇게 만들었다.
"조국 털리는 거 보고 지레 겁나서 도망간 거다. 구멍에 숨었다가, 솔개 지나가니 다시 구멍 밖 세계가 그리워진 거다."
명쾌통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