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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석에 나타난 삼족오 문양을 탁본하며....

                                                    고려금석원 진한용

  1996년 10월 19일 연안이씨 연성군파 종손 이용학 선생의 안내로 성남시 판교동의 연성군 이곤延城君 李坤 묘소를 찾았다. 이 비의 특징은 비좌관석으로, 앞면에 삼족오三足烏1)가 태양 안에 있는 것이다. 이런 문양이 묘비에 있다는 사실에 매우 놀랐고, 실물로는 처음 보는 것이다. 교과서에 배운 것은 고구려 벽화에 나타난 삼족오 뿐이다. 이때부터 묘비에 나타난 삼족오에 대해 관심을 갖고 찾아 다녔다. 그 덤으로 달 속에 산다는 옥토끼와 두꺼비2)도 만날 수 있었다. 묘비에 삼족오와 옥토끼의 문양을 새겼는지에 대한 의문점은 갖게 된 계기가 되었다.

연성군 이곤 묘표 - 삼족오/1559년

  삼족오는 각저총, 쌍영총, 천왕지신총 등의 고구려 벽화에서 많이 나타나 있고, 묘비에 나타난 것은 고려시대의 지광국사현모탑비智光國師玄妙塔碑와 영취산 현화사비명靈鷲山 玄化寺碑銘3)이 있고, 조선시대에는 이곤 묘비(1559년, 명종 14)가 가장 빠른 시기에 나타나며, 김지백金知白의 묘비(1650년, 효종 1)에 나타난 옥토끼가 가장 늦은 시기에 조성된 것이다. 삼족오와 옥토끼가 현존하는 지역은 강원도 원주 1곳, 북한 개풍군 1곳, 경기도 성남 1곳, 남양주시 3곳, 김포 1곳, 전북 정읍 4곳에 있다. 특히 정읍시 칠보면 무성리 은석동의 도강김씨道康金氏 묘역에 100여 년에 걸쳐 4개의 옥토끼가 조성되었다. 이곳이 고향이자 후손인 전주문화원 김진돈 사무국장도 무관직 벼슬을 이어 온 집안에서 옥토끼의 문양이 집중적으로 나타난 것을 처음 보았다고 한다.

  묘비에 나타난 삼족오와 옥토끼를 시대별로 열거 한다.

 표 1) 지광국사현묘탑비 : 앞면 우측에는 태양 안에 삼족오가 있고, 좌측에는 달 안에 옥토 끼가 계수나무 아래에서 방아를 찧고 있음.

 표 2) 영추산 현화사비명 : 앞면 우측에는 태양 안에 삼족오가 있고, 좌측에는 달 안에 계수나무 아래에서 옥토끼와 두꺼비가 마주 바라보고 있는 모습으로 동시에 나타난 것은 매우 독특한 것임.

 표 3) 이곤 묘표 : 앞면에는 태양 안에 삼족오가 있고, 뒷면에는 구름이 피어오르는 모습.

 표 4) 변안열邊安烈 묘표 : 앞면에는 달 안에 옥토끼가 계수나무 아래에서 방아를 찧고, 뒷면에는 태양 안에 삼족오가 날아가고 있는 모습으로 음양陰陽에 어긋난 배치4)를 하였음.

 표 5) 정미수鄭眉壽 묘표 : 앞면에는 용 한 마리가 있고, 뒷면에는 옥토끼가 계수나무 아래에서 방아를 찧고 있는 모습.

 표 6) 박운朴雲 묘표 : 앞면에는 태양 안에 삼족오가 있고, 뒷면에는 옥토끼가 계수나무 아래에 서 방아를 찧고 있는 모습.

 표 7) 양호梁琥 묘표 : 앞면에는 용 한 마리가 있고, 뒷면에는 옥토끼가 계수나무 아래에서 방 아를 찧고 있는 모습.

 표 8) 김용金鎔 묘표 : 앞면에는 구름 속에 태양이 떠오르는 모습이고, 뒷면에는 옥토끼가 계 수나무 아래에서 방아를 찧고 있는 모습.

 표 9) 김약우金若愚 묘표 : 앞면에는 용 두 마리가 있고, 뒷면에는 옥토끼가 계수나무 아래에서 방아를 찧고 있는 모습.

 표 10) 김후진金後進 묘표 : 앞면에는 용 두 마리가 있고, 뒷면에는 옥토끼가 계수나무 아래에서 방아를 찧고 있는 모습.

 표 11) 김지백 묘표 : 앞면에는 용 두 마리가 있고, 뒷면에는 옥토끼가 계수나무 아래에서 방아를 찧고 있는 모습.

  불교의 오대진언경五大眞言經5)에는 부처님 손 위에 놓인 구슬 안에 “삼족오는 암울한 사람에게 광명을 찾게 해 주고, 옥토끼는 질병을 깨끗이 치유해 준다.”는 내용으로 묘사되어 있다.

오대진언경의 옥토끼와 두꺼비

  묘비에 삼족오와 옥토끼의 문양이 나타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연관성을 음양오행설陰陽五行說6)로 정리를 한다. 산 자는 “양”이고, 죽은 자는 “음”이다. 그래서 묘소를 “음택”이라고 한다. 묘소의 혼유석을 기준으로 산 자와 죽은 자의 영혼이 넘나드는 경계로 신성시 여기는 곳이다. 이곳을 지나면 저승으로 들어가는 풍경소리가 들린다고 한다. 영원히 “음”의 세계로 가는 것이다. 죽은 자는 “음”으로 가지만, 산 자는 자식을 낳고 자손들이 번창하는 것은 “양”의 세계로 가는 것이다. 이것이 묘비에 나타난 소주우관이다.

  묘비의 앞면은 “비양”이고, 뒷면은 “비음”이라고 한다. 오른쪽을 “양“이고, 왼쪽은 ”음“이다. 동쪽은 ”양“이고, 서쪽은 ”음“이다. 홀수는 ”양“이고, 짝수는 ”음“이다. 남자는 ”양”이고, 여자는 “음”이다. 삼족오는 태양을 의미하므로 ”양“이고, 옥토끼와 두꺼비는 달을 상징하므로 ”음“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묘비의 앞면에 삼족오, 태양, 용의 문양이 주를 이루고, 뒷면에는 달 속에 옥토끼 문양이 많다. 달은 여성을 상징하고, 옥토끼가 방아를 찧는다는 것은 성 행위로 보아 다산을 기원하는 의미로 ”비음“에 옥토끼를 새긴 것으로 보인다.

삼족오와 옥토끼에 관련된 설화보다는 묘비에 적용한 의미를 알고자 탁본을 하면서 찾아 다녔다. 지속적으로 더 많은 것을 폭 넓게 연구하고, 이해하고자 한다.

주)

1) 삼족오는 세발달린 까마귀로 고대 아시아 지역에서 태양신으로 숭배를 받던 전설속의 새. 

2) 달 속에 옥토끼(兎月.銀兎)와 두꺼비(蟾여)가 나타나는 것은 중국 "항아姮娥의 전설"에서 유래됨.

3) 영취산 현화사비명은 예술의 전당, "옛 탁본의 아름다움, 그리고 우리역사" 1998, 136-141쪽 인용.

4) 음양에 어긋난 배치는 음양오행설로 설명하는 것이 불가능함. 후손 변태용 선생은 "사람(지구) -> 달 -> 태양"의 형태로, "사람이 서서 관석의 앞면 중앙에 있는 달을 올려다보면 뒷면의 태양이 관석 맨 위에 일직선상에 일치한다는 것을 개기일식皆旣日蝕 현상과 같은 원리라고 주장"을 하고, 경주대학교 김정화 교수는 " 그 집안에 내려오는 소우주관을 적용하여 민속신앙으로 승화시킨 형태"라고 함.

5) 오대진언경은 1485년(성종 16)의 간행. 6-7쪽 인용.

6) 음양오행설은 우주나 인간의 모든 현상 및 만물의 생성, 소멸을 음양과 오행의 소장消長, 변천으로 설명하는 것.  

                                                                                          2009년 5월 21일 梅軒子室主人

 * 비석에 나타난 삼족오와 옥토끼 문양

출전 : 전라금석문연구 제13호 1~4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