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교육감 진보단일후보로 선출된 조희연 교수, 그가 차린 선거 사무실의 ‘위치’가 참 상징적이다. 서울 서대문과 광화문 사이에 위치한 선거 사무실 인근, 제법 높은 언덕위에 서울시교육청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마치 보수가 점령한 높은 ‘성’에 도전하는 진보의 ‘공성’진지가 그 성 아래에 구축된 모양새다.

부슬비가 내린 4월 3일 오전 사무실에서 만난 그는 ‘콜록’거렸다. 가벼운 감기기운이 왔다고 한다. 싸늘한 꽃샘추위 탓도 있겠지만, 기자에겐 그가 비판적 사회학자, 시민운동가에서 ‘교육행정가’에 도전하는 인생전환의 ‘환절기’를 앓는 듯 느껴졌다.

조 교수는 현 문용린 서울시 교육감에 대해 “교육자치의 수장이 아니라 교육부의 수하”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서울시 교육청이 청렴도에 있어 꼴찌를 했다며 이에 대한 책임도 문 교육감에 있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자신의 아들이 고교시절, 서울지역 명문대를 목표로 고시원에서 1년 반동안 공부했다고 고백하며, 부모로서 아이에게 엎드려서 절을 할 만큼 고마웠지만 과도한 입시경쟁의 문제를 절감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한국의 교육현실은 경쟁의 고유한 합리성마저 파괴하는 수준에 이르렀다며 ‘과잉경쟁’, ‘미친경쟁’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고교평준화정책’ 도입 같은 급진적인 대책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조 교수는 전교조에 대해 한국교육개혁의 중심축이라고 밝히면서도, 자기성찰성의 관점에서 전교조도 개혁해야 한다고 밝혔다. 교원평가제와 관련, 평가척도의 개선을 전제로 교사도 평가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동시에 교장도 평가받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조 교수는 교육복지문제가 지방자치행정의 중요한 화두가 됐다며 지자체와 교육청의 협업관계를 강조했다. 그는 박원순 서울시장이 발표한 서울교육도시 플랜에 대해 비판한 문용린 교육감이 시대적 변화를 잘 모르고 있다며, “박원순 서울시장과 파트너가 될 수 있는 사람이 서울시 교육감이 돼야한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북한의 3대 세습체제는 잘못된 일”이라면서 북한은 비판자의 시각에서 스스로를 성찰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보수들이 제기하고 있는 북한 붕괴론적 관점은 안된다면서 북한도 남한의 보수들의 마음까지 열 수 있는 북한발 햇볕정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사회의 종북주의 논란과 관련해, 남한사회는 북한과의 체제경쟁에서 이미 승리했다며, 한국사회에서도 급진적이라고까지 할 수 있는 이견 또한 수용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인터뷰 전문]

“한국의 교육현실은 과잉경쟁을 넘어 미친경쟁으로 치닫고 있다”

 “인생에서 ‘꼴찌’를 경험해 본 적이 있나?” 그에게 던진 첫 질문이었다. 그는 한국 최고의 명문대라 하는 서울대를 나왔다. 연세대학교 대학원 석·박사 과정을 거쳐, 대학교수님까지 됐다. 지금은 소위 ‘개념’있는 교수님들이 모여 있는 민주화교수협의회의 대표이기도 하다. 공부도 잘했는데, ‘개념’까지 갖고 있다. 잘났다! 물론 지금의 그는 어려운 과거를 거쳐 온 결과이기도 하다. 1970년대 민주화 운동으로 감옥에 다녀왔고, 신군부에 의해 ‘대학원 합격’도 취소당하기도 했다. 1980년대엔 비판적 ‘지식인’으로 낙인 찍혀 비정규직 강사만을 전전해야 했다. 1990년대엔 비판학술 운동하면서 월간지 <사회평론>을 만들었다가 2년만에 경영난으로 폐간하는 극심한 곤란을 겪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난관들은 그를 민주투사로 인정받게 하는 일종의 ‘명예’가 됐다. 물론 한국사회엔 조 후보보다 ‘스펙’상 더 잘난 사람들이 수두룩하다. 하지만 이 정도의 ‘스펙’이면 서울시 교육감 후보자 명함을 내밀만하다. 그래서 오히려 기자는 ‘잘난’ 자격 말고 ‘못난’자격을 물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교육 현장엔 1등이 못되는 각종의 ‘못난 꼴찌’들이 수두룩하기 때문이다.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 교육에서 ‘꼴찌’의 의미를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지, 그 대답이 그가 어떤 교육감이 되고자 하는지를 말해줄 것이라고 생각했다.


“개인적으로 음악, 미술 등 예술분야에서는 능력이 완전히 ‘제로’다. 대학에서 강의할 때 ‘대한민국 지도’를 안 그린다. 전혀 ‘지도’ 같지 않기 때문이다. 심지어 대한민국을 네모로 그리기도 한다. 언제나 콤플렉스를 느끼는 부분이다. 물론 인간의 능력은 다면적이다.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수업공간에서의 학생과 교실 바깥에서의 학생은 전혀 다른 존재라는 걸 알게 됐다. 수업시간에 주목 받지 못한 어떤 학생은 노래를 잘 불렀고, 또 어떤 학생은 리더십이 뛰어났다. 그러나 현재의 학교는 하나의 능력, ‘국영수’로 상징되는 특정의 능력만 측정하고 그것이 부족한 학생을 ‘루저’로 만든다. 물론 나는 개인적으로 경쟁이 갖고 있는 고유의 합리성을 믿는 편이다. 스스로도 약간의 경쟁이 없으면 나태해진다. 그러나 현재 한국의 교육은 그 경쟁의 합리성마저 파괴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과잉’경쟁을 넘어 ‘미친’ 경쟁으로 치닫고 있다. 경쟁양식도 6~70년대 후진적 시대에 머물러 있다. 선진국을 따라잡겠다는 후진국 경쟁모델 그대로다. 우리사회의 경쟁양식을 바꿔야 한다.”

“고교시절 1년 반을 고시원에서 공부한 아들, 엎드려 절하고 싶을 정도였지만...”

부모들은 교육문제에 관한 한 이기적이다. 내 아이가 경쟁에서 이기길 바란다. ‘미친 경쟁’, ‘입시지옥’, 이런 교육 문제의 배경엔 바로 학부모들의 ‘욕망’이 자리 잡고 있다. 그에게도 ‘외고’를 나와 소위 서울의 ‘명문대’에 입학한 두 아들이 있다. 그래서 조 후보에게 물었다. “아버지로서 자식에 대한 욕망이 무엇이었나. 자신의 교육관에 부합하게 아이들을 키웠는가?”

“나 역시 개인적으로 왜곡된 경쟁구조 속에 적응하며 살아왔다. 기본적으로는 ‘자유방임’주의였다. 아이들의 학교에 가 본 적도 없었다. 관심이 없지는 않았지만 바쁜 시간 때문에 신경 써 주지 못했다. 하지만 다행히 애들이 상대적으로 공부를 잘 했고, 왜곡된 경쟁구조 속에서 ‘루저’가 되지 않아 기뻤다. 아이가 외고에 합격했을 때 정말 기뻤다. 둘째는 엎드려 절하고 싶을 정도였다. 고교 3년 중 1년 반을 고시원에 있었다. 하지만 그렇게 대견하고 고마우면서도 도대체 ‘이게 뭔가’ 했다. 최고의 재능을 익혀야 할 시기에 어두운 고시원 골방(그는 독서실 같은 고시원이라고 설명했다)에서 고교시절을 지내야 하는 이 왜곡된 구조가 뭐냐? 21세기 정보화 시대에 이런 식의 경쟁이 맞는가? 그 고통을 경험삼아 이 왜곡된 경쟁 구조를 바꿔야겠다고 생각했다. 지금에 와서 부끄럽게 생각하는 것은 대안학교도 있고, 다른 방식으로 살 수는 없었는가 그런 의미 있는 조언들을 아이들에게 해 주지 못했다는 점이다.”

“문득, 나도 기득권 집단의 일부라는 생각, 나는 충분히 가졌구나하는”

그는 포장술에 유능한 ‘먹물’이지만, 아버지로서 인간적 욕망을 조금도 숨기지 않았다. 그래도 명색이 진보단일 교육감 후보인데, 그는 명문대를 진학한 자기 아이들에게 “고마웠다”는 말을 몇 번이나, 좀 심하다 싶을 정도로 솔직하게 되풀이했다. 그리고 나서 그는 좀 더 솔직해졌다. 자신이 “기득권 집단의 일부가 됐다”며 ‘진보적’지식인으로서 ‘이념’과 ‘욕망’ 사이의 이중성에 대한 문제의식과 그 간극을 좁혀 보려는 계획에 대해 털어놓았다.

“유신, 긴급조치, 전두환 군사정권시절을 거친 나와 같은 세대들은 항상 감시당한다는 피해의식이 있었고, 소외된 사람들과 함께 하는 ‘민중의식’을 가져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그래서 스스로가 민중의식을 담지하려고 노력했다. 그러던 어느 날 문득 나 역시 이미 ‘기득권집단’의 일부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의식은 여전히 소외된 사람들과 함께 하는 민중이란 생각을 하지만, 그것은 ‘이념’이고, 현실에서는 상당한 기득권층이다. ‘교수’라는 생각, 나는 충분히 많은 것을 가졌구나 하는. 그래서 개인적으로 시민운동, 지식인 운동을 하면서 개인적 삶에서도 자기를 비우는 노력을 해야겠구나 생각했다. 나부터 재산을 자식에게 물려주지 말아야겠다. 아이들에게 ‘전세금’ 또는 ‘전세금’의 일부는 해주겠지만, 나머지는 사회에 환원한다. 지금부터 아이들에게도 그렇게 말하고 있다. ‘긴급조치’ 무죄판결에 따른 국가배상금이 나올 예정인데, 친구들과 함께 ‘아름다운 재단’에 기탁해 아시아 민주주의와 인권을 위한 기금도 만들기로 했다. 개인적으로 작은 노력이다.”

그는 독재와 싸운 민주화 세대들을 ‘기득권 세력’으로 생각하는 소위 ‘일베’들의 생각에 극히 일부지만 일리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정확히 ‘5%’ 수긍이 간다고 말했다. 민주화운동 출신자들 중 기업 등으로 돈을 벌었지만 사회에 공헌해야 한다는 의식이 없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다. 그는 오히려 독재정권 하에 돈을 벌었지만 재산을 사회에 환원한 유한양행의 고 유일한 박사를 높이 평가했다. 과거 독재와 싸웠다는 자부심과 사회의 ‘엘리트’라는 자만으로 현재 ‘기득권’에 안주해선 안 된다는 자신의 세대에 대한 성찰인 것이다. 그래서 요즘 그의 화두는 ‘성찰’이다. 스스로의 문제를 되돌아보지 않으면 ‘개인’이든 ‘조직’이든, ‘학교’든 ‘정부’든 ‘교육’이든 ‘정치’든 ‘진보’든 ‘보수’든 쇠락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교육현장의 중요한 축이자, 보수의 공격 대상이 되고 있는 전교조의 자기성찰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의 부인 역시 현직 중학교 교사로 전교조의 조합원이다.

“전교조가 해직교사 1000여명의 해직과 희생을 안고 참교육을 위해 싸웠기에 한국교육은 중요한 진전을 이뤄냈다. 전교조는 지금도 한국교육개혁의 중요한 중심축이다. ‘전교조’를 낙인화해서 배제하려는 보수의 접근방식은 한국사회의 발전을 위해서도 안 된다. 전교조를 중요한 파트너로 생각하는 보수의 변화가 있어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도 지난 대선 TV토론 당시 전교조의 참교육을 위한 노력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러나 그 모든 성격의 조직과 집단에게는 ‘고인 물’이 있다. 자기성찰을 통해 개혁해야 한다. 학교도 전교조도 마찬가지다. 전교조의 정책을 100% 다 옹호할 생각은 없다. 사회학자로서 글을 쓸 때는 ‘이념적’으로 재단하는 경우도 있었는데, 후보가 되어 교사들을 만나고 토론회에 참석해 보니, 교육문제는 진보와 보수로 나눠지는 게 아니라 문제 해결적 접근이 더 필요하다는 걸 알게 됐다. 교원평가. 나 역시 학생들에게 내 수업 평가해서 ‘동네방네 내걸어라. 그걸 보고 내가 배울 것이 있으면 배우겠다’고 말한다. 교사도 평가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지금의 평가척도는 왜곡되어 있다. 그리고 동일하게 교장도 평가받아야 한다. 민주주의는 권한을 가진 사람이 그 권한을 위임받은 사람에게 평가받는 것이다. 이것이 민주주의에 대한 나의 신념이다”

   
서울시교육감 진보단일후보 조희연 교수이치열 기자 truth710@
 

“전교조 정책 100% 다 옹호할 생각 없다. 전교조도 자기성찰을 통해 개혁해야 한다”

교육감선거에 대한 유권자들의 관심은 지극히 낮다. 그의 말대로 교육감 선거는 지방선거 관심도에 있어선 5번째 순위로 뒤처진다. 광역단체장→기초단체장→광역의원→기초의원 그리고 나서야 ‘교육감’ 후보다. 그래서 유권자들의 관심을 끌어보려고 하는 건 아닌지 그가 내건 슬로건은 거창하다. “서울교육으로 대한민국을 바꾸겠습니다.” 그에게 물었다. 서울 교육감 후보가 아니라 사회운동가, 정치권 지향자 같은 느낌을 줄 수 있는데, “왜 이런 거창한 캐치 플레이즈를 내걸었는가? 사회학자 특유의 거시담론인가?”

“서울이 갖는 상징성이 있다. 서울에서 대안적 전형을 만든다면, 대한민국을 바꾸는 중요한 계기가 된다. 국민들은 작더라도 대안이 될 수 있는 모델에 목말라 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청계천도 하나의 작은 사업이지만, 당시로서는 대안적 모델이었다. 박원순 시장도 아름다운재단 등 작은 대안을 만들었다. 그 작은 대안들이 확장성을 갖고 있을 때 국민들로부터 인정받게 된다. 서울 교육을 통해 작지만 새로운 전형들을 만들고 싶다.

또한 교육이 가야 할 방향을 분명히 담고 싶었다. 최근 ‘병든 사회, 아픈 교육’이란 책을 냈다. 사회의 문제와 교육의 문제는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문제를 증폭시킨다. 그래서 교육과 사회는 순환론적으로 영향을 주고받는 관계이다. 물론 시민운동가 조희연으로 교육행정을 할 수는 없다. 운동과 행정은 다르다. 그러나 시민운동의 정신을 가지고 제도권의 대안모델들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면, 서울시 교육청은 전국교육청에서 청렴도가 가장 낮다. 박원순 서울시는 광역지자체 중에 청렴도가 가장 높다. 그것은 수장이 누가 되느냐에 따라 다를 것이라 생각한다. 문용린 교육감은 교육자치의 수장이 아니라 교육부의 수하다. 오히려 문용린 교육감이 정치적이다. 나는 교육적인 교육감이 되겠다. 박근혜 정부의 수하가 아니라 교사와 학생 학부모들을 어떻게 하면 춤추게 할 수 있는지 고민하는 교육감이 되겠다.”

“박정희의 고교평준화 같은 급진적인 정책이 필요하다”

문용린 교육감을 교육자치의 수장이 아니라, 박근혜 정권의 수하라고 혹독히 비판했다. 그러나 그는 보수에게서도 배울 것은 배워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특히 그는 박근혜 대통령의 부친인 박정희 전 대통령의 교육정책에 대해 호평하고 있다. 그는 지금과 같은 한국교육 현실에서는 박정희 대통령의 고교평준화 같은 ‘급진적’인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비판적 사회학자로서도, 나름 독특한 시각을 갖고 있다. 20세기는 1917년 러시아 사회주의혁명으로 막이 올라, 91년 러시아 사회주의 붕괴로 막을 내렸다. 20세기 내내 자본주의와 사회주의의는 경쟁했다. 하지만, 20세기가 끝날 무렵에는 ‘문명화’된 자본주의와 ‘야만적’인 사회주의를 선택할 것인가 그 기로에 인류를 서게 만들었다.(그는 ‘문명화’와 ‘야만적’에 따옴표를 쳤다는 점을 강조해 달라고 말했다. 문장에서 수식을 받는 자본주의와 사회주의 개념에 대한 일반화의 오류를 막기 위한 것이다. 그가 학자가 맞긴 한가 보다) 그래서 ‘자본주의는 악’, ‘사회주의 선’이란 고전적 선악 개념으로 설명할 수 없다. 성찰적으로 봐야 한다. 보수에게서도 배울 것은 배워야 한다. (한국보수에 대해) 개인적으로 ‘공3과7’, 심지어 ‘공4과6’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문용린 교육감도 인성교육, 직업체험교육 등을 강조한 점은 인정된다. 그건 공이다. 박정희 대통령에게서도 배울 게 있으면 배우자는 것이다. 모든 존재에 대해 공이든 과든 (최대 최소) 80:20으로는 봐야 한다. 진영 논리로 보면, 내 편과 반대 편을 선악으로 가르지만, 세상은 꼭 그렇지만 않다. (진보인) 전교조에 대해서 80을 긍정정적으로 보더라도 20의 자기 성찰적 요소가 있다는 것이다. 반대로 (보수인) 박정희에게도 (20의) 긍정할 게 있다. 그게 고교평준화다.”

- 조 후보는 ‘문명순환’이란 관점에서 ‘고교평준화’를 보고 평가했다. 무슨 의미인가?

“<왜 서양이 지배하는가>란 책이 있다. 그 저자 ‘이언 모리스’의 주장에 따르면, 모든 사회는 기득권층이 생긴다. 기득권층이 사회 자원들을 독점하면, 잠재적 재능을 갖고 있는 소외된 사람들의 재능 개발을 제약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 논리를 우리사회의 교육문제에 대입해보자. 한국 사회에서 좋은 대학에 가려면 ‘엄마의 정보력과 아버지의 무관심 그리고 할아버지의 경제력이 3위 일체가 되어야한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현실을 잘 비유한 말이다. 교육은 기회의 땅이어야 한다. 그러나 경제력이 교육의 기회를 좌우하게 됐다. 잘 사는 집 아이들은 없는 재능도 만든다. 자식을 가진 개별 부모들의 욕망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낭떠러지 사회에서 그래도 번듯한 대학, 번듯한 직장을 갖도록 만들고 싶은 게 부모의 열망이다. 하지만 사회가 이런 부모들의 열망대로만 간다면 그 사회는 ‘고인 물’이 된다. 한 사회가 필요한 재능은 통계적으로 보자면 전 계급 계층에 분산돼 있는데 그런 점에서 하층민의 자제가 갖고 있는 잠재적 재능은 사장되고, 상류층의 자제들의 재능은 과잉 개발된다. 이게 백년, 이백년이 되면, 그 사회는 왜곡되고 정체되어 결국 붕괴된다. 고대제국 로마의 붕괴도 여기서 찾을 수 있다. 박대통령이 왜 당시 고교평준화를 도입했을까. 과열경쟁  때문이다. 당시 과열경쟁으로 인한 ‘무즙사건’도 있지 않았는가. 과열경쟁은 사회의 건강한 순환을 막는다. 지금은 박정희식의 중고교 평준화와 같은 급진적인 정책도 시행해야 할지 모르는 상황이다.”

- 그렇다면, 그런 급진적 정책으로 뭘 던질 것인가?

“첫 번째로 국가교육위원회를 만들자, 15~20년 후에 현재 학생들이 15~20%는 전혀 들어보지 못한 직업을 갖게 될 것이다 15~20년 앞을 보고 토론해보자. 대학학벌 대학서열체제 혁파, 교육감의 영역은 아니지만 문제제기는 가능하다. 당선되면 전국의 진보적 교육감은 물론 중도적인 교육감까지 함께 해서, 초중등 교육의 정상화를 위해선, 대학입시체제의 재편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공론화하겠다.

또한 교수단체가 마련해 놓은 안이 있는데, ‘통합국립대학’을 만들자는 것이다. 프랑스식으로 10개의 국립대학을 하나의 대학으로 만들자는 것이다. 10개 국립대가 되면, 현재 정원 3500명 내외인 서울대에 들어가려는 경쟁이 완화될 것이다. 전국의 국립대를 통합하게 되면, 정원은 6만 명이 될 것이다. 서울대를 폐지하면, 연고대를 중심으로 새로운 서열이 나타난다는 우려를 하지만, 나는 기우라고 생각한다. 통합국립대학은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자랑하게 될 것이다. 권역별 특성화가 이뤄지면, 특성화된 분야에서 명문 사립대학을 넘는 경쟁력을 가지게 될 것이다. 만의 하나 연고대가 대학서열 체재의 정점에 선다고 하더라도 다원적 구조 내에서의 서열화이기 때문에 현재의 스카이대학의 서열구조와는 다를 것이다.”

“서울시 교육감은 박원순 시장과 파트너가 될 수 있는 사람이어야”

그는 또한 지방자치단체와의 협업관계가 교육행정의 중요한 화두가 되고 있다고 밝혔다. 박원순 시장과의 파트너십을 강조했다. 그의 말이나 인생행로를 보면, 오는 지방선거에서 조 후보는 박원순 시장과 꼭 ‘러닝메이트’ 같다. 그는 박원순 전 시장과 함께 한국의 대표적인 시민단체인 ‘참여연대’를 같이 만든 주역이기도 하다.

“며칠 전 박원순 시장이 서울교육도시 플랜을 발표했다. 상징적 변화다. 문용린 교육감은 왜 교육청의 일에 관여하냐고 항변했는데, 저는 문 교육감이 시대적 변화를 잘 모르고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 정몽준 시장 후보가, 다시 토건경제를 들고 나오고 있지만, 박 시장은 토건경제에 반하는 말하자면 새로운 서울시정을 구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비토건적 시민적 사업이 뭐냐, 그것이 교육이다. 지자체가 교육의 문제로 들어왔다. 21세기 중요한 시대적 변화이다. 서울시와 교육청이 분업적 협력관계를 맺는 게 중요해진 시대다. 지금은 교육복지가 지자체의 중요한 복지정책이 됐다. 그래서 제시한 공약 중 하나가 학교 안과 밖을 유기적으로 결합시키는 마을결합형 학교운영 모델이다. 교육청의 역할이 어디까지냐가 모호하다. 학교 밖의 교육문제들. 방과후 프로그램, 유치원, 어린이집, 청소년 북까페 등. 지금은 오히려 지자체가 담당하는 과제로 나타나고 있다. 교육청의 예산이 한계가 있기 때문에 이제는 지자체와 교육청이 영역 다툼할 것이 아니라 협력해야 한다. 현재 무상급식 예산 2600억 원도 서울시와 구 예산에서 나온다. 또한 서울시는 구로구 및 금천구와 협력해서 해당지역에 학급당 학생 수를 지원하는 교육혁신지역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있기도 하다. 서울시가 교육청이 해야 할 일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 점에서 서울시 교육감은 박원순 시장과 파트너가 될 수 있는 사람이 돼야 한다.”

“북한은 자기성찰성의 관점에서 남한의 보수도 마음을 열 북한발 햇볕정책을 펼쳐 보라”

최근 선거를 앞두고 납북관계 악화상태에 있다. 선거의 변수로 작용할 수 있을까? 진보단일후보인 조 교수에게 직간접적 영향이 있을 것이다. 그래서 북한에 대해, 통일에 대해 물었다. 그는 최근 북한정권에게 평화 공세가 아닌 ‘북한발 햇볕정책’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북한발 햇볕정책이라니. 좀 생뚱맞고 이상적일 수 있겠다는 느낌을 받는다. 그에게 그게 뭔지 설명해 달라고 했다. 그리고 통일교육은 어떠해야 하는지도 물었다.

“북한 체제에 대해 비판적 생각들이 있다. 단지 보수에서 얘기하는 것처럼 ‘붕괴론적’ 관점에 서서는 안 된다. 나는 모든 체제나 국가집단, 사회집단은 자기 성찰성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20세기 초반에 왜 ‘유토피아’적 이상으로 출현했던 ‘소비에트’가 무너졌느냐, 내부에 자기 성찰성이 없었기 때문이다. 자기 성찰성은 내부에 이견이 있을 때 가능하다. 심지어 급진적이라까지 느낄 만한 이견들도 그 사회에서 허용돼야 한다. 60~70년대에는 소련을 보듯이 북한을 이상주의 체제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 사람이 많지 않다고 생각한다. 심지어 ‘주사파적’ 경향이 있는 사람들도 그러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북한은 자기 성찰성을 가지고 자기개혁을 해라. 중국처럼. 개혁개방, 최근의 여러 반부패 정책 같은 중국은 여러 가지 자기개혁을 하고 있다. 북한은 비판자의 시각에서 자기성찰을 해 봐야 한다. 남한의 우익들에 의해 비쳐지는 시각, 남한의 PD들이 보는 시각, 세계의 석학들이 보는 시각에서는 자기 성찰해야 할 요소가 너무 많다. 북한의 3대 권력세습. 용납할 수 없는 것이다. 가장 후진적 모습이다. 사회주의 권력승계방식은 여러 가지가 있다. 중국만 해도 모택동 아들이 승계하지 않았다. 후진적이다. 남한에서 북한은 악마다. 한때 남한의 우익들에게는 김대중 전 대통령도 북한과 같은 악마였다. 스마일 작전을 펴면 위장이고, 탈당을 하면 본래의 이중성 표현된 것이라고 했다. 이래도 저래도 나쁘다. 악마가 되어 있다는 건은 그런 것이다. 북한은 남한의 보수에게는 악마로 비쳐진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비판자의 눈으로 자신을 보는 자기성찰성을 가져야 한다. 북한은 자기 성찰성을 갖고 해빙정책을 써라. 김대중 햇볕정책과 같은 유사한 북한 발 유화정책 햇볕정책을 해라. 그런 정책 말이다. 그래야 남북한 공존의 기반이 늘어날 것이다.

앞으로 통일교육은 많이 강조돼야 한다. 젊은이들로 갈수록 50~60대와는 달리 통일필요 인식이 약화되고 있다. 한국 근대화의 미완의 과제는 통일 민족국가의 형성이다. 어떻게 하면 파괴적이지 않은, 즉 전쟁이 아닌 방식으로 달성할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 평화공존 교육, 평화교육 통일 당위성에 대한 공감을 확대하는, 이런 통일교육은 여전히 중요한 교육내용이 돼야 한다.”

- 너무 이상적이지 않은가? 북한 발 햇볕정책...

“아까도 이야기했듯이 20세기 전 시기에서 걸친 체제 경쟁이 있었다. ‘문명화’된 자본주의와 ‘야만적’ 사회주의의 경쟁. 어떻게 됐나. 야만과 문명의 차이는 바로 민주주의다. 자본주의는 민주주의와 결합되었기 때문에 이겼다. 노동자, 민중에게 최소한 저항의 공간, 권리의 공간을 부여했다. 문명화된 자본주의는 노동자 민중의 투쟁에 의해 달성된 것이다. 사회주의는 저항의 권리, 소수자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그래서 붕괴했다. 결국 북한에도 이런 공간이 있어야 한다. 그래서 꼭 이상적이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서울시교육감 진보단일후보 조희연 교수이치열 기자 truth710@
 

“나를 진보적, 급진적이라 할 수 있겠지만 종북이라고 하지는 못할 것이다”

운동권의 분류로 보자면, 조교수는 범PD계열로 분류됐다. PD들은 북한체제와 정권에 대해서는 비판적 입장이긴 하다. 하지만, 진보단일후보라는 점에서 선거 시기를 맞이해 보수진영에서 조 후보에게도 종북 프레임을 제기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래서 물었다. “혹시 스스로 그런 공격에 이용될만한 사실관계가 없는가?”

“보수진영에서도 비판적 사회학자, 진보적 이론가, 시민운동가로 살아왔다는 점을 알고 있을 것이다. 박원순 시장과 함께 참여연대 만들었다. 합리적 진보적 입장에서 살아왔다. 나는 그런 나의 정체성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다. 진보적, 급진적이라고 말할 수 있겠지만, ‘종북’이라고 얘기하는 것은 맞지 않는 이야기다. 보수언론도 이를 잘 알 것이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혹시 본인 생각에 스스로 ‘종북’ 프레임에 걸릴 만한 것이 없는가? 과거의 기억을 쥐어짜 본다면?

“민주주의는 급진적 비판이나 저항까지도 포용하는 체제여야 한다. 과거 박정희 전 대통령은 한국적 민주주의라고 했는데, 민주주의가 허용하는 이견의 폭을 너무나 제한했다. 김대중, 김영삼 대통령까지도 배제했다. 그래야만 빨갱이로부터 대한민국을 보호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지금은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그런 사람들은 좀 비정상이라고까지 생각할 정도의 상황에 왔다. 그래서 나는 철저한 민주주이자로서 정치적 반대자, 급진주의자도 포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민주주의는 from bullets(탄환) to ballots(투표지)이라고 한다. 민주주의는 투표용지를 가지고 싸우는 체제라는 것이다. ‘종북 프레임을 만든 사람은 잘못됐다’ 이런 표현을 쓴 적은 있다. 과거 ‘빨갱이’는 보수가 진보에게 가하는 프레임이었다.

그러나 ‘종북’은 진보 내부에서 통용된 프레임이었다. 그걸 보수가 사용하는 프레임이 됐다. 두 측면이 있다. ‘종북’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민주노동당의 당권파로 상징되는 사람들의 이른바 패권주의적 양태가 있었다. 동지들에게서 ‘종북’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실제 사건도 있었다. 그런 점에서 스스로 ‘성찰적’ 노력이 있어야 했는데, 그런 게 없었다. 그럼에도 진보진영 내에서조차 ‘종북프레임’을 가한 것은 ‘과잉비판’이었다. 혹시 ‘종북 프레임을 만든 사람은 잘못됐다’고 표현한 것은 과잉비판에 대한 비판의 의미에서 나온 것이다. 자기 성찰적 노력의 부재, 진보그룹 내 과잉비판 등 모두에 대한 비판의 맥락에서 나온 이야기다.”

“나처럼 비겁한 사람은 편안길로 들어서...” 그가 느끼는 사회와 동지에 대한 부채감

과거 이야기로 쉬어 가보자. 조 후보는 26세 때, 시위전력자라는 이유로 서울대 대학원 합격이 신군부에 의해 취소된 후 몇몇의 시위전력자들과 함께 청와대 민원실에 탄원을 넣었다. 허문도, 김수정 등 신군부측 관계자들이 만나자고 해 만났고, 그들은 허문도의 집에 가서 술까지 마셨다. 신군부는 어떻게든 그를 포함해 당시 운동권 학생들을 회유해보겠다고 작정했던 것 같다. 그때 그는 솔직히 마음이 흔들리지 않았을까?

“긴급조치세대와 386세대의 차이가 있는 것 같다. 긴급조치세대나 유신세대는 386세대처럼 이념적 세대는 아니었다. 양심적 세대, 자유주의적 세대라 할까. 386세대는 광주항쟁을 거치면서 이념적으로 적과 동지를 분명히 구분하게 됐다. 그때 우리는 순진하게 대학원 합격 취소는 신군부세력이 판단을 잘못한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진정을 넣었던 것이다.

허문도, 이수정은 새로 군부에 참여한 세력들이어서, 학생들의 지지선언을 이끌어내면, 신군부의 정당성에 대한 선전효과가 있을 것이라 생각했던 것 같다. 그때 사람들은 순수하긴 했지만, 타협할 생각은 없었다. 우리는 순수하게 이야기했는데, 전혀 가능성이 없구나 그런 생각을 했다. 한여름밤의 꿈으로 끝났다. 사실 당시 대학원에 가는 것에 대한 부끄럼이 있었다. 현장(노동운동)에 가지 못했다. 현장에 가려고 열기사 자격증도 따려 했지만, 2차 실기에서 떨어졌다. 마침 그때 (박정희 대통령이 죽고) 복학이 이뤄졌다. 그러다 보니 나처럼 비겁한 사람들은 편안한 길로 들어서....개인적으로 나를 ‘2선 지식인’이라고 소개한 적이 있다. 1선에서 열심히 투쟁하는 친구들에게 부끄럽지만, 2선에서라도 열심히 살아야겠다. 그렇게 생각했다.”

“2선 지식인”, “나는 편한 길로 들어서” “기득권층의 일부가 되어” “성찰” 그는 인터뷰 내내 일종의 ‘부채감’을 드러내는 표현들을 계속 반복했다. 아마도 어린 시절부터 청년시절까지 그의 삶을 관통했던 기독교적 신앙생활과도 연관이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물어보았다. “지금도 기독교인인가?”

“남자 형제 다섯 중 두 명의 형이 목사다. 5년 전까지만 해도 두 형의 새벽기도가 내가 신학자가 되는 거였다(웃음). 개인적으로 초중등 대학때까지 광적으로 교회를 열심히 다녀, 기독교적 마인드가 몸에 배여 있다. 지금은 많이 탈각되어 있다고 생각되지만 사회비판적 문제의식을 갖는 계기가 된 것도 ‘겨자씨’라는 복음주의적 개혁적 크리스천 모임을 만나서였다. 지금도 그때 만난 사람들과 친하게 지낸다. 비판적 신학을 통해 비판적 인식을 심화시킨 지점이 있다. 지금은 주일에 교회 안간다. 하지만 이렇게 표현한다. 교회를 정기적으로 가는 익명의 그리스도인. 부활절이나 1년에 한두 번 목사 형님들을 만나니까(하하). 지금은 종교다원주의자가 됐다. 개인적으로 세계사적 경험 정리하는 책을 내는 게 제 꿈이다. 진보와 종교의 관계에 대해 정리하고 싶다. 특히 과거 마르크스는 기독교를 민중의 아편이라고 규정했는데, 그 테제를 현재적 맥락에서 어떻게 재평가해야 하는지 그런 고민을 갖고 있다.”

“교육이 뭔가. 자기표현능력이다. 일반고 학생들 그런 능력 배양되어 있지 않다”

다시 교육문제. 초중고 과잉교육 등에 대한 반발로 학교교육에서 벗어나 홈스쿨링이나 마을과 연계한 대안학교 등 대안교육에 대한 요구가 커지고 있다. 조교수도 본인의 저서에서 혁신학교를 통해 개혁의 제도화와 탈제도화를 통한 대안추구 사이의 긴장이 선순환적 관계를 가지며 교육의 혁신을 가져온다고 말했는데, 대안 교육을 지원하기 위한 그의 구상은 무엇인가?

“제도권을 이탈해서 시도하는 광범위한 대안적 노력을 지원해야 한다. 대안교육의 창의성과 역동성을 제도권으로 끌어안아야 한다는 게 기본적 생각이다. 제도권 내에서는 혁신학교를 통해 일반고의 슬럼화를 막겠다. 창의성과 역동성이 사라지고 대학입시에 의해 왜곡된 제도권 교육은 대안교육을 통해 보완될 수 있다. 대안적 노력, 학업 중단자, 홈스클링 등 그 자체를 제도권의 고통이 표현된 하나의 양상으로 보고 과감하게 지원해야 한다. 대학교에서 면접형 논술을 하다보면, 대안학교학생들이 훨씬 말을 잘하고, 토론도 잘한다. 자기표현 능력이 있다. 일반고 출신 학생들은 그런 능력이 배양되지 않았다.

그런데 교육이 뭔가. 자기표현 능력이다. 말이나 글로 자신의 생각을 논리적으로 표현하는 능력이 대단히 중요하다. 현재 제도권 교육은 과도한 입시경쟁으로 비정상화돼 있다. 이를 완화하는 노력의 일환으로 제도권 안에서 대안 교육적 요소를 실험해야겠다. 요즘 조리학교 등 진로교육을 하는 특성화고에 관심이 많이 생기고 있다. 그러나 학부모들은 대개 일반고 안에 있고 싶어한다. 특성화고는 실업계라고 꺼려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은 좋은 대학 가서 좋은 직장을 얻겠다는 취업 경로가 아닌 방법으로, 취업하고 싶어하는 학생들이 많다. 그래서 정규교과내에서 진로교육을 학점화하는 방법을 대안으로 생각해 보고 있다. 이외에도 대안교육적 요소를 정규교육 내에 제도화하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 생각한다.”

30대 후반~40대 초중반 비교적 젊은 유권자들의 관심은 유아교육에 있는 것 같다. 조 후보도 유아교육의 전면 공교육화를 핵심공약으로 내세웠다. 그러나 유아교육에 대한 지원정책들은 지금도 많이 시행되고 있다. 기존 정책과 어떤 차별성이 있는지 물었다.

“국민들의 교육복지 요구가 높아지다 보니 이것을 단편적 지원정책으로 남발하고 있다. 종합적으로 접근을 못하고 있다. 4,5세 유아교육부터 고등학교 교육까지 전면적인 국가책임교육의 관점에서 근해 봐야 한다. 고교과정은 이미 박대통령의 공약으로 실업계 수업료 면제가 시행되고 있다. 일반고도 수업료와 급식료도 공약사안이다. 현 정부가 공약을 지키면 될 일이다. 고교과정이 의무교육화되면, 전면적인 의무교육체제로 재편하는 기반이 생긴다. 국가책임교육의 1단계로 5세부터 고등학교과정까지 13년간을 의무교육체제로 정하고 이행하는 것이다. 다음 단계는 3~5세도 공교육체계로 나아가는 것이다. 유아교육정책도 현재처럼 단편적으로 접근하는 방식이 아니라 의무교육의 체계 내에서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것은 출산율 저하의 중요한 대책으로도 기능할 것이다. 유아교육의 전면공교육화를 최초로 주장한 후보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보수 단일화 후보, 문용린 고승덕 둘 중 누가 더 만만할까?

마지막 질문. 결국 앞에서 말한 정책 내용의 대부분은 선거에서 이겨야 시작할 수 있는 일들이다. 그래서 교육감 선거의 승부에 관해 물었다. 보수후보간의 신경전으로 단일화가 될지 안 될지 아직은 분명하지 않다. 하지만 단일화되면 승부가 쉽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곽노현 전 서울시 교육감도 다수후보의 출마강행이란 반사이익을 누린 바 있다. 물론 선거는 상대성의 게임이다. 어느 후보로 단일화되느냐에 따라 승부가 달라지기도 한다. 그래서 물었다. “누구로 단일화되면, 그나마 만만하겠나? 여론조사 1위 고승덕 변호사로 단일화되면, 최악이 아닌가?”

 “(웃음) 양면적 평가가 있다. 문용린 후보가 나오면, 현직 프리미엄이 있고, 인자한 할아버지의 이미지도 있다. 반면에 부패, 정치적 교육감이라는 이미지도 있다. 고승덕 변호사는 중도층을 파고드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어떻게 보면, ‘엘리트’로 ‘증권조언자’로서의 역할 등으로 볼 때, 교육문제에 관해선 비전문가의 성격도 동시에 가지고 있다. 그래서 저로서는 장단점이 다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어느 경우에도 최선을 다하겠다. 저는 독특한 ‘시민’교육감으로 ‘병든사회. 아픈교육’을 부둥켜안고 치유하는 교육감이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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