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수수색 지시" 공개한 추미애… 법조계·방역당국 "신중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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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의 ‘밀행성’ 감안할 때 "압수수색" 운운은 이례적

추미애 법무부 장관. 뉴스1
법무부가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과 관련해 검찰에 신천지 교회 압수수색 지시를 내린 뒤, 이를 공개해 논란이 되고 있다.

밀행성이 중요한 압수수색 지시를 공개해 증거인멸을 부추겼다는 지적은 물론 방역대책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도 법무부의 강제수사에 우려의 뜻을 검찰에 전달한 것으로도 전해졌다.

◆법무부 “신천지 압수수색 지시”… 법조계·방역당국 “신중해야”

1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무부는 최근 발표한 보도자료에서 “정부는 특정 종교단체로부터 신도 명단을 제출받아 전수 역학조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일부 지역별로 신도 명단이 정확하지 않게 제출되고 있고, 접촉 동선을 허위로 진술하거나 집회장·전도 시설 등에 대한 위치 정보가 전부 공개되지 않아 역학조사에 어려움이 있다”고 밝혔다.

문제의 발언은 그 뒤에 나왔다. 법무부는 “각급 검찰청에선 고발 또는 수사 의뢰가 없더라도 압수수색을 비롯한 즉각적인 강제 수사에 착수하는 등 엄정 대처할 것으로 지시했다”고 강조했다. 신천지교 이만희 총회장도 출국 금지를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일선 검찰은 물론 법조계에서도 강제수사의 ‘밀행성’ 원칙이 훼손돼 되레 수사에 난항에 예상된다는 우려가 나왔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압수수색, 강제수사를 언론에 뿌리면 (신천지교에) 증거를 인멸하라는 소리로 밖에 들리지 않을 것”이라며 “증거를 다 치우고, 잠적하고 방역에 협조하지 말라는 이야기”라고 우려했다. 이어 “국회의원 출신 추미애 장관이 홍보를 위해 황당한 일을 벌였다”고 지적했다.
지난달 29일 대구시 동구 동대구역에서 육군 장병들이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방역작전을 펼치고 있다. 연합뉴스
방역대책을 전담하는 복지부와 질본도 대검찰청에 ‘우려’의 뜻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대검에 “역학조사로 해결될 단계를 지났고, 강제수사 시 오히려 방역에 협조를 안 할 수 있어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검찰도 압수수색 등 적절한 수사시점을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강제수사의 적절성 논란도 나온다. 강제적인 공권력의 행사 방식엔 수사권뿐 아니라 행정기관의 행정력도 있는만큼, 현재는 사법적 책임을 목표한 강제수사가 아닌 행정력 동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특히 강제수사로 취득한 증거를 방역 대책 수립 등 행정 조사에 무제한 활용할 수 있을 지에 대한 적절성 논란이 제기될 전망이다.

서울 서초동 법조타운의 20년 경력 변호사는 “행정력을 통한 방역대책과 수사를 통해 책임을 묻는 강제적인 공권력 행사는 전혀 다른 차원”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법조계 관계자는 “수사는 사법책임을 묻는 절차”라며 “지금은 행정력을 모아 방역할 단계이지 사법책임을 묻는 단계가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코로나19 확산 문제와 관련해 공무원들도 형사적 책임을 지라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여권 일각 “검찰이 고의로 신천지 강제수사 늦춰” 비판

특히 일각에서 국내 코로나19 확산을 자신들의 정치적 입지를 위해 활용하려는 움직임도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의정부을에 출마한 문은숙(56) 예비후보는 지난 28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코로나19 확진자가 2000명을 넘어섰다”며 “윤석열 검찰총장의 늑장 대응이 사태를 더 악화시킨 것이 아닌지 불안하고 안타깝다”고 주장했다.

문 예비후보는 “빛의 속도로 이뤄졌던 조국 전 장관 수사와 달리, 신천지와 이만희 총재에 대한 수사는 코로나19가 창궐하고 나서야 뒤늦게 추진하고 나섰다. 직무유기 아닙니까”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의정부시에만 신천지 교회 1곳과 복음방 8곳이 있다”며 “우리 지역의 시한폭탄이 될 수 있다. 신천지 신도 전원격리 후 전수조사하기를 다시 한번 강력히 촉구한다. 윤석열 총장과 검찰의 즉각적이고 책임있는 대처가 절실하다”라고 강조했다.
문은숙 더불어민주당 의정부을 예비후보 페이스북 캡쳐
이외에도 민주당 소속 박원순 서울시장과 이재명 경기도지사, 그리고 송영길·홍익표 의원 등도 신천지에 대한 ‘강력한 조사와 통제’, ‘압수수색’ 등을 거론했다. “코로나19를 의도적으로 확산시키려 한다”, “명백한 범죄행위” 등 상식적으로 수긍하기 힘든 표현까지 썼다.

일부 친문 지지자들은 청와대 청원을 올려 검찰이 신천지에 대한 수사를 고의로 착수하지 않고 있다며 윤석열 검찰총장의 파면을 요구했다. 지난 28일에 올라온 청와대 청원엔 “‘신천지 압수수색은 신중해야’ 외치는 검찰총장 윤석열의 파면을 요구한다”는 제목의 청원이 올라왔다. 청원은 “신천지 대구교회에서 발화된 위기가 국가를 흔들고 있는데, 정작 이 문제를 법적으로 해결해야 할 윤석열의 검찰은 ‘신중해야’를 외치고 있다”며 “수사 대상을 수사하지 않는 윤석열의 검찰은 국익을 크게 손상시킨다. 윤석열의 검찰의 ‘신천지 수사 신중’을 비판하며 청원한다”고 주장했다. 청원은 이틀만에 3만6000여명을 넘었다.

염유섭 기자 yuseob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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