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김여정 한밤중 이례적 담화…"청와대, 완벽하게 바보스럽다"(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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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0.03.04. 오전 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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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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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 명의 첫 담화로 대대적 대남 비난
북한 군사 훈련에 대한 靑 '유감'에 "적반하장의 극치"
지난 2018년 9월 평양 남북 정상회담 당시 포착된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 2018.9.18/뉴스1 © News1 평양사진공동취재단

(서울=뉴스1) 서재준 기자 =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동생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3일 한밤중에 전격적인 대남 담화를 통해 우리 측을 비난했다.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밤 10시 30분께 '청와대의 저능한 사고방식에 경악을 표한다'라는 제목의 '김여정 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 담화'를 발표했다.

김 제1부부장은 담화에서 청와대가 북한이 최근 동해안에서 진행한 군사 훈련 목적의 발사체 발사에 대해 '유감'을 표한 것에 대해 "주제넘은 실없는 처사"라며 "남의 집에서 훈련을 하든 휴식을 하든 자기들이 무슨 상관이 있다고 할 말 못 할 말 가리지 않고 내뱉느냐"라고 맹비난했다.

청와대는 앞서 지난 2일 북한의 발사체 발사 직후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긴급 관계부처 장관 회의를 열고 북한의 행동이 한반도 군사적 긴장 완화 노력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유감을 표하고 발사 중단을 촉구한 바 있다.

김 제1부부장은 이에 대해 "우리는 그 누구를 위협하고자 훈련을 한 것이 아니다. 나라의 방위를 위해 존재하는 군대에 있어 훈련은 주업이고 자위적 행동"이라며 "남쪽 청와대에서 '강한 유감'이니 '중단 요구'니 하는 소리가 들려온 것은 실로 의아하지 않을 수 없다"라고 비난했다.

김 제1부부장은 이날 담화에서 형식 파괴적인 언사를 구사하며 남측을 비난했다. 외교, 대남 메시지의 관례적 형식을 벗어나 '자신의 언어'를 구사한 흔적이 역력했다.

그는 "나는 남측도 합동군사연습을 꽤 즐기는 편으로 알고 있으며 첨단 군사 장비를 사 오는데도 열을 올리는 등 꼴 보기 싫은 놀음은 다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라며 "몰래몰래 끌어다 놓는 첨단 전투기들이 어느 때든 우리를 치자는 데 목적이 있겠지 그것들로 농약이나 뿌리자고 끌어들여왔겠는가"라고 꼬집었다.

이어 한미가 3월에 진행하려던 한미 합동군사연습을 무기한 연기한 것이 '대북 메시지'라는 일각의 해석을 의식한 듯 "남측에 창궐하는 신형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가 연기시킨 것이지 청와대가 결심한 것이 아니다"라며 "우리가 합동군사연습을 중단할 것을 요구하면 청와대는 어떻게 대답해 나올 것인지 궁금하다"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그리도 전쟁 연습 놀이에 열중하는 사람들이 남의 집에서 군사훈련을 하는 데 대해 가타부타하는 것은 그야말로 적반하장의 극치"라며 "쥐어짜 보면 결국 자기들은 군사적으로 준비돼야 하고 우리는 군사훈련을 하지 말라는 소리인데 이런 강도적인 억지주장을 펴는 사람들을 누가 정상 상대라고 대해 주겠느냐"라고 덧붙였다.

김 제1부부장은 "이러한 비논리적인 주장과 언동은 개별적인 누구를 떠나 남측 전체에 대한 우리의 불신과 증오, 경멸만을 더 증폭시킬 뿐"이라며 "우리는 군사훈련을 해야 하고 너희는 하면 안 된다는 론리에 귀착된 청와대의 비논리적이고 저능한 사고에 '강한 유감'을 표명해야 할 것은 바로 우리"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또 "이 말에 몹시 기분이 상하겠지만 우리가 보기에는 청와대의 행태가 세 살 난 아이들과 크게 달라 보이지 않는다"라며 "어떻게 내뱉는 한마디 한마디, 하는 짓거리 하나하나가 그렇게도 구체적으로 완벽하게 바보스러운가"라고 조롱에 가까운 언사를 구사하기도 했다.

아울러 "강도적이고 억지 부리 기를 좋아하는 것을 보면 꼭 미국을 빼닮았다"라며 "동족보다 동맹을 더 중히 하며 붙어살았으니 닮아가는 것이야 당연한 일일 것"이라고 비꼬기도 했다.

그러면서 "우리와 맞서려면 억지를 떠나 좀 더 용감하고 정정당당하게 맞설 수 없느냐"라며 "참으로 미안한 비유지만 겁을 먹은 개가 더 요란하게 짖는다고 했다. 딱 누구처럼…"이라고 말했다.

다만 김 제1부부장은 "대통령의 직접적인 입장표명이 아닌 것을 그나마 다행스럽다고 해야 할 것"이라며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직접 비난은 피하기도 했다.

김 제1부부장이 자신의 명의의 담화를 발표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그는 지난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당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특사로 파견돼 문재인 대통령과 대면하기도 했다. 이후 남북 정상회담에 배석하기도 하는 등 '백두혈통'으로 김 위원장을 보좌하며 남북관계에서 주요 역할을 맡았다.

이날 김 제1부부장의 담화는 그가 김 위원장의 '보좌'의 역할에서 자기 목소리를 내는 위치로 정치적 입지를 확고하게 다졌음을 시사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동시에 사실상 김정은 위원장의 '속내'를 공개적으로 표명한 것이라는 해석도 뒤따른다.

seojiba3@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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