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 정읍=이미애 기자] 9일 오후 10시 36분쯤 전북 정읍 수성동의 한 아파트에 사는 신천지 신도 A(41, 여)씨가 추락 사고로 숨져 경찰이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사진은 해당 A씨가 거주하던 아파트의 모습. ⓒ천지일보 2020.3.10
[천지일보 정읍=이미애 기자] 9일 오후 10시 36분쯤 전북 정읍 수성동의 한 아파트에 사는 신천지 신도 A(41, 여)씨가 추락 사고로 숨져 경찰이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사진은 해당 A씨가 거주하던 아파트의 모습. ⓒ천지일보 2020.3.10

코로나 사태 이후 울산이어 또

“피해자 남편, 평소 폭언·폭행”

숨진 A씨 지인들 공통된 증언

전문가들 “신도 차별·불신 우려”

“신도 연속된 죽음, ‘증오범죄’”

[천지일보=홍수영·이미애·김도은 기자] “저에게 계속 전화해서 ‘나 좀 살려줘라, 이러다 죽을 것 같다’ 그렇게 말했어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 신도들이 가정과 직장에서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전북 정읍에서 또 다시 신도가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두 번째다.

◆이번에도 자신의 거주지에서 추락사

10일 전북도와 정읍경찰서, 신천지 등에 따르면 전날인 9일 오후 10시 36분쯤 전북 정읍 수성동의 한 아파트에 사는 신천지 신도 A(41, 여)씨가 추락 사고로 숨졌다. A씨를 목격한 주민은 119에 신고했고, 출동한 119구급대원은 심폐소생술을 실시했지만 이미 A씨는 유명을 달리했다.

신천지 신도인 A씨는 지난달 28일 코로나19 검사 결과 음성 판정을 받은 뒤 능동감시 대상자로 분류돼 하루 두 차례씩 보건당국에게 유선상으로 건강 상태를 확인 받아왔다. 이후 지난 8일 받은 2차 검사에서도 음성 판정을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능동 감시 해제를 나흘 앞둔(13일 해제) 9일 A씨는 안타깝게 생을 마치게 됐다.

A씨의 친구이자 같은 신천지 교인인 B씨는 전날 A씨의 남편에게 “아내가 투신했으니 아이들을 돌봐 달라”는 전화를 받으면서 자신의 친구가 숨졌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B씨에 따르면 최근 코로나 사태로 신천지에 대한 악성 여론이 쏟아지면서 A씨와 남편의 갈등이 심화했다.

가정폭력.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가정폭력.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나 이러다 죽을 것 같다” A씨의 절박한 외침

같은 교회 부녀회 관계자 C씨도 같은 내용을 주장했다. 그는 천지일보와 만남에서 “A가 전화를 걸어 ‘나 좀 살려 달라’며 하소연했다. A는 전에도 ‘이러다 사람이 죽겠다 싶다’라는 말을 해왔다”고 밝혔다.

A씨 지인들에 따르면 약 2년 전 A씨가 신천지 교인이라는 걸 알게 된 이후 남편은 귀가시간을 정하는 등 A씨를 엄격하게 통제했다.

남편의 핍박은 이에 그치지 않았다. 자는 사람에게 ‘물을 부어버린다’며 자는 사람을 깨우고, 집에 돌아온 아내를 폭행하기도 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이 같은 사실을 몇 번은 집에 따라가 직접 목격하기도 하고, 몇 번은 A씨 몸에 난 멍들을 보며 알아챘다는 것이다. 다른 부녀회 관계자인 D씨는 “A씨가 멍이 들어 있는 게 우리에게 들키면 물어보지만 말을 잘 안 했다. 혼자 참고 삭이는 스타일”이라고 덧붙였다.

또 D씨는 “코로나 사태 후 남편의 핍박이 더욱 거세졌다”면서 “능동감시 기간 동안 남편이 A씨에게 ‘신앙과 가정 중 하나를 택하라’며 강요했다고 한다. 압박에 못 이긴 A씨가 가정을 택하겠다고 하자 교회 지인들에게 전화를 돌려 ‘종교를 포기했다’고 말하라고 떠밀었다”며 “A씨는 이런 일들이 너무 미안하고 수치스러워 했다”고 전했다.

B씨는 “A씨의 남편이 교회에도 찾아와 행패를 부린 경험이 있어 교인들에게 더 미안해 했다”고 말했다.

◆“소망 컸던 A씨… 극단적 선택 이유 없어”

결론적으로 A씨는 고통스러워하면서도 가정을 지키려 노력했다는 게 이들의 증언이다. 그러나 이 같은 노력에도 A씨는 세상을 떠났다.

하지만 절대로 A씨가 극단적 선택을 할 리가 없다는 게 C씨 주장이다. 그는 “A는 항상 ‘노력파’였다. 가정에도 노력하고 하나님에 대한 소망도 컸다. 남편과의 약속도 철두철미하게 지키려 노력했다”며 “절대 극단적 선택을 할 사람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신천지에 대한 사회적 따가운 시선이 그렇듯, A씨 남편도 아내를 힘들게 하고 점점 대화가 안 되는 사람으로 바뀌어 갔다”며 A씨의 사고는 우리 사회가 만든 신천지에 대한 이단프레임과 증오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B씨는 “(능동감시 기간 중) 내가 잘못되면 자녀들을 잘 부탁한다”며 불안한 상태가 지속됐다고 설명했다. 그나마 D씨를 비롯해 여러 사람이 A씨를 위로하면서 마음에 안정을 잠시 찾기도 했지만, 능동감시 기간 동안 집 안에서 성경 공부를 하려는 A씨의 모습에 남편이 화를 내면서 갈등은 계속됐다고 증언했다.

A씨를 회상하던 C씨는 “웃으면서 열심히 공부하자고 했는데…”라고 울먹이며 말을 잇지 못했다.

친구 B씨는 “A씨 남편이 A가 극단적 선택을 할 줄은 몰랐다고 자신에게 말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A씨와 같은 교회 교인인 E씨는 A씨 남편이 “내가 감옥 가더라도 신천지 너희는 다 죽이겠다”는 말을 수시로 했다고 본지에 밝히기도 했다. 이 경우 살인의 동기가 있다고도 볼 수 있어 경찰 수사가 어떻게 이뤄질 지 주목된다.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의뢰해 11일 부검을 진행할 예정이지만, 유족들이 반대할 경우 부검이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이밖에 경찰은 아파트 주변 폐쇄회로(CC)TV나 인근 차량의 블랙박스 등을 확인하며 사건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지난 26일 오후 10시 30분경 울산에 사는 60대 신천지 여신도 A씨가 빌라 7층에서 추락해 사망해 경찰이 정확한 사망 원인을 파악하고 있다. 추락사가 발생한 울산 남구의 한 빌라. ⓒ천지일보 2020.2.27
지난 2월 26일 오후 10시 30분경 울산에 사는 60대 신천지 여신도 A씨가 빌라 7층에서 추락해 사망해 경찰이 정확한 사망 원인을 파악하고 있다. 추락사가 발생한 울산 남구의 한 빌라. ⓒ천지일보 2020.2.27

◆‘증오범죄’로 반복되는 신천지 신도 사망?

앞서 신천지 신도라는 이유로 지난달 26일 울산에 사는 60대 여성이 자신이 사는 빌라에서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한 바 있다. 코로나 사태로 신천지 교인들에 대한 비난과 증오가 확대되는 상황에서 일어난 사건이라는 점에서 A씨 사건과 매우 유사해 보인다.

이창수 법인권사회연구소 대표는 천지일보와의 통화에서 “현재 우리나라에선 개인의 종교 활동을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못하게 막는 잘못된 행동이 나타나고 있다”며 “게다가 가정폭력이 있다는 것은 중세시대의 가부장적이고 봉건적인 지배 질서의 모습이 나타난 것으로 가족 간 존중하는 분위기가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가부장적으로 자기의 믿음 체계, 신앙 체계를 자식이나 가족의 일원에게 강요하는 건 잘못된 것이다. 스스로 종교를 선택할 수도, 하지 않을 수도 있는 것”이라며 “(특정 종교에 대한) 사회적 분위기가 나빠서 강제개종 또는 폭력이 정당화되고 있는 것도 잘못된 부분”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강신업 변호사도 본지와의 통화에서 “우리나라에는 종교의 자유가 있다. 그러나 코로나 사태 이후 신천지 신도 전수조사하는 과정에서 신천지 신도라는 게 드러나 폭력, 차별, 불신 등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강 변호사는 “현재로선 이 같은 피해를 막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지금부터라도 정부나 지역단체 등이 신천지 신도라는 이유로, 코로나19에 감염됐다는 이유로 차별, 폭행 등을 받지 않도록 강력하게 처벌하겠다는 선언과 조치가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광서 전 종교자유정책연구원(종자연) 대표는 “코로나19는 한반도 문제가 아니라 세계적인 문제인데, 이런 상황에서 특정 종교를 사회문제화 하는 것은 극히 신중하고 자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이 문제는 상식과 과학적으로 풀어가야 한다는 국민적 공감대가 우선”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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