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 일본 땅 아닌 적 없었다”…일본 중학 교과서 실었다

2020.03.24 16:29 입력 2020.03.24 19:52 수정 도쿄|김진우 특파원


24일 일본 문부과학성의 검정을 통과한 일본 출판사의 중학교 교과서에 독도가 ‘다케시마’로 표시돼 있다. 연합뉴스

사회 교과서 17종 가운데 14종

“한번도 일본 영토 아닌 적 없어”

‘강치 사진’ 등 영유권 주장 강화

일본이 내년부터 사용할 중학교 사회과 교과서 대부분에 ‘독도가 일본 땅’이라는 주장이 실렸다. 특히 “독도가 한번도 일본 영토가 아닌 적이 없다”는 표현이 들어가는 등 독도 영유권 주장이 더 강화됐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 들어 더욱 노골화한 영토 도발 흐름이 교과서에서도 재확인됨에 따라 징용 판결을 둘러싼 일본의 보복성 수출 규제 등으로 악화된 한·일 관계에 또 다른 악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일본 문부과학성은 24일 오후 교과용 도서 검정조사심의회를 열고 내년 4월 새 학기부터 중학교에서 사용될 교과서 검정 결과를 공개했다. 이날 검정에 합격한 일본 사회과 역사(7종)·공민(6종)·지리(4종) 3개 과목 총 17종의 교과서 가운데 14종에 독도 영유권 주장이 포함됐다. 공민·지리 교과서에 모두 기술됐고, 역사 교과서 4종에 들어갔다.

이들 교과서는 대부분 “일본 고유 영토인 다케시마(일본이 주장하는 독도 명칭)를 한국이 불법 점거하고” 있고 “일본 정부가 항의를 계속하고 있다”고 기술했다. 일본 정부가 1905년 각의결정으로 독도를 시마네(島根)현에 편입했고 샌프란시스코 평화조약에서 일본이 포기한 영역에 독도는 포함되지 않았다고 기술한 교과서도 있었다. 일본분쿄(文敎)출판 사회과 역사교과서에는 “일본 정부는 다케시마가 한번도 타국의 영토인 적이 없는 일본 고유의 영토라고 주장한다”고 기술했다. 또 일본 어민이 독도 강치를 사냥하는 사진을 넣어 영유권 주장의 근거로 삼는 교과서도 늘었다.

이번 교과서 검정은 지난 2015년에 이어 5년 만에 이뤄진 것이다. 2015년 검정에서도 사회 교과서 18종 가운데 15종이 독도가 ‘일본 고유의 영토’라고 기술했다.

문부과학성은 이를 더욱 철저히 하기 위해 2017년 개정된 초·중학교 학습지도요령에 독도, 쿠릴 4개섬, 센카쿠열도를 ‘일본 고유 영토’로 기술하도록 하고, 학습지도요령 해설설서에 ‘독도가 한국에 불법 점거돼 일본이 항의 중이라는 내용을 명기토록 주문했다. 이 때문에 지난 번과 비교해 관련 기술을 늘린 교과서가 많았다고 요미우리신문은 전했다.

아베 정권의 주장을 반영한 영토 기술은 이미 각급 교과서에 확산된 상황이다. 아베 정권은 2014년 근현대사와 관련 ‘정부의 통일된 견해’를 기술하는 방향으로 교과서 검정 기준을 개정하고, 중·고교 학습지도요령 해설서에 ‘독도는 일본 고유영토’, ‘한국의 불법점거’를 명시했다. 이에 따라 2015년 중학교 교과서 검정은 물론, 이후 2016년과 2017년 고등학교 교과서 검정, 2019년 초등학교 교과서 검정에도 이런 방침이 반영됐다. 특히 작년 3월 발표된 초등학교 교과서 검정 결과에선 초등 4~6학년 사회과 교과서 9종 모두에 독도 영유권 주장이 담겼다.

이번 검정을 통과한 교과서 2종에선 현행 교과서에선 사라진 ‘종군위안부’라는 표현이 사용됐다. 하지만 실상을 전하기에는 부족하다는 평가다.

마나비샤의 역사 교과서는 앞서 2015년 검정 때 일본군 위안부 문제, 전시 인권침해, 고노(河野)담화 등을 자세히 다뤘으나 불합격 판정을 받았고 관련 내용을 절반 수준으로 줄인 후 검정을 통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에 새로 검정을 통과한 야마카와(山川)출판의 역사 교과서는 “많은 조선인과 중국인이 일본에 징용돼 광산이나 공장 등에서 가혹한 조건 아래 노동을 강요당했다”고 기술했다. 이에 대한 각주 형식으로 “전쟁터에 설치된 ‘위안시설’에는 조선, 중국, 필리핀 등으로부터 여성이 모집됐다(이른바 종군위안부)”라는 설명이 붙었다.

일부 교과서에는 “1965년 체결된 한·일 청구권협정으로 개인 청구권과 배상 문제는 완전하고 최종적으로 해결됐다’는 내용이 지난 2015년에 이어 다시 들어갔다.

한편 우익 사관을 토대로 역사를 기술하는 ‘새로운 역사 교과서를 만드는 모임’ 회원들이 집필한 지유샤(自由社)의 역사 교과서는 이번 검정에서 탈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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