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짚어 보면 이런 독주의 배경에는 '이낙연 대망론'이 있었고, 이번 21대 총선에서 호남표가 뭉치는 모습으로 나타났습니다. 호남이 지역구 28석 가운데 27석을 민주당(제외된 1석은 무소속)에 몰아줬으니 말이죠. 민생당 의원 일부가 당도 다른 이 전 총리와의 친분을 앞세워 호남 유권자에게 호소하기까지 했을 정도였습니다.
수도권 호남표도 뭉쳤다
민주당의 비례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이 광주와 전남·전북에서 얻은 득표율은 각각 61%, 60.3%, 56%입니다. 열린민주당까지 합친 여권 득표율은 각각 69.2%, 67.3%, 65%로 높아지죠. 4년 전인 20대 총선 때 민주당이 호남 3곳에서 30% 전후의 득표에 그친 것과는 딴판입니다.
이런 변화는 수도권에서도 보입니다. 서울·경기·인천에서 여권 두 정당의 비례정당 득표는 40% 전후로, 민주당이 25%를 겨우 넘긴 4년 전과는 확실히 다릅니다.
반면 충청과 영남은 변화가 없었습니다. 현재 여권의 정당 득표와 4년 전 민주당의 정당 득표는 큰 차이가 없습니다. 충청에선 30% 전후이고, 영남에선 20%를 왔다 갔다 한 건 그때나 지금이나 마찬가지 입니다.
그러니 이낙연 대망론을 염두에 둔 호남 유권자들이 뭉쳤고, 이는 수도권 호남 출신 표의 결집으로 이어졌다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호남(전남 영광) 출신인 이 전 총리의 총선 등판이 민주당에는 결정적 승부수였던 겁니다. 즉 지난 총선은 이낙연 선거였습니다.
호남 기대, 安에서 李로 이동했나
그럼 이 전 총리는 어디에서 표를 끌어왔을까요. 바로 안철수입니다. 4년 전엔 안철수 대표가 만든 국민의당의 대활약이 있었습니다. 광주만 해도 국민의당 정당 득표가 53.3%였습니다. 안철수 대망론, 녹색바람이 불면서 신생 정당에 절반 넘게 표를 몰아준 겁니다. 전남·전북에서는 40%를 넘었고, 수도권에서도 30%에 육박하는 득표를 기록합니다.
민주당을 떠난 안 대표가 만든 국민의당은 당시엔 민주당 표를 크게 잠식했습니다. 그런데 올해 총선에서는 4년 전 안철수의 국민의당을 지지했던 표가 흩어졌고 그 가운데 상당 부분이 이낙연 지지표로 바뀌어 여권으로 간 것으로 보입니다. 올해 총선에서 국민의당은 전국적으로 한 자릿수 득표를 기록했는데 특히 호남에서는 전국 평균에도 못 미쳤습니다.
안 대표에게 걸었던 호남의 기대가 이 전 총리에게 간 것일까요. 이 지점에서도 지난 총선이 이낙연 선거라는 게 나타납니다.
호남 출신 호남 지지 이번엔?
여기서 주목할 것은 안철수와 이낙연 간 차이점입니다. 4년 전 안철수는 영남(부산) 출신으로 호남 지지를 받았던 대선주자였고, 이낙연은 호남 출신으로 호남 지지를 받고 있는 대선주자입니다.
그동안 진보진영 내 통념 중 하나는 영남 출신·호남 지지 주자여야만 대권으로 갈 수 있다는 겁니다.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이 그 사례였죠. 김대중 전 대통령이 호남 출신·호남 지지로 당선됐지만, DJP연합으로 충청에서 지지를 얻었고, 제3후보의 등장으로 보수표가 분열됐다는 점 등 여러 가지 변수가 복합됐다는 점을 감안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이 전 총리의 대권 가도는 어떻게 전망할 수 있을까요. 또 변수는 무엇일까요. '데이터는 알고있다' 다음 편에서 그 내용을 다뤄보겠습니다.
※리얼미터 여론조사는 지난 20~24일 2552명을 대상으로 이뤄졌고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는 ±1.9%포인트입니다. 자세한 여론조사 개요와 결과는 리얼미터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됩니다.
[이상훈 정치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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