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이인영 아들 '스위스 유학' 지원 기관에 엄마가 이사회 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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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0.07.15. 오후 1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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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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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아들, 고교 졸업 직후 설립된 비인가 학교서
수학 뒤 스위스 디자인 학위 과정 연계해 유학
李아내, 아들 유학 전후한 2017년 이사로 합류
강사로 '삶'도 가르쳐...노소영·신연균 등도 이사
후원자 명단에 신세계·아모레퍼시픽·정부기관
기부금 1년만에 2배 늘어... 학업장학금도 지급
이인영 통일부 장관 후보자. /연합뉴스

[서울경제] 이인영 통일부 장관 후보자 아들의 스위스 유학 자금 문제가 인사청문회 이슈로 떠오른 가운데 이 후보자 아들의 유학을 연계·지원한 비인가 대안학교에 이 후보자의 배우자가 이사회 이사로 활동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 후보자 배우자는 우연찮게도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기 직전이고 아들이 스위스 유학을 떠날 때쯤인 2017년 4월 학생 지원 등 기관 운영 방향을 결정하는 이사회 멤버 및 외부 강사가 된 것으로 파악됐다. 해당 기관은 신세계·아모레퍼시픽 등 유수 기업과 정부 산하기관 후원을 받아 운영되는 곳이다. 이 기관은 등록금·각종 기부금을 토대로 학생들에게 장학금도 지급한다.

14일 서울경제 취재 결과에 따르면 이 후보자 아들 이모(26)씨는 서울 구로의 한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대학을 바로 가거나 취업을 하지 않고 2013년 2월부터 일종의 대안학교인 ‘파주타이포그라피배곳(일명‘파티’)’이라는 디자인 관련 교육기관에서 수학했다. ‘파티’는 2013년 안상수 디자이너 등이 파주출판도시에 세운 기관이며, 공교롭게도 이씨가 고등학교를 졸업한 직후 설립됐다.

이 학교는 교육부에 정식 인가를 받은 기관은 아니다. 다만 스위스 바젤디자인학교, 영국 UCA 등과 학부·석사 과정 편입 협약을 맺고 해당 학교들에서 학위를 받을 수 있게끔 했다. 이씨는 이곳에서 2017년까지 ‘한배곳’이라는 3년6개월짜리 교육과정을 마친 뒤 스위스 바젤디자인학교로 유학을 떠난 것으로 보인다. ‘파티’ 홈페이지에는 바젤 학사학위 편입 과정을 ‘파티 한배곳 과정 3.5년+바젤 학부과정 2년’으로 밝히고 있다.

파주타이포그라피배곳 전경. /사진제공=파주타이포그라피배곳 홈페이지

이씨의 어머니이자 이 후보자의 아내인 이보은 (사)농부시장 마르쉐 상임이사는 2017년 4월부터 바로 이 학교 이사회 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서울경제 취재진이 입수한 ‘파티’의 연간 보고서들에 따르면 이 이사는 2016년까지 이사회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않았다가 아들인 이씨가 스위스 바젤디자인학교로 유학 길에 오른 시점 전후인 2017년부터 최근까지 이사회 멤버로 활동 중이다. 이 기관 이사회에는 노태우 전 대통령의 딸이자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아내인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 박정희 정부 시절 중앙정보부장·법무부 장관·검찰총장을 지낸 고(故) 신직수씨의 딸이자 홍석현 전 중앙일보·JTBC 회장의 부인인 신연균 아름지기 이사장 등 쟁쟁한 인사들이 함께 이사로 등록돼 있다. 노 관장은 2017년 이 이사와 함께 이사회 멤버가 됐고 신 이사장은 그 전부터 이사로 등록됐다.

이 이사는 2017년 외부 강사를 뜻하는 ‘스승’으로도 이 학교에 관여하기 시작했다. 이 이사의 교육 주제는 ‘삶’이다. 이 이사는 ‘어버이’라는 명칭의 조합원으로도 이름이 올라 있다. 이 이사는 ‘도심 속 농부시장’을 콘셉트로 하는 일종의 생활협동조합 ‘마르쉐’를 기획한 인물이기도 하다.

최근 5년 파주타이포그라피배곳 수입 및 지출 내역. /자료제공=파주타이포그라피배곳 연간 보고서

‘파티’ 연간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이 기관의 총 등록금 수입은 8억4,787만원이었으나 교육지출은 12억4,499만원에 달했다. 지출 내역에는 1억3,796만원의 일·학업 장학금이 포함됐다. 이 같은 불균형은 ‘파티’ 설립 직후인 2014년 이후 매년 이어지는 중이다. 학업 장학금은 2018년 8,144만원, 2019년 6,921만원씩 지급했다. 이 이사와 같은 외부 강사에도 적용되는지는 확인이 되지 않았으나, 강사료로도 매년 2억원가량을 쓰고 있다.

부족한 운영 자금은 외주사업과 함께 기부금 등으로 충당한다. 기부금은 2018년 2억4,094만원에서 지난해 4억7,500만원으로 1년 만에 2배 가까이 늘었다. 여타 시민단체와 상당히 유사한 운영 방식이다.

‘파티’는 정기 후원금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데, 홈페이지 ‘후원자들’ 명단에 아모레퍼시픽·신세계·안그라픽스·두성종이·삼정데이타서비스 등을 명시하고 있다. 후원자에는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공공기관인 한국문화예술위원회도 포함됐다. 아모레퍼시픽의 한 임원은 해당 기관 감사로도 활동 중이다.

최근 5년 파주타이포그라피배곳 수입 및 지출 내역. /자료제공=파주타이포그라피배곳 연간 보고서

이 후보자 아들 이씨는 ‘파티’에서 수학하던 중 친구들과 함께 파티 크루(Crew) ‘에마논’이라는 모임에서도 활동했다. 국회공보에 따르면 이씨는 스위스로 떠나기 직전쯤인 2017년 서울 용산에서 지인과 창업을 하기도 했다. 2016년 3월에는 척추관절병증으로 5급 군 면제를 확정받았다.

서울경제는 통일부를 통해 해당 사실들을 설명하고 이 후보자 측에 배우자의 ‘파티’ 이사 활동 경위를 문의했으나 답변을 주지 않았다. ‘파티’ 측에도 전화와 이메일로 이 이사가 ‘파티’ 설립 과정 때부터 관여를 했던 것인지, 기관에서 이 이사의 역할은 무엇인지, 아들 유학비용에 대해 기관 차원의 지원이 있었는지 등을 물었으나 현재까지 답변하지 않았다.
/윤경환기자 ykh2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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