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경기도지사가 20일 “장사꾼도 신뢰를 유지하려고 손실을 감수한다”며 더불어민주당이 내년 4월 보궐선거에 서울·부산시장 후보를 내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지사는 이날 오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정치인은 신뢰가 가장 중요하다. 장사꾼도 신뢰를 유지하려고 손실을 감수한다”며 “(민주당은) 중대한 비리 혐의로 이렇게 될 경우 공천하지 않겠다고 규정해놓지 않았느냐. 이걸 중대 비리가 아니라고 할 수는 없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지자체장의 성폭력으로 현재 공석이 된 서울·부산시장을 겨냥한 발언이다. 청와대조차 언급을 꺼리고 있는 고 박원순 서울시장의 성추행 의혹 사건을 여권의 대선주자가 ‘중대 비리’로 규정했다는 점도 주목된다.

이 지사는 “정말 아프고 손실이 크더라도 기본 약속을 지키는 게 맞는다고 생각한다. 공천하지 않는 게 맞는다”며 “우리 당원이나 민주당 지지자분들이 보시면 제게 무책임한 소리 아니냐 하실 수 있다. 당연히 엄청난 손실이고 감내하기 어려운 게 분명하지만 그래도 우리가 국민에게 약속했으면, 공당이 문서와 규정으로까지 약속했으면 그 약속을 지키는 게 맞는다. 무공천하는 게 맞는다”고 말했다.

▲ 이재명 경기도지사. 사진=경기도청.
▲ 이재명 경기도지사. 사진=경기도청.

민주당 당헌 96조2항은 “당 소속 선출직 공직자가 부정부패 사건 등 중대한 잘못으로 그 직위를 상실해 재보궐 선거를 하게 된 경우 해당 선거구에 후보자를 추천하지 않는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이 지사는 “도저히 정치적으로 (무공천하는 것이) 어렵다면 저는 당이 국민에게 석고대죄한 뒤에나 규정을 바꾸는 것 등을 생각할 수 있다. 국민에게 석고대죄하는 정도의 사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지사는 ‘지자체의 권력형 성범죄’ 문제에 “우리 사회의 가부장 문화 때문이다. 많은 변화를 겪고 있지만, 더 많은 교육, 더 많은 노력, 더 많은 시스템 정비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 지사는 이낙연 의원과 김부겸 전 의원이 당대표 출마를 선언한 ‘8월 전당대회’에서 김 전 의원과 연대할 것이냐는 질문에 “선거에 개입하면 아무한테도 도움이 안 될 것”이라며 “김부겸 후보에게도 도움이 안 될 것 같다. 제 입장에서도 어느 한쪽 편을 드는 건 도움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 지사는 여권의 유력 대선후보인 이낙연 의원에 대해 “지역색을 없앨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잘되셨으면 좋겠다”며 “(이낙연 의원의 선전은) 진정한 지역주의가 사라지는 기회”라고 강조했다. 이낙연 의원의 대선 행보를 긍정 평가하면서도, 구체적으로 입장을 밝히진 않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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