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국자와 나라의 정체성
by Silla on 2022-09-28
이제까지 여러 건국자의 뿌리를 살펴보았는데 그렇게 한 이유는 사람들이 그 문제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고 또 착각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금나라의 시조 아골타가 신라왕족의 후손이라는 가설이 있는데 그런 주장을 듣는 사람들은 보통 이렇게 말한다.
“그럼 금나라와 금나라를 계승한 청나라는 모두 우리 역사네.”
여기서 말하는 우리 역사란 우리 민족의 역사를 뜻하는 표현일 것이다. 이렇게 보통 사람들은 한 국가의 정체성을 그 국가를 세운 사람의 정체성으로 바꾸어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가만해 생각해 보면 금나라와 청나라의 백성들이 과연 한민족이었던가? 그들은 옛날에 말갈족 또는 여진족으로 불려 왔고 최근에는 만주족이라 불리고 있는 하나의 독립된 민족이다. 금나라와 청나라는 그들 만주족의 나라이지 한민족의 나라가 아니다. 설사 몇 명 안 되는 왕족들이 신라 왕족의 후예라 할지라도 그들이 국가 전체의 정체성을 결정하지는 못한다. 이것은 조선, 백제, 신라 그리고 발해에도 동일하게 적용될 수 있는 논리다. 요컨대 한 나라의 정체성은 건국자의 정체성을 기준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백성들의 정체성을 기준으로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