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기서 '이전의 고구려 남쪽 영토'란 말은 틀린 말이 아니다. 그러나 이 지역은 고려가 망하기 100여년 전부터 신라의 영토였었다. 또 고려가 점유하기 전에는 백제의 영토였었고 그 전에는 마한의 영토였었다. 한성만 놓고 보자면 백제가 도읍한 기간이 500여년에 달하는데 비해, 고려가 점유한 기간은 80여년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삼국사기는 왜 고려의 영토였다는 사실을 강조했을까?
목적은 알 수 없지만 두 가지 효과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신라에서 나와서 나라 이름을 고려라 했는데, 원래 신라 안에 고려가 없었다면 고려계승이라는 왕조의 명분은 공감을 얻지 못한다. 또 북쪽에는 고려를 계승했다는 발해가 있었고, 그 발해를 요나라가 흡수했으며, 이어 옛 발해의 땅에 금나라가 세워졌다. 그들이 옛 고려의 땅을 돌려달라고 할 때, 무슨 논리로 거부할 것인가? |